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며 쓴 글
지난11월13일발생한파리테러이후테러방지법제정논의가논란이되고있다. 박근혜대통령은지난달8일국무회의에서'우리나라가테러를방지하기위해기본적인법체계조차갖추지못하고 다는것을IS가알아버렸다' 면서테러방지법을조속히처리하도록국회를압박했다. 그러나야당과전문가들은테러방지법의추진이테러의방지를위한정보수집을넘어불법사찰과개인의자유로운정보이용권한을제한할수있기때문에우려를표하고있다.
그러나감시와통제의역사는단지하루이틀논의된주제가아니다. 영국의공리주의철학자제레미벤담은1791년원형감옥인파놉티콘을지어죄수들을수감할것을제안했다. 파놉티콘은원형의건물이다. 중심에는죄수들을감시할수있는감시 타워가있고바깥쪽에는원주를따라죄수들을수감하는방이있다. 건물의구조도특이하지만중요한것은감시의방식이다. 중앙감시공간은어둡게하고, 죄수수감시설은밝게유지하는방법을통해간수가직접감시하지않더라도늘간수의시선이존재하는것과같은시스템을제안한것이다.
테러방지법은 21세기의 파놉티콘을 범사회적으로 구축해 벤담이 설계한 감시의 메커니즘보다 더 정교하게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벤담은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감시 체계를 제안한 것이지만, 현대사회에서의 감시는 범사회적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대다수의 국민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고, 핸드폰 통화 내역과 문자 등은 언제라도 감시당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은 국정원과 검경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 인권침해는 물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지난 대선 개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조치가 우선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및 댓글 조작 등이 아직 논란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테러 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왠지 석연치 않다.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또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의 추진은 장기집권을 위한 감시 관리 강화법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국정원은 국제적 정보활동 공조 강화로 테러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자국민을 상대로 개인정보나 금융, 사업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는 권한까지 국정원에게 부여하는 것은 '벼룩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자는 격'이다.
무장단체의 테러는 저 멀리 중동과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테러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테러리스트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공안기관을 통한 감시와 처벌의 강화는 국민 인권에 대한 또 다른 위협 아닌가? 감옥 탈출 영화의 대명사인 쇼생크 탈출의 명대사가 있다. '두려움은 당신을 죄수로 가둬둘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테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테러 안전 공화국의 감시에 나의 자유를 담보 잡힐 수 없다. 진정 두려운 것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우리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전지전능한 감시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