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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리 Nov 16. 2023

호롱불 같은 카지노 게임

에피소드 3 : 연애의 시작(2)

늦은 밤 집을 나서는 현관문 앞에서 등뒤에서부터 따끔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늦은 시간에 도대체 어디 가니?” 엄마였다.

“더워서 아이스크림 사러 가. 엄마도 먹을래?” 아무렇지 않게 넘긴 내가 대견했다. 우리 집은 통금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굉장히 보수적인 집이다. 내가 늦게 들어올 때면 엄마로부터 연락이 빗발치거나 외박을 할 때면 친한 친구를 빌려 거짓말을 하곤 했었다. 가끔은 성인인데 굳이 그렇게 전화를 해야 할까도 싶지만은 한편으로 엄마의 사랑이 느껴져서 꼭 싫지만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나서 그 사람이 오기로 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집과 버스정류장의 거리는 가까웠으므로 일찍 나온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전화 내용을 상기했다. 그 사람은 내가 농담으로 여기까지 오라고 말한 걸 몰랐을까? 아니면 연애의 고수인 건가? 이게 말로만 듣던 플로팅 중 하나인 걸까?. 분명한 건 그 사람에게는 상대방을 하여금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런 재주 덕분에 물 흐르듯이 대화가 이어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 자신에 대해 서스름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조금의 기대감과 농담이 섞인 말에 그 사람이 여기까지 달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을 때 마침 저 멀리 사거리에서 빨간 광역버스 한 대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버스에는 아마 그 카지노 게임이 타고 있을 것이다. 버스가 내 눈앞에서 서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흰 티셔츠와 검정모자를 쓴 남자가 수줍게 웃으면서 내렸다. 키는 180cm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카지노 게임은 긴 다리로 성큼 나에게로 다가와 수줍은 웃음과 함께 내뱉는 한마디 “안녕. 많이 기다렸어?”

한 시간을 좋게 달려온 그였지만 나의 상태를 먼저 걱정하다니. 무심코 흘러나온 그 한마디에 배려심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화려하거나 거창한 게 필요하지 않다.

표현을 잘하던 무뚝뚝하던 마음이 따뜻한 카지노 게임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따뜻하다는 것은 카지노 게임이 미약한 불빛으로 주변을 밝히듯이

온 세상을 밝히지는 못할지라도 소중한 카지노 게임에게만큼은 분명히 밝히는 따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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