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별곡 13
나는 연필을 깎아주는 연필깎이입니다.
어른이 되면 학교 앞 문구점에 갈 일이 거의 없어지듯 뭐든 필요한 시기가 있지요. 나도 한 때는 쉴 틈 없이 바쁘게 작은 아이들의 손이 다투어 찾아서 이러다 과로사 하겠다 불평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나는 그냥 책장 한구석에 버려진 듯 서 있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곁에 두고 매일 매일 하도 많이 써서 스티커 자국이며 때가 묻어 꼬질꼬질합니다.
심지어 빨간 꽁지 손잡이가 없어진 채로 입니다.
하지만 속은 아직도 튼튼하여 새것처럼 연필을 잘 깎을 수 있습니다.
100년을 더 써도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깎은 연필은 몇 자루나 될까? 혼자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깎은 무료 카지노 게임은 몇 자루나 될까? 내가 깎은 연필 보다 내가 깎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숙제 안 했다고 혼나고 눈물을 흘리며 작은 손으로 연필을 깎습니다.
엄마 안 볼 때 화가 나서 연필을 쑤셔 넣고 팍팍 돌리기도 합니다.
수학 문제 풀기 싫어서, 일기 쓰기 싫어서 괜히 연필만 깎습니다.
책상에 앉아 시간을 때우려 엄마 눈치 보며 멀쩡한 연필을 또 깎습니다.
기쁘고 즐겁게 연필을 깎아 가지런히 필통에 넣어 걱정 없습니다.
속상함이 안 묻은 연필을 깎을 때는 가볍게 저절로 돌아갑니다.
도르륵 도르륵 연필깎이 돌아가는 소리
연필 나무가 깎이는 기분 좋은 아이의 힘주는 손이 느껴집니다.
흑연가루 같은 무거운 무료 카지노 게임도, 화나고 싫은 때 묻은 무료 카지노 게임도 살살 한 겹 씩 깎여 나갑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돌릴 때마다 속상함이 벗겨집니다.
매끈하게 하얀 새살로 잘할 준비가 된 무료 카지노 게임이 새싹처럼 다듬어져 나옵니다.
아이는 깎인 연필 냄새를 맡습니다.
나무와 흑연 냄새가 섞인 그 냄새를 들이킵니다.
속상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다 괜찮아집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몸속에는 깎은 연필 나무가 쌓입니다. 흑연 가루도 쌓입니다.
울고 싶고 하기 싫고 화가 났던 때 묻고 울퉁불퉁하던 아이의 무료 카지노 게임 조각들도 쌓입니니다.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던 칭찬받던 아이의 예쁜 무료 카지노 게임 조각도 같이 쌓입니다.
이제 나를 찾지 않는 것을 보면 어릴 때처럼 속상할 일이 없는 것 같아 무료 카지노 게임이 좋다가도 나 같은 연필깎이로는 깎아 낼 수 없는 더 크고 더 깊고 단단한 아픔이라 안 오는 걸까 걱정도 됩니다.
나는 외롭기도 하지만 서운 하기도 하지만 심심하기도 하지만, 귀엽고 다정하던 나를 진짜 좋아해서 예쁜 스티커도 붙여주고, 공부하기 싫어서 조림쇠를 잡았다 놨다 뺐다 넣었다 장난하다 연필 깎은 찌꺼기 통이 쏟아져 흑연가루 온 데로 묻히고 더 혼나던 아이들의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직은 구석구석 끼고 묻어 있어서 참을 만합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자꾸 슬퍼집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나를 떠나 볼펜과 샤프와 더 친해지는 게 맞지요. 나를 영원히 잊어버린 걸까요? 잊어야지요. 하지만 자꾸 내가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잊혀지는 것에 당당하고 싶지만 참 어렵습니다.
이런 내 무료 카지노 게임을 깎아줄 연필깎이는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