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
그녀를 만났던 그 해,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비가 내렸다. 시드니의 크리스마스는 조용했다. 유흥보다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는 것이 호주 사람들의 오래된 풍습이고, 이 시기엔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나 휴가를 즐긴다.
『죽음에 이르기 하루 전』이라는 글에서 나는 사경을 헤매다 일상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풀었다. 고열과 하반신 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그 시기, 간호사나 의사들이 내 상태를 묻기만 해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고, 병문안을 온 지인이 나를 안아주면 아이처럼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내 병실 앞엔 간호사 데스크가 있었고, 그 코너를 돌면 암 병동이 있었다. 간혹 고통을 이기지 못한 암환자의 비명이나 임종 예배를 마친 뒤 통곡하는 사람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내 병실까지 전해졌다. 내가 겪고 있는 통증도 견디기 힘든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런 소음들은 내 고통을 배로 증폭시키는 듯 느껴졌다.
암 병동에 입원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매일 아침 3층 병실을 돌며 “굿모닝” 하고 인사를 건넸다. 항암치료로 혈색이 창백했지만 그녀의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환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환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고,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뷰티풀 데이”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매일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입원 첫날 아침, 낯선 병실에서 들려온 그 '굿모닝' 인사로 인해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청량하게 내 귀에 와닿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몰라도 웃음소리가 흘렀고, 이내 카지노 게임 추천는 내 병실로 들어와 환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내게 다가왔다.
“이렇게 작은 요정은 어디서 왔나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에게 요정이라니. 병실이 아닌 일상이었다면 웃으며 넘겼을 말이겠지만, 온몸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피식, 씁쓸한 비웃음만 흘러나왔다.
“작은 요정, 굿모닝.”
머리카락 하나 없는 카지노 게임 추천 얼굴이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에게 ‘작은 요정’이 되었다. 서양인에 비해 키가 작고 마른 체구 때문에 지어준 별명이었지만,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려온 “작은 요정”이라는 음성은 내 심장 한구석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처음 며칠은 그녀와의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인사에 서서히 나의 무뚝뚝한 마음도 풀리기 시작했다. 항암치료로 부은 몸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농담을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너를 보면 신기해.”
나는 말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게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금세 슬픔이 밀려와 웃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 난 그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나는 그녀가 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정신은 불행의 군대가 점령한 것처럼 어두웠다. 까맣게 변한 얼굴, 빠지는 머리카락, 감각 없는 두 다리. 나는 내가 이런 괴이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머리가 듬성듬성 빠졌다고 푸념하자, 카지노 게임 추천는 자신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나는 한 가닥도 없는데 넌 아직도 반은 남아있잖아.”
콩코드 병원은 파라마타강을 끼고 있어 주변에 예쁜 산책길이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그 길을 산책하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 이야기, 첫사랑 이야기, 음악, 불친절한 의료진에 대한 험담까지. 우리는 웃었고, 울었고, 순수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유대감을 키워나갔다.
Concord Hospital, Sydney : Google Image
세 달여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후, 집에서 맞는 아침에 카지노 게임 추천 ‘굿모닝’이 어렴풋이 들리는 듯했다. 자주 그녀를 보러 병원에 갔다. 시드니의 봄이 끝나가는 11월쯤에 만난 카지노 게임 추천는 장작처럼 말라 있었다. 햇빛을 향해 얼굴을 드는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었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미소엔 예전의 따뜻함은 사라진 듯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도시는 적막할 만큼 평화로웠다. 그 적막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언니가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해요. 와 줄 수 있겠어요?”
떨리고 무서운 마음으로 콩코드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 병실 입구엔 임종예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서 있었고, 간호사와 카지노 게임 추천 동생이 나를 그녀 곁으로 안내했다.
“오 분 전에 운명하셨어요.”
가는 길 내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되뇌었지만, 어떤 인사도 마지막 말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멋진 친구였어.’ ‘넌 웃을 때 가장 예뻤어.’ ‘넌 내가 처음으로 첫사랑 얘길 한 서양 친구야.’ 이런저런 문장들이 떠올랐지만, 그 무엇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손을 잡았다. 생명력이 빠져나간 몸에 미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카지노 게임 추천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이 글을 쓰며 나는 어느 영화 제목을 떠올린다. 짧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와 함께 했던 병원에서의 우정, 반짝이던 그 순간을 다시 추억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천사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