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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pr 14. 2025

뫼비우스의 띠

박재영




플라톤은 카지노 게임를 혐오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카지노 게임는, 꽃다발과 같은 존재다. 아니, 어쩌면 낙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에덴 동산, 가나안 땅과 같이 카지노 게임라는 존재는 마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하찮은 사람도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 가치가 생기는 낙원과도 같다. 강에서는 당장 마셔도 될 것만 같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기온은 딱 덥지도, 춥지도 않은 중간쯤이다. 그 사이, 강가 백사장에 누워서 5월의 따사로운 햋빛을 즐기는 곳이 바로 우리가 배우는 카지노 게임다. 그러나, 현대 철학과 정치학의 기초를 다지고 이데아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플라톤은, 왜 그토록 카지노 게임를 싫어한 것일까? 플라톤이 카지노 게임를 혐오하게 된 것은, 아마도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더불어 소크라테스의 사형선고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들 생각되고 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전의 아테네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페르시아를 무찔렀을 뿐 아니라, 영걸 페리클레스의 통솔하에 아테네는 일개 도시국가가 아니라 거의 제국을 방불케 하는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아테네 주변의 영토들을 작게나마 계속 흡수하고 있었으며, 해운국가답게 바다를 장악해 무역에서 위세를 떨치며 수많은 도시국가들을 아테네 산하에 편입시키며 세금을 받아먹었고, 각 도시국가들 사이의 견제로 인해 쉽게 축조하는 것이 불가능한 긴 성벽도 기습적으로 축조해 수비적으로 엄청난 우세를 차지하게 되어 위세가 등등해졌다. 그리고 아테네는 이 패권을 잃고 싶지 않아, 더더욱 패악질을 부리고 욕망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일으킨 전쟁은, 당시 그리스 여러 폴리스 국가에서 일어나던 문제로 인해 멸망했다. 아테네에서는 중우정치, 선동, 야합, 분열과 반목으로 인해 정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외세 결탁, 전쟁 사주, 이적 행위, 부정부패, 쓴소리 하는 엘리트가 미워서 잘난 체한다고 도편추방하기, 누명 씌우면서 공격하기, 그러다가 망하면 책임전가, 능력이 아니라 연설과 선동으로 표를 얻어내서 요직 차지하기 등 여러 부조리가 일어나고 있었고, 이는 대부분 고대 카지노 게임에서 일어나던 일이며 현재까지도 일부는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다. 결정적으로, 전쟁의 패배와 소크라테스가 대중의 결정으로, 독배를 마시고 죽는 것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자 플라톤은 카지노 게임에 증오와 회의를 느끼고, 반카지노 게임자가 된다.


만약에 현대 사회에 플라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고대 카지노 게임보다 더 신랄하게 현대의 카지노 게임를 비판했을 것이다. 이것은 카지노 게임도 아니지만 카지노 게임의 문제점만을 답습한 체제이며, 모두가 이걸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이다. 얼마전, 인스타그램에 어떤 영상이 떴다. 이번에 2025년 전국적으로 재보궐선거가 열리는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어떤 후보의 이야기였다. 대형 당,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에 소속된 후보들은 당에서 붙여준 돈에다가 기본적으로 지역 유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한다. 연설 할 때 그냥 청중이 아니라, 동원한 청중이 열렬한 박수를 쳐주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한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 사람의 피드나 릴스를 보면, 솔직히 좀 초라했다. 물론 다른 곳에서는 지지자를 고용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상 안에서는 찍어주는 사람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홀로 나가서 피켓을 들고 이름을 알리거나,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그리고 이동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낡아보이는 자전거 한 대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양당제 국가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두 거대한 당이 정치체제를 지배하는데, 정확히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거나 국민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후보는 찾기 어렵다. 그저 두 당에서 후보를 건네주고 무엇을 고를래, 라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을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어릴 적, 엄마는 내게 두 곳의 어린이집을 보여주었다. 한 곳은 조금 외곽에 있는 어린이집이었다. 장난감도 많고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료냄새.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결국 고무쪼가리 냄새가 짙게 배여있고, 콘크리트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영어유치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영어유치원에서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맛도 없는 된장국 두부를 다 먹을 때 까지 교실에 가둬뒀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알파벳을 외우지 못해서 할머니가 기다리는 가운데, 꽤 오래 더 갇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나라의 현실이 지금 그렇다.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현실. 하나는 너무나도 싫다. 그 첫 인상부터가 풍겨오는 코를 찌르는 비료 냄새. 그게 싫어서 다른 곳으로 피하면 거기서는 나를 가둔다. 이걸 사람들은 어느정도 겪다보면, 반항도 하고 항의도 하겠지만, 어느순간 적응한다. 그렇게 순응하게 되고, 코를 찌르는 비료냄새 든 나를 가두고 있든 그걸 받아들인다. 아니면 아예 회피한다. 이게 카지노 게임일까? 차악을 선택하는 것 말이다. 원래 카지노 게임는 대중의 의견을 대표하는 후보자가 나오면 그 후보자에게 의견을 말할 권리 등을 위임하고, 대신 정치를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순간 압제자 중 덜 압제적인 지도자를 선출하고 덜 나쁜 이를 뽑게 되었다. 우리는 투표한다. 고로 카지노 게임다. 이게 과연 진정한 카지노 게임의 태도일까? 플라톤이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본다면 이렇게 반론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과연 민주적인가? 카지노 게임의 탈만 씌워놓고 카지노 게임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카지노 게임가 아니다. 북한도 정식 국명은 ‘조선카지노 게임인민공화국’이며 형식적으로나마 투표는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 다른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중국이 서해안에 어업시설로 위장한 군사시설을 짓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의 정찰기는 우리나라 사진을 찍어갔다. 북한은 한술 더 떠서, 아예 무장 군인을 GP 근처까지 남하시켰다가, 경고사격에 물러갔다. 또한 중국 유학생으로 위장한 간첩은 비행장 사진을 찍어다가 중국으로 유출하려다가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외교문제 때문에 이 프락치를 처벌조차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언론이 이를 알려주는가? 현실을 알려주지 않고, 오직 선택만 강요한다. 마치 5살의 내가 비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 유치원과, 애를 가두던 영어유치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듯, 우리는 선택만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느세 가두는 것도 싫고, 비료 냄새도 싫어서 정치판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정치를 경멸한다. 이러한 현상을 ‘과두제의 철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룬 이후, 카지노 게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현재는 카지노 게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개혁이라는 이름뿐인 말은 시스템을 지키겠다는 말이었고 새시대는 그저 시스템이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새 시대였다.


어쩌면 이제 플라톤이 카지노 게임를 그토록 싫어한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과두제의 철칙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이런 카지노 게임 시스템을 위한 카지노 게임가 만들어질 것이고 국민은 비료냄새가 나는 어린이집과 애를 가두던 어린이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5살 박재영의 입장이 되어서 어느 순간 정치를 포기하고 환멸을 느끼니 말이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카지노 게임가 돌아가는 것. 이게 현실인 것 같다.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민주투사들이 집권하여 독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태를 보여줄 때, 과거의 독재자들이 여전히 기립박수를 받을 때, 새롭게 등장한 정치가 한층 더 구태일 때, 진보의 간판이 보수

만큼, 낡아 보일 때, 진보적' 지식인이 여성의 고용에 대해 오히려 소극적일 때, 인권운동가 출신 정치인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도외시할 때, 저 정치인들이 모두 직선제로 뽑힌 이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 지금 교통정체를 탓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차가 바로 그 교통정체를 만들고 있음을 깨달을 때, 뱃살과 나머지 몸 간의 경계는 점점 더 의문시되었다.” 결국 민주투사는 파시즘 정치인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그들이 일궈놓은 시스템을 위해서 그들이 청춘을 불사른 카지노 게임를 갈아넣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 세대까지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개선하는 방법은 틀에 박힌 방법밖에 없다. 인생이라고나 해야할까. 5살의 박재영이 밥을 남겼다고 방에 감금되고, 알파벳을 못외워서 감금되었다고 교육을 포기하고 인생을 접었나? 아니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간 후에,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까지, 모두 멀쩡히 졸업했다. 정치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순간은 지나가고 언젠가는 또다른 과두제의 철칙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어린이집 시절을 벗어나는 것이다. 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틀에 박힌 해결책, 언론을 믿지 말고 자신만의 정보전달 책을 찾고 생각해라, 이런 뻔한 말 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때로는 부조리한 순간도 겪겠지만, 언젠가는 흘러가고 이 과두제의 철칙이 무한 반복되니 말이다. 플라톤은 카지노 게임를 혐오했다. 이제는 그 까닭을 알 것만도 같다. 무한히 흘러가는 과두제의 철칙을 견디는 것이 카지노 게임이니 말이다. 카지노 게임란, 결국 카지노 게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카지노 게임가 돌아가는 순간을 겪어야만 하는, 뫼비우스의 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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