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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마주온라인 카지노 게임 용기

#POTD 21

밤새 폭설이 내렸다. 거실에서 밖을 보니 온천지가 눈으로 덮였다. 방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와 베란다 문을 열고 눈 덮인 나무들을 몇 장 찍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니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고 한다. 마침 아내도 나에게 오늘은 꼼짝 말라고 했다. 수업도 없는 날이라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니 세상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잠시 휴식을 취할 겸 페이스북을 열어 보았다. 내가 수강하고 있는 사진 수업의 J 작가가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을 올렸다.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사진이다. 아파트 근처에서 사진을 정신없이 찍느라고 치과 약속에 늦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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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작가의 아파트 부근(좌)내가 본 거실 밖 모습(우)


아~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너무나 멋진 사진에 놀랐고 폭설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는 완전히 다름에 또 한 번 놀랐다. 나는 눈 내리는 풍경을 거실에서 바라봤고, J 작가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겨울나무 몇 그루와 떨어지지 못한 빨갛고 노란 단풍잎과 흰 눈이 묘하게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내가 그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햐~~ 저는 수양이 덜 되어서 그런지 이런 사진을 보면 화가 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담을 생각을 못 했을까? ㅋㅋㅋ“


나도 나가서 사진을 찍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을까? 거실에 나가서 밖을 보니 다행히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눈 위에서 굴러도 될 정도로 옷을 챙겨 입고 카메라 가방을 둘러맸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힘차게 내리는 눈이 얼굴을 때린다. 정신이 번쩍 났다. 어디로 가면 잠시 전에 페북에서 보았던 것처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 맞다. 현충원! 현충원으로 가보자!! “ 그곳은 이런 날씨에도 걸어서 25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게다가 단풍이 남아 있을 테니 눈으로 뒤덮인 자연 속에서 빨간, 노란색이 도드라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충원 근처의 육교에서 빨간 외투를 입고 계단에 쌓이는 눈을 열심히 쓸어내는 사람을 보았다. 그 모습을 몇 장 담았다. 다행히 그 사람은 눈 치우는 일에 집중하느라 나의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현충원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원이 초소에서 나와 나에게 눈이 많이 쌓여 있으니 안쪽으로 멀리는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시킨다.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잠시 발 근처를 내려다보니 낙엽 위에 얼음이 얼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요리조리 살피면서 조심스레 담았다. 집에 돌아와 페북에 사진을 몇 장 올렸다. 저녁쯤에 J 작가가 페북에 있는 내 사진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우와 좋기만 합니다. 만추와 잘 어우러진 눈 풍경이네요”


내가 아침에 그의 사진에 달았던 댓글을 의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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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안팎의 모습


며칠 후 사진 수업에서 J 작가로부터 내 머리를 때리는 한마디를 들었다. J 작가는 바닷가에 머물 기회가 있을 때 폭풍주의보가 내리면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큰 파도가 치는 바다를 찍기 위해서! 아마도 나는 숙소에 머물면서 유튜브를 보려고 했을지 모른다.


폭설이 내리는 날 현충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생각한다. 역시 나는 ‘폭풍우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없었어’라고! 은퇴 후에 편안한 삶만을 기대했던 나 자신이 보였다. ‘잔잔한 바다는 숙련된 항해사를 만들지 못한다. (A smooth sea never made a skilled sailor)’라고 선원이기도 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했던가?

그동안 나는 은퇴 이후의 시간도 새로운 도전으로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폭풍우를 마주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보다. 눈 오는 날 집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과 눈 속으로 들어간 사람의 사진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안전지대를 벗어나 불편함을 감수할 때, 비로소 남과 다른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출퇴근 길이나 산책길에서만 사진을 찍어오던 내가 가끔은 폭풍우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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