“말하자면 활력이 없는 거예요. 어디가 아프다기보다는 그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는 거지요.”
진찰을 마친 동물병원 의사는 내게 말했다.
며칠 전부터 강아지 루비는 눈에 띄게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식욕도 여전했고, 이리저리 만져봐도 아프다는 곳도 없었지만 하루 종일 이상하리만큼 늘어져 있었다. 자는 것도 아니고, 눈을 뜬 채 초점 없는 시선으로 멍때리고 있는 일이 잦았다. 새해면 이제 아홉 살이니 노견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이럴 나이는 아니지 않나. 혹시 얘가 어디 아픈 것 아니야. 하지만 어디 아픈 애치고는 식욕이 지나치게 좋은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의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어쩐지 수긍이 갔다.
그는 근래 내가 여행이 잦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던 것과 추운 날씨로 산책을 거의 카지노 게임 추천 않은 것이 한데 맞물려 원인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결국 산책의 빈도와 시간을 늘려주라는 것이 처방이었다.
“생각해 보세요. 카지노 게임 추천은 나가서 놀기도 하고, 집에서도 자발적으로 취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개들은 안 그렇잖아요. 개들에게 즐거움은 밖에 나가서 냄새맡고 돌아다니는 산책이에요. 그런데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하루 종일 카지노 게임 추천은 없고, 그러니까 결국 얘 즐거움은 먹는 것밖에 없게 되는 거지요.”
의사의 말에 끄덕끄덕하는데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일수록 무기력하게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지요? 노화가 오면 사람이나 개나 활력이 떨어집니다. 항산화물질 같은 것을 먹어서 보완해 줄 수는 있지만 직접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에요.”
병원에서 돌아온 오후에 루비와 산책을 했다. 산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라고 여긴 건 내 편한 대로의 생각이었던 걸까. 오랜만에 나온 루비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이웃 아파트 단지마다 들어가고, 식당마다 기웃거렸다. 붕어빵집 앞에선 한동안 얼쩡대기에 결국 붕어빵 하나를 사주었고, 갔던 길을 다시 돌고 도는 녀석 덕분에 온 동네를 뱅글뱅글 몇 바퀴나 돌고야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서도 신난 마음이 남았는지 우다다다 하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서야 진정이 된 루비는 간식을 먹고 소파에 엎드려서 달게 잤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문득, 개나 카지노 게임 추천이나 다를 것이 없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을 했다.
부모님과 가까이 살며 카지노 게임 추천이 나이 들어 노인이 되고, 몸에는 병이 찾아오며, 결국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과정 모두를 내가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이해하게 된 일부조차 그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다.
특히 아빠는 나이가 들고, 병이 찾아오며 달라진 일상에 늘 무료해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재미를 찾는 일에 익숙지 않은 일생을 보낸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꾸 어딘가를 가고 싶어 하는 아빠를 위해 새로운 맛집을 알아내고, 붐비는 쇼핑몰에 모셔다드렸다. 늘 좋은 마음만 가졌을 리가 없다. 오후 출근 전엔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나서야 했던 날도 있고, 복잡한 이런저런 일들로 입맛이 없는 날이어도 굳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시면 핑계 대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일곱 해가 지났다. 부모님이 늙고, 병이 들어, 세상을 놓고 돌아갈 때 사십 대였던 딸은 어느덧 오십 대 중반을 넘어섰다. 사십 대에 이해했더라면 좀 더 나은 딸이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순간이 많아진 오십 대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모님의 노년을 다 이해카지노 게임 추천는 못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만 이제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노년을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건 그처럼 나이 든 부모님의 모습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없으니 활력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라던 동물병원 의사의 말을 떠올린다.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그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궁금한 것이 많고, 재미있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몸의 활력이 늘 같을 수는 없다. 포기해야 하는 일과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젊은 시절처럼 몸의 에너지를 쓰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었으면 한다.
활력이란 말 그대로 ‘카지노 게임 추천 움직이는 힘’이다. 세월이 가며 몸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의 활력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