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카지노 게임(1945): 이기심과 우매함
우리는 이기심과 우매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 해당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독재를 타도하여 건설된 사회주의가 다시 독재로 회귀한다. 반란 전후로 독재자가 교체된 것 외에 바뀐 것은 없다.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썼다.
'매너 농장'의 카지노 게임들은 수퇘지 메이저의 연설에 고취되어주인 존스를 몰아낸다. 반란에 성공한 동물들은 농장의 이름을 '카지노 게임'으로 바꾼다. 카지노 게임 초기에는 모든 동물이 평등했으며, 반란 전보다 식량이 풍족해졌다. 카지노 게임의 반란은 주위 농장의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지능이 높은 돼지들이 점진적으로 권력과 식량을 독점해 간다. 어느 순간 돼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2인 지도자 체제가 무너지고 나폴레옹의 군정이 시작된다. 나폴레옹은 공화국을 표방하며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농장은 서류상으로나 실제로나 돼지들의 소유이므로 농장(카지노 게임 혹은 매너 농장)은 제국이다. 나폴레옹은 존스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동물들의 삶은 전처럼 고달파진다. 마지막 장에서 화해의 협정을 맺은 듯했던 돼지와 인간은 결국 다시 다툼을 벌인다.
2. 파고들기
몰리는 인간에게 지배받는 삶에 만족했고, 반역에 동참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카지노 게임에서 탈출해 인간의 편이 되어 그들에게 설탕과 리본을 받았다. 다른 동물들은 몰리를 배신자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 몰리는 농장의 동물들과 마음을 같이 했던 적이 없으므로 배신자가 아니다. 누가 몰리를 비난할 수 있을까? 몰리는 부르주아 또는 러시아 백군을 상징한다. 러시아 혁명에 가담했던 사람 중 대부분은 그가 부르주아였다면 러시아 혁명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민중)든 부르주아(자본가)든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이기심을 발휘한 것이다.
힘이 센 복서는 자진하여 다른 동물들보다 오랜 시간 동안 높은 효율로 신체 노동을 한다. 그러나 정신노동을 하는 돼지들과 달리 이기심을 발휘할 줄은 모른다. 지능이 낮은 양들은 나폴레옹에게 쉽게 선동당하여 선전대의 역할을 한다.
돼지들은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설의 말미에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존스가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인다. 부실한 논리에 존스를 들먹이는 말을 덧붙이면 다른 동물들은 반박하지 못한다. 동물들이 존스가 돌아오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노의 대상을 설정하여 그에게 대중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전략으로, 히틀러가 독일 민중을 선동할 때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분노는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군사력으로 스노볼을 추방한 이후 일인자가 된 나폴레옹은 일이 잘못되면 스노볼의 탓으로 돌린다. 자연재해로 풍차가 무너졌을 때도 스노볼이 몰래 풍차를 파괴했다고 말함으로써 동물들의 절망을 분노로 전환시킨다. 나폴레옹의 의도대로 동물들은 스노볼에게 살의를 품느라, 풍차 재건에 이의를 갖지 못한다. 과거 평범한 독일 민중들처럼, 동물들은 모든 나쁜 일을 스노볼의 탓으로 돌리는 데에 쉽게 동조한다. 또한 모든 좋은 일은 나폴레옹의 덕으로 여기며 그를 신처럼 추앙한다.
3. 질문
카지노 게임에서 이상적인 민주적 사회주의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일부 동물의 이기심과 일부 동물의 우매함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기심을 가진 동물이 군사력까지 갖추면 우매하지 않은 동물들도 그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에서도 반란 후의 풍요과 평등은 대개 지속되지 않았다. 개인의이기적인선택이 공동체에 이로울 수는 없을까? 우매한 개인이 이기적인 개인에게 선동당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담: <카지노 게임에는 조지 오웰의 다른 저서 <1984와 유사한 점이 있다. 두 작품에서 공통으로 초기에 공정해 보이던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가 소수의 권력 및 재화 독점 체제로 변질된 모습이 드러난다. 피지배계급은 많은 일을 하며 충분히 먹지 못하지만, 지배계급은 생산량과 배급량의 수치를 상향 조작한다. <1984의 세 열강과 <카지노 게임의 세 농장의 관계는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진다. 번갈아 가며 두 세력이 동맹을 맺었다가 해제하고, 서로를 견제한다.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기억과 공적인 기록을 지배하려 하는 점도 유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