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기에
길고 길었다
남편은 세달전 먼저 주재원 발령과 함께 떠났고
14시간의 시차로 긴 이야기를 나누기는 무리였다
아틀란타를 거쳐 카지노 쿠폰 리마까지
아이들 셋과 개한마리
그리고 저질체력인 나
참으로 막막했지만 시간은 다가와버렸다
출발부터 당황스러웠다
잔뜩 긴장한 9살 개를 진정시키려 셔틀버스에서
마지막으로 내렸는데 캐리어 4개중 한개가 없었다
마지막에 1터미널과 2터미널을 착각해서 짐을 잔뜩 빼서 급히 갈아탄 인도분이 아무래도 캐리어를 바꿔간듯 하다고 기사님이 알려주셨다
빠르게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고는 들어오는대로
연락주신다고 했지만 찾을 순 없었다
이럴수가
중학생 아들은 마침 엊그제 체육대회라 담임쌤
얼굴이 프린트된 옷을 넣어왔는데,
그옷이 인도에서 열린 캐리어에서 발견될
상상을 하며 웃었다
한국의 중2의 옷들이 가득 담긴 28인치 캐리어
그안의 검은 옷들에 의아할 인도 사람들
일명 저승사자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출국 수속이였다
생애 처음 비지니스로 표를 끊어준 회사에
감사하며 비행기로 향하기까지 이미 충분한
땀을 흘리며 힘을 써버렸다
비지니스의 즐거움을 누리며 13시간만 가면
일단은 반이상 간것일테니 할 수 있다며
두어시간이 지났을까 9살 개는
또 가방을 갈갈거리며 햄스터처럼 물어서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말못하는 녀석이 평소에 짖지도 않고 정말
착한데 비행기는 너무나 무서웠나보다
순간 너무 놀라서 목덜미를 꼬집으며
혼을 냈지만 이미 두번째 가방도 고장난 후였다
아뿔싸
이틀전 제주에서 올라올때의 경험은 녀석을
프로로 만들었다
쿠팡으로 호텔에서 어제 받은 새가방이였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지겨울정도로 하며
가방을 붙잡은채로 나머지 11시간을 왔다
덕분에 먹은것은 오롯이 체했고
라면도 데일까봐 먹지 못했다
그래도 너무나 친절한 승무원분들 덕에
나는 온몸이 아팠지만 아이들은 편안하게
비행을 할 수 있었다
아틀란타까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