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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01. 2025

'카지노 게임 과로사한다'는 변명

'카지노 게임가 과로사한다'라고 정년퇴직하고 나니 이것저것 할 일도 많고 해 볼 것들도 많다. 계절의 여왕인 봄의 절정에 다다른 4월부터는 더더욱 골프모임 같은 여러 모임 스케줄들이 이어진다. 통장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언제 이런 화양연화의 시간을 보내랴' 자위하며 놀기 바쁘다. 곧 땅을 치며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는 불안한 미래가 예지 되기도 하지만,그러면 어떠랴. 그때는 그때 가서 맞서면 된다. 지금은'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놀 수 있을 때 놀라'는 팔랑귀의 유혹이나름 더 일리 있게 들린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가 과로사하나 보다.


'정년퇴직한 카지노 게임가 과로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너무 부담 없이 잘 논다는 데 있다. 시간제약 없어, 장소 제한 없다. 다만 돈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꼬불쳐둔 비상금이 있거나 국민연금 나오기 전까지 작게나마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등을 준비했다면 비빌 언덕이 있다는 뜻이다.


카지노 게임가 가진 것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시간'이다. 그것도 온전히 24시간을 자기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유의 시간 말이다. 퇴직 전까지는 모든 시계가 회사의 시계에 맞추어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비롯하여 식사시간까지도 철저히 회사의 시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저녁 식사 약속이 잡혀 소주라도 할라치면 내일 아침 출근 걱정을 해야 하고, 숙취로 아침 회의에 안건이나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지 염려를 해야 한다. 출근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전철역으로 뛰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퇴직 후에는 전철역으로 뛸 필요도 없고 저녁식사 모임 후에 집에 일찍 가려고 서둘러 소주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전철 못 타면 다음 전철 타면 되고, 신호등 초록불 깜박이면 기다렸다 다음 신호에 건너면 되고,식당 문 닫을 시간까지 앉아있다고 해서 조급할 이유가 없다. 늦어서 전철 끊기면 심야버스 타고 대강 동네 근처에 내려 집에까지 걸어가도 된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카지노 게임의 여유란 이런 것이다를 체험할 수 있는 순간순간 들이다. 내일 아침 늦게 일어난다고 뭐 세상이 바뀌지 않음도 눈치챈때문인데 회사에 다닐 땐 이런 평범한 눈치도 안 보이는 게 현실이다.

카지노 게임

하지만 직면한 상황이 모든 정년퇴직자에게 똑같을 수 없음도 안다. 누구는 재취업을 해서 어깨 펴고 다니기도 하고, 누구는 재취업하고 싶어도 마땅히 인연이 안돼서 초조해하기도 한다. 노느라 과로사를 염려하는 부류는 그런대로 은퇴 준비를 잘해서 그런 듯하지만 그 화양연화의 시간도 화무십일홍처럼 금방 사라질 봄꽃과 같은 것임도 안다.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맞서는 것.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살아내는 과정 중에 이정표를 하나씩 꽂는 일카지노 게임. 인생역정을 되돌아봤을 때 '그땐 그랬지'를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것카지노 게임. 그 어느 날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살았을 때만 가능하다.


카지노 게임로 논다는 것이 삶의 전체 구간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동할 것인지,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비타민 같은 시기인지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60 평생 달려왔으니 이제는 좀 쉬어도 돼" "이때 놀지 언제 놀아"


카지노 게임에게 허락된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것. 그래서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스워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놀면 노는 게 아니다. 마음속에 계속 경제적 불안을 안고 있고 의기소침함을 담고 있으면 놀 수가 없다.


카지노 게임는 카지노 게임답게 카지노 게임일 때 잘 놀아야 한다. 어떻게 노는 게 잘 노는 것인지는 자명하다.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노는 게 아닌데라고 미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가고 취미로 무언가 배우고 싶으면 학원을 찾아가고 동호회를 알아보고 부딪혀보고 움직여야 한다. 몸이 피곤하다 싶을 정도로 움직여야 한다. "나이 들어 운동도 조심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라고 유혹할지라도 무엇이 됐든 움직여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정답이다. 카지노 게임가 과로사한다는 것은시간을 잘 보내고잘 쓰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카지노 게임할 정도로 놀아 재끼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겠지? 100세까지는 버텨야하니 몸 건강 생각해서 적당히 잘 놀아보자. 참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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