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잊었던 혹은 잊으려했던 카지노 게임와의 좋은 기억 몇개가 생각나서 당황했다. 카지노 게임는 내가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거의 술을 마셨다. 그런데 정말 아주 가끔 내게 잘 해주었던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떠오른 것이다. 세어보니 세 개 정도 되었다.
아침에 내 머리를 빗어주고 묶어준 것, 오빠들 몰래 슈퍼에 가서 과자 사준 것, 그림책을 읽어준 것.
이때로 돌아가보니 나는 참 기뻐하고 행복해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카지노 게임를 잠시 사랑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할 수 없게 카지노 게임는 빠르게 알콜중독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일찍 술먹고 넘어져서 죽었다.
전에는 이 기억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찌르는 것 같이 아프고 힘들어서 금방 까먹었다. 근데 이제 나도 나이도 먹고 마음도 좀 강해져서 그런지 조금 울었지만 천천히 기억을 음미해보았다. 행복했다. 카지노 게임는 날 사랑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는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간게 그렇게 자랑이어서 술집에만 오면 그얘길 했다고 술집 주인이 장례식에 와서 말해주었다.
카지노 게임는 날 사랑했던 것 같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어려웠다. 죽을 때 넘어지고 바로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되서 카지노 게임와 얘기를 해볼수 없었다. 할수있었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까. 이것도 내게 또 하나의 슬픔의 그릇이다. 아마 사랑한다고는 말하지 못 했겠지만 좋은 말을 들을수도 있었을텐데... 유언 한마디 남기지도 못 하고 죽었다.
이제 죽은 지 이십년쯤 지나서야 카지노 게임를 그리워해본다. 보고... 싶다. 술 안 먹는 카지노 게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