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506원으로 경험한 '카지노 게임의 미학'
얼마 전 영화 관람을 마치고 휴대전화 전원을 켰을 때, 1년 동안 기다려왔던 메시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가입했던 카지노 게임이 만기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금액은 월 10만 원씩 1년을 넣었던 터라 귀여운 이자가 합쳐진 1,227,506원이었다.순전히 운빨이었던 로또 3등! 1,450,568원 카지노 게임
SNS가 아닌 국세청을 기준으로 30대 평균임금에 머무르고 있는 나에게 월 10만 원은 지인들과 2번 정도의 소소한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일상의 행복을 뒤로하고 나는 1년 전 어느 날 카지노 게임을 가입했다.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사고 싶었던 카지노 게임 때문이었는데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무슨 카지노 게임 때문에 적금까지 가입하냐?"와 같은 물음표를 던지겠지만, 나로서도 차라리 조금 저렴한 ‘카지노 게임을 구매하고선 저축을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 사용을 취미로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카지노 게임의 대표주자인 몽블랑의 제품을(1,130,000원) 사용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실현해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1년 전의 내가 몽블랑 카지노 게임을 곧바로 구매하지 못할 형편이었던 것은 아니다.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카드의 할부서비스를 통해서 손에 쥘 수 있었음에도 1년을 참아온 건 카지노 게임이 주는 성취감과 설렘 등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불과 몇 초 만에 끝나는 간편 결제와 사계절을 기다려 원하는 것을 이루어 냈을 때를 비교해 본다면 그 애착의 깊이는 상당한 수준으로 차이가 날 것이다.조금 과장되게 표현해 보자면 하룻밤의 원나잇과 1년을 짝사랑해 오다 결국 사랑을 이루어내는 경우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이를 '카지노 게임의 미학'으로 설명하고 싶다.
'카지노 게임'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미학'에 대해서는 생소한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 같다. 근데 또,'미학(美學)'은 한자만 보더라도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이런 점에서 '카지노 게임의 미학'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면서 얻게 되는 아름다움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빨리빨리의 민족에게 '카지노 게임의 미학'은 늘 차순위의 선택이었고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던 것이었다.
• 기다리다: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 미학(美學):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잠들기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새벽에 배송이 완료되는 것이 당연해졌고, 그 영역도 생필품부터 고가의 전자제품까지 다양해졌다. 이런 생활양상이 익숙해진 탓에 배송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배송조회를 눌러보며 온 신경을 빼앗기기도 한다.이뿐만이 아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에는 영화관을 찾거나, 케이블채널에서 영화가 방영되기를 기다렸던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요즘에는 TV에서 곧바로 시청하거나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업로드한 요약본을 보는 것으로 관람을 대체하기도 한다. 먹고 보는 것을 원하는 '즉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에게 편리함과 '시간단축'이라는 효율을 선물해 준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빠름을 갈망함과 동시에 카지노 게임을 통해 경험했던 아름다웠던 것들조차도 너무나도 쉽게 '빨리빨리' 잃어버리게끔 만들었다.
가령, 학창 시절 시험을 치른 후에 성적표를 받아 들기까지의 후회와 반성. 군에 입대한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더욱 공고해졌던 애틋함.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으로 이루어낸 성취감. 알뜰살뜰 모아 사고 싶었던 걸 손에 넣었을 때의 행복함.
기다림의 아름다움은 타인과 공유하지 못하는 오롯이 자신만의 감정이며, 기다림을 통해 겪어낸 시간들은 미래를 향한확신의 밑그림이 된다. 이런 아름다움을 나는 ‘희망’이라고 표현하고 싶고,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더 이상 잃어나가지 않도록 느려져야 함에 빠른 속도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