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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29. 2024

‘카지노 쿠폰’은 기후재앙 시대에는 아편?

버티기

2000년대를 맞아 UN에서 목표를 삼아 당시 국제학회와 학계에서 심심찮게 사용된 단어로 ‘카지노 쿠폰성’이 있다. 영어로는 ‘Sustainability”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학회와 학계는 물론 사업기획 차원에서도 카지노 쿠폰성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UN에서 정해 공표하면 전 세계는 마치 절대가치의 진리인양 치부해 버리고는 딴지를 걸면 안되는 것이 언제가 부터 이 세계 게임의 룰이 되었다. 그러니 너도 나도 “카지노 쿠폰성”을 말한다.


재난 또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말 ‘카지노 쿠폰성’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은가? 꼼꼼히 따져 보는 대신 그 이유를 UN이 하라고 했으니까 로 대신해 버린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지노 쿠폰이란 단어 속에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성질 때문이다. 즉,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원과 물품을 유지하고 그런 자원과 물품을 쓰는 우리의 생활패턴을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단어 속에 들어가 있다. 없으면 어떻게든 과학과 지식의 힘으로 만들어서라도 쓰겠다는 거다. 최근에는 카지노 쿠폰성 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순환경제란 개념을 은근슬쩍 만들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기후재앙이 닥쳐도 카지노 쿠폰성과 순환경제를 이용해서라도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듯 보인다. 파티를 마무리해야 할 만큼 실컷 즐겼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싫으니까 마약을 쓰더라도 지금의 축제를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다.


쓰고 소비하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만 있다면, 즉, 카지노 쿠폰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심지어 UN이 승인까지 해 주었으니 지금까지와 같이 자원, 에너지, 물품을 써도 좋다는 생각은 소비에 길들여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불편하다. 조금의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주인 잘 만난 노예는 해방되길 거부할 수도 있나 싶다.


미래를 기다리는지 혹은 미래를 선언하는지의 차이는 분명하다. 자기에게도 무언가 주어지는 순번을 기다리는 삶과 자신의 목적을 직접 제안하는 대중은 다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카지노 쿠폰성으로 기후재앙 시대를 해결하려는 권력기관들의 지시에 따르지 말고 카지노 쿠폰은 이미 물 건너간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당분간은 버티며 기다려야 한다. 부족한 자원, 에너지, 물품으로 버티더라도 달콤한 유혹의 배급품 순번 따위는 기다리지 말고 온전한 미래를 기다리며 버티자. 마약 중독 노예의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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