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교회 집사님이 플로잉(Flowing) 통장을 소개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한 돈을 모으는 통장'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진짜 섬김이고, 돈을 보내는 건 쉬운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카드 내역을 보니 나를 위해서만 썼더라구요."
집사님 고백에 공감하며 플로잉 통장을 따라한 지 N년 차, 올해도 나름 기준을 정해 통장을 채웠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7개 단체에 소정의 금액을 흘려보냈다.
'추가할 단체를 어떻게 정할까?' 아내와 대화하다가 올해 만났던 이웃의 슬픔을 헤아려 보았다. 딸의 희귀병 치료에 수십억원이 들어 국토대장정을 하며 후원금을 모았던 아버지, 아들의 전세 사기 소식에 눈물을 흘렸던 어머니, 그리고 우울증.. 가까운 지인들이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은 우리 부부에게도 슬픔이었다.
감사하게도 이들을 돕는 단체들이 있었다. 그렇게 플로잉을 마무리하던 연말이었는데.. 무안공항 사고가 일어났다. 황망한 소식은 슬픔을 헤아리기도 어렵다.. 오늘 아내에게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 활동 후원 문자가 왔고 우리는 그저 멀리서 슬퍼하고 기도하며 마지막 플로잉을 보냈다.
#서로를마주하기
우리 부부에게 추억 많은 카페를 찾아 아래 질문으로 올해를 돌아보았다.
1. 올해 가장 감사한 5가지는?
2. 올해 돌아보며, -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생각/상황들 3가지는? - 나를 가장 기쁘게 했던 생각/상황들 3가지는?
3. 새해 강화/추가 할 것이나 제거/감소 할 것은?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답변 방식이 특별했다. 서로가 대신해서 답변해 준 것이다. '당신은이랬던것 같아. 이런 게 필요할 거야'
정답이 아니라도 봐주기로 했다. 서로가 바라본 장면은 그 자체로 중요하니까.
모두 좋았는데, (많이 뜨끔했고) 2번 질문 시간에 특별한 위로가 있더라. 인생 동반자가 나를 위해 슬퍼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이 겨울에도 따뜻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새해에도 여러 슬픔을 마주할 것이다. 어떤 것은 너무 슬퍼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바쁘다며 그저 묻어두지 않고 진심으로 슬퍼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남아있길. 그리고 따뜻하게 돕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주고받으며 강건하게 일어나는 새해가 되길. 바라고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