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섬에서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그전날 산토리니까지 배 타고 다녀오느라 식구 대로 피곤했던지 모두 늦잠을 자버렸다. 사실 집에서였다면 아이들이 아침을 안 먹는다 하면 계속 자게 두었을지 모른다.
여행을 왔으니 얼른 아침 먹고 움직이자 싶어 식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조식도 예약이 되어 있으니 안 먹으면 손해지 않은가?
계획한 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과 그런 면에 있어서 붕어빵 같은 딸내미는 내려무료 카지노 게임 눈꺼풀의 유혹을 재빨리 떨쳐내고 후딱 하니 방 밖을 나갈 준비를 끝냈다.
아직도 이불속무료 카지노 게임 미적거리고 있는 건 사춘기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우리 집 막내였다.
만사 귀찮다는 듯이 오늘 하루쯤 그냥 호텔무료 카지노 게임 쉬며 지내면 안 되냐고 잠무료 카지노 게임 덜 깬 변성기의 굵고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크레타에서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를 시작으로 오늘 가는 곳에서도 멋진 사진 실컷 찍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진 막내를 꼬셔 댔다.
가족끼리 다니다 보면 별것 아닌 시시꼴랑 한 걸로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우리 집은 아빠와 딸내미는 너무 동작이 빨라서 문제고 막내는 너무 느려서 문제였다.
나갈 준비 하는데 머리 만질 일도 화장할 일도 없는 우리로 하면 중2인 막내가 매번 제일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나머지 식구들이 늘 기다리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성질 급하신 남편은 먼저 나가 있고 여자중학교 선도부 같은 스타일의 딸내미는 엄마 몫의 잔소리까지 합쳐 막내를 볶아 댄다.
안 일어나? 옷 입어야지? 아직 양말만 신고 있으면 어떻게?
안 그래도 짜증이 나서 인상을 쓰고 있던 막내는 저보다 한참 작은 누나를 내려다보며 눈무료 카지노 게임 반항 섞은 레이저를 마구 쏘아 댄다.
그사이무료 카지노 게임 이 눔 저놈 비위 맞춰 가며 승강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것들아 엄마는 갱년기여 흐미 열받는 그!"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다 이렇게 가족여행에 데리고 다닐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싶은 생각을 하면 저절로 보살 같은 웃음이 지어 지고는 한다.
남편은 소리 지르던 내가 갑자기 웃으면 무섭다고 하지만 이것도 나만의 갱년기 울화 내리기 권법이다.
그렇지 않은가? 대학교 2학년인 딸내미도 무서븐 중2 막내도 언젠무료 카지노 게임 직장인이 된 큰아들처럼 식구들과 가족여행을 함께 못할 때가 오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지지고 볶는 시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가 말이다.
그날 우리가 계획했던 곳은 크레타의 역사의 현장중 하나 라는 스피나롱가 섬, 12시 30분 에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에서 여객선을 타고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도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길을 나서니 먹구름 까맣게 끼어 있던 하늘무료 카지노 게임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내던 호텔이 산꼭대기에 있어서 그 안에서 지내는 것도 등산하는 것 저리 가라 였는데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지역 자체가 산악지대처럼 되어 있어서 시내로 나무료 카지노 게임 길도 만만찮은 오르막길들이 도처에 펼쳐져 있었다.
남편은 히말라야를 자기네 집 장독대 올라가듯 하는 산악대장 같은 포스로 앞서 걸었다.
포스만 산악 대장인 배 나온 우리 집 대장은 어디까지 올라가야 하냐는 마누라의 투정에 걸음을 멈춘 체 거만스레 말했다."이제 저쪽으로 올라가서 내려가면 바로 부둣가 나올 거야 감이 탁 온다니까!"
나는 감 같은 소리 하고 자빠라 졌네 그 말만 지금 몇 번째 하는 줄 아니? 비슷하게 생긴 허벌라게 계단 많은 골목 벌써 세 번째 돌고 있거든! 을 담아 "아띠.. 비 무료 카지노 게임데 언제 까지.. 진짜 확실해?" 했다.
남편은 초콜릿, 물, 과자 등의 식구들 간식이 든 배낭에 달려 있던 긴 줄을 마치 등산 장비 점검하듯 꼼꼼하게 늘여서 볼록 나온 배에 복대 하듯 졸라매며 이쪽 길이 틀림없이 지름길이라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
그때 핸드폰으로 구글 맵을 켜고 있던 딸내미는 여기 이 길이 아니고 저 아래쪽 길무료 카지노 게임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러나저러나 어서 가면 좋겠구먼 길을 선택해야 할 순간에 의견이 갈리던 붕어빵 1,2는 서로의 길을 고집하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길이 달라져야 할 그 순간임에도 배 나온 포스만 산악대장은 자기의 감에 의하면 이쪽으로 올라가서 내려가면 바로 나온다고 박박 우겨 댔고 딸내미는 구글맵에 분명 다르게 나와 있다며 지도에 위치 표시가 뜬 핸드폰을 제시했다.
종이지도 들고 다닐 때나 통하던 길 찾는 감은 이젠 인터넷만 있으면 뭐든 찾아내는 스마트폰에 양보해야 할 시기가 왔다.
결국 딸내미가 검색한 길이 맞았다.
남편의 괜한 감 타령에 우리는 안 가도 되는 골목골목의 계단 들을 운동선수들 훈련 전 몸 푸는 것처럼 숨차게 누비고 다녔다.
나는 속으로 집에 가서 두고 보자 그놈의 감 타령 더 이상 못하게 해 주마!
저려 무료 카지노 게임 다리를 두드리며 우리동네 터키 과일 가게에서 골라 담은 굵고 겉껍질 딱딱한 오렌지색 단감 한 빡스를 과도 들고 욜라리 깎고 있는 남편을 상상하며 음산한 웃음을 날렸다.
우리는 독일무료 카지노 게임도 웬만한 비는 잠바에 달린 모자 쓰고 대충 맞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부둣가무료 카지노 게임 남들처럼 우산을 사야 하나 고민했다.
그새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길 하나 건너면 바로 선착장에 매여 있는 배를 타게 될 건데..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남의 가게 지붕 밑무료 카지노 게임 비를 피하며 우산을 사야 하나? 했다. 그러다... 아니여 이러다 비 또 그칠 건데...
들고 다니기도 짐스럽고... 크레타에서 뭔 우산을 사나 며칠 있으면 집에 갈 텐데.. 싶어 냅다 뛰어 배에 오르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이 순간을 무척이나 후회했지만 말이다.
배안에는 우리처럼 젖어 있는 사람들이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앉아 있었다.
안으로는 비가 들이치지 않았고 그전날에 비해 훨씬 작은 배이지만 흔들림도 없이 출발했다.
넓고 긴 의자에 가방들을 조로 미 올려놓고 마주 앉아 식구들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간질간질해서 입꼬리가 올라무료 카지노 게임 게 행복이 아닐까?
내가 아는 행복은 사이즈 어마 어마 하게 큰 것도 상상 안되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짧은 순간 하얀 파도처럼 밀려무료 카지노 게임 아주 작은 모래알 같은 것이다. 맛난 것을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오 맛있어! 소리와 반달로 접히는 눈 만족스러워 늘어진 입가를 보는 순간, 그리고 비를 피해 아늑한 곳에 앉으며 풀어지는 순간, 젖은 옷을 상쾌한 바닷바람에 말리며 뽀송해지는 순간, 맞대고 있는 등이 따듯한 온기를 나누는 순간, 멋진 곳을 바라보며 우와!라는 작은 감탄사를 함께 날리는 순간,....
수많은 순간들이 때로는 너무 순식간에 왔다 가서 있었나 싶게 아쉬울 때도 있고 주변이 시끄러워 서로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때처럼 북새통 같은 일상 속에 묻히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살면서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먹구름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다시 파란 하늘이 나왔다.
어디선가 영어, 이탈리아어, 불어, 독일어 순으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조만간 배가 멈출 것이고 그곳무료 카지노 게임 30분 정도 머물다 갈 것이니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배 끝으로 모이라는 것이었다.
배가 멈추는 사이 밖을 내다보니 우리는 어느 해수욕장 또는 해변가에 멈춘 게 아니었다.
바다 위였다.
일인당 16유로 를 냈던 배 티켓 안에는 스피나롱가 섬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 왕복 배 삯과 스피나롱가로 무료 카지노 게임 길에 오가며 듣는 가이드 설명 그리고 해변가에서 해수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날씨가 오락가락했지만 혹시나 하고 아이들 수영복과 수건은 챙겨 왔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해변이 아니라 바다 위 라니 조금 황당 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리스 사람들 답다 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타에서 며칠 지내면서 그리고 그전에 크레타 여행에서도 우리는 독일 에서라면 만나기 쉽지 않을 일들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나 장단점이 함께 했다. 해변가 대신 바다 위에서 바로 뛰어드는 해수욕 이라니.. 이런 융통성은 그리스라 가능한 게 아닐까?싶었다.
원래 가기로 되어 있던 해변가 에는 벌써 다른 배가 정박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비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다른 배 에게 자리를 양보? 했어야 했나 보다.
배 끝 쪽으로 나가 보니 해변가도 아니고 해가 쨍쨍 나는 것도 아니지만 비가 멈췄다는 것 만으로 신이 난 사람들은 홀라당 벗어 재끼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더니 바다로 첨버덩뛰어들기 시작했다.
배 끝에 작은 사다리를 내어 주어서 배 위무료 카지노 게임 바다로 곧장 다이빙한 것은 아니었지만 좌우지당간 용감한 사람들이다. 홀라당도 대단하지만 첨버덩이더 대단하다.
배가 정차한 곳무료 카지노 게임는 섬이 보이기는 했지만 망망대해 바다 위가 아니던가..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것을 보고 딸내미와 막내도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햇빛이 없어 추울까 걱정을 했더니 물속은 따뜻하다고 했다.
그래 뭐 럭셔리한 개인 요트 타고 나간 사람들도 바다 위무료 카지노 게임 수영도 하고 그러잖아!
조금 빅사이즈에 개인 요트라고 생각하지 뭐!
나는 한참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열심히 담아 가며 "그려, 이 배는 겁나 큰 우리의 빅 럭셔리 요트여!"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티 쩌는 목소리와 교양 줄줄 새는 콧소리로 코 평수를 확 넓혀 가며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얘들아 이제 올라 와아앙~!"세바스찬 배 돌려엉~!
그렇게 멀쩡한 남의 선장 아저씨를 엉뚱한 곳에 취직시켜 가며 말이다.
PS: 몸은 진작 독일로 왔으나 아직 마음은 크레타의 남의 집 앞에서 머리에 꽃 꽂기 직전으로 서있는 김 작가 인사드립니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2천 장이 넘습니다. 글하나 쓸 때마다 사진들을 돌아보다 보이 자꾸 이야기가 가지 치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