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 때마다, 가슴속에 차마 입으로 내뱉지 못할 유언을 곱씹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나 때문에 울지 말라는 것이었다.
바닷물이 마르지 않듯, 하늘이 매일 맑을 수만은 없듯 삶도 늘 한결같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침투하는 푸른색의 감정은 꽤 오랫동안 상처에 남아있었다. 그 병균은 아직도, 밤 열한 시와 열두 시의 틈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며 군집을 이루었다. 카지노 쿠폰하지 말자고 고개를 흔들고, 꼬리를 잘라 흩트려 놓아도 지독하게 따라붙곤 했다. 죽음은 그렇게 언제나 내 곁에 함께 누워있었다.
내가 죽는다면 어디로 갈까. 어쩌면 죽고난 후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만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내가 완전히 죽어 없어지는 날, 나는 그때 비로소 활짝 웃을 수 있게 될까. 언젠가 아주 얕은 우울감에 휩싸였을 때, 내가 만약 죽는다면 뼛가루가 되어 허공을 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뻗어나가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런 식으로도 이 세상에 남아있고 싶지 않다.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 욕심도,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열망도 이미 가슴을 떠난 지 오래다.
자정이 되면 우울은 극심해진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노래가 생각났다. 그들이 세상에 남긴, 사랑하는 이에게 남긴 아주 짧은 유언들을. 그 흩어진 문장의 조각들을 모아 가슴속에 유서를 쓴다. 이 유서를 완성하는 날, 나는 종이에 빼곡히 적어 누군가에게 띄어 보내리라. 나의 유서를 받는 이는 누구일까. 그 사람은 나의 죽음을 슬퍼할까.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날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은 감정을 추종하기 위해 글을 써 내려가면, 언제나 글의 말미에는 눈물이 턱밑까지 흥건하게 고여 숨을 헐떡이는 나 자신을 마주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꽤 잘 참아내는 중이다. 턱밑에 슬픔이 차오르고, 목울대는 연신 울렁거렸지만, 나는 애써 울지 않으려 했다. 너무 많은 밤을 눈물로 보냈다. 그래서 어떤 밤은 눈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도 눈물 없는 밤이, 하루쯤은 있었으면 했다.
몸이 지칠수록 우울감은 더 푸르고 짙어졌다. 누굴 만날 생각도 차마 하지 못했다. 몸을 둥그렇게 말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토록 듣던 잔잔한 연주곡도 듣고 싶지 않다. 얕게 돌아가는 선풍기 팬소리가 아득해지는 게 좋다. 조금씩, 정신이 나가듯, 생각의 초점이 흐려지는 선잠의 순간이 좋다. 그럼 그 순간만큼은 삶의 순간에서 온전히 죽을 수 있었다. 타인의 방해도 없이, 세상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소음도 없이, 자장가 같은 선풍기 팬소리에 마음을 놓고 다섯 시간 동안 고요히 죽을 수 있었다. 그 죽음만이 나에게 다정한 침묵을 선사했다.
그럼 마음속에 수집하던 카지노 쿠폰 문장들도 그물에 걷어 올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