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의 자리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초가을의 볕이 만져지는 날씨에 한강 변을 따라 밀리는 차들을 저 멀리 두고 동쪽으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인환은 한동안 아무런 대화도 없이 1시간을 넘게 달려온 인내가 바닥이 났는지입안이 말라간다.차창을 때리는 바람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돌렸다.
모자를 눌러쓴 카지노 게임가 창문을 닫았다 열었다 할 때마다 외마디 비명 같은 바람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차 안에서는 모잘 벗으시죠. 답답하시지 않으세요?"
"냅 둬"
혁수의 늙고 마른 얼굴에 모자마저 헐거워 보였다. 그나마 남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 모자 밑으로 삐죽 내려와 있다. 회갈색의 마른 머리칼이 시든 샤프란의 줄기를 닮아 뽑아내야 할 듯 늘어졌다. 그 위로 검은색 캡 위로 쓰인 “HID“라는 문구들도 눈에 거슬렸다.
4년 전 다시 시청 앞의 거리에서 카지노 게임를 만났을 때도 검정 모자는 카지노 게임의 신체가 된 듯 꾹 눌러서 머리를 덮고 있었다. 그때 나는 외면을 하였지만 카지노 게임가 나를 보았을지 어떠했는지 알 수가 없다. 시끄러운 확성기의 소음을 따라가는 노인들 틈에서 머리 하나 더 큰 카지노 게임의 뒷모습이 행렬에 밀려 사라져 갈 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어차피 서로를 다시 찾고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 어쩌면 그 모습이 생전에 마지막 모습이라생각을 했다.그래도 그때는 명치 끝이 싸늘해 졌던 것 같다.카지노 게임라고 불렀던 한 남자의 늙은 모습은 기괴하고 우울한 감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것이 마지막일 거로 생각했지만 끝이 아니었다.다시 카지노 게임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늦은 여름이었다.왜 굳이 카지노 게임를 만나야 했는지 물어본다면 뭐라 대답하기가 곤혹스럽다.단순히 애정과 추억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지만,그것보다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의 답을 듣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일지 모르겠다.
차는 막힘없이 곧은 길을 달리는 데 인환의 마음은 두 겹 세 겹 구겨져 콩 자갈이 껴있듯 이물감으로 껄끄러워진다.
차는 6번 국도 양평을 지나 홍천으로 들어가자,도로변으로 삐죽이며 아파트 머리들이 들이밀고서 있다.
"창문 좀 여시 져"
도대체 무슨 담배를 피우시는 건지 어린 시절 소독차를 연상시키는 푸른 연기가 찐득한 냄새를 품고 차 안을 휘몰아 감는다.혁수는 마지못해 창문을 열고 여윈 손가락을 툭 하고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로운 담뱃재를 창밖으로 집어 던진다.
인환은 뽑은지 얼마 안 된 차에 담배 똥이 튈지 싶어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고 덤덤히 나름 상냥히 말을 건넸다.
"요즘 담배 다들 끊는데 여태 못 끊으신 거예요. 그리고 안에 커피캔이 비었는데 거기다 버리시지요"
"바람이 차다 몸이 이젠 예전 같지는 않구나!"
각자가 혼잣말하듯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서로가 굳이 대답을 신경 쓰지 않는다.
힐긋 옆을 돌아보다 덥수룩한 아래턱을 매만지는 카지노 게임의 마른 손가락을 보고 폐암으로 입원한 큰카지노 게임를 찾아갔을 때 기억이 났다.
마른 기침을 연신 하며 천연덕스럽게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는 큰카지노 게임에게 남방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여 꼽아주던 카지노 게임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나중에 찾은 형이라서 애틋함이 없는 것은 아닐지 카지노 게임의 비정함인지 상식적이지 않아 보여 어린 나는 걱정을 했다. 카지노 게임는 고아인 줄 알고 자라왔다고 했다. 전쟁통이니 그 험한 시절이 끝나도 세상은 북새통이었고 당신이 버려진 것인지잃어버린 것인지 그것으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그렇게 엉뚱하게 흘러갔다고 술을 먹으면 옛날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였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는 것, 같은 남자라는 것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욱이삶의 어는 시점을 지나게 되면서 세상의 걱정과 염려는 의미가 없었다.
인환은 오른팔을 뻗어 뻐져대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유에스비를 찾아 꼽았다.
"고요한 내 가슴에 나비처럼 날아와서 사랑을 심어놓고 나비처럼 날아간 사람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 주고 간 사람 그리운 내 사연을 뜬 구름아 전해다오.
아~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
노래가 흘러나오자,혁수는 반쯤 감은 눈이 살짝 떠지고 들릴 듯 말 듯 옹알이하듯 입도 열지 않고 흥얼거렸다.인환은 카지노 게임가 부르는 노래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그냥 낮은 읊조림이나 흥얼거림이 최대치였다.
내비게이션의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끝에 내리는 어조의 말투는 티브이에서 본 북한의 아나운서 목소리인 듯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이 오히려 어색하게 들린다.11시였다.점심시간에 맞춰 뭐라도 먹으려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해야 할 것 같다.
돌이켜보니 카지노 게임와 이렇게 둘만의 여행은 처음이었다.그렇다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어딜 가는 일도 별로 없었다.집안 형편은 늘 꾸준하게 어려웠다.그나마 좋았던 시절에도 고급스럽거나 맛집이라는 데를 찾은 적이 없었다.물론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어디를 가자고 조르는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어머니가 없는 집은 가엽다고 하며 주위에서 챙겨주는 이도 더러 있었지만 카지노 게임가 없다는 것은 죄를 지은이처럼 주위에 눈치를 봐야 했다.어려서 늘상 빈자리로 있던 카지노 게임의 자리가 어느날 채워졌다.어머니보다 젊고 건장한 큰 키의 카지노 게임가 생기자 나는 마음이 우쭐해져 친구들에게 카지노 게임를 보여주고 싶어했다.그렇지만 카지노 게임는 늘 어렵고 불안한 존재였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듯 신기루처럼 다가가면 없어질 것만 같았다.
아마도 늦은 여름 요즘 때였던 것 같다.카지노 게임와 어머니가 있는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완전체가 되어 처음 바캉스를 갔던 날,그날이 인환은 유년의 짦았지만 행복했던 순간으로 각인이 되었던 날이다.
카지노 게임는 허허 웃기를 잘했지만,고집이 세신 양반이었다.알고 나면 무뚝뚝해 보이기만 했지 실상 본인 잇속은 없이 남 좋은 일을 하는 편이었다.
어떤 때는 카지노 게임보다 또래 형 같아 보일 때가 있었다.딱히 잘하는 것 없이 두루 서투른 양반이었는데 특히나 사람을 대하는 것은 더 그랬다.아마도 당신이 애정이나 관심을 받아보지 못해 어떻게 표현할지 서투른 사람이었던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는 처음 장만한 중고 소나타를 끌고 드라이브를 간 날 여행이나 가족 간의 즐거운 한때라는 것 보단 운전하는 것에 모든 정신이 쏠려있었다.
5분을 빨리 출발하면 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카지노 게임 신념이 확고해서 어중간한 시간의 끼니를 건너뛰기가 예사였다.어머니의 불평을 치켜뜬 고리눈으로 잠재우고 나와 동생은 그저 숨죽이고 가만히 뒷좌석에서 앉아 있었다.
혹 가다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면 성질을 내고"여긴 틀렸다.틀렸어,가자."한마디하고 자리를 박차기 일쑤였다.시간이 충분하여도 카지노 게임는 허름하고 사람이 없는 식당만을 고집했다.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크셨던 것 같았다.그날 우린 외관이 그럴싸하고 예쁜 식당을 모조리 지나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짜장면을 배달시키고 첫 드라이브의 여운을 짜장면에 같이 비볐다.말없이 각자의 그릇을 들고 짜장은 순식간에 입 속으로 들어갔다.그 시절 무언가 아쉽고 헛헛한 감정들은 짜장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카지노 게임,국도로 천천히 구경하시는 것도 좋은 데 시간이 너무 걸릴 거 같아요.곧 밥때도 되는데 고속도로를 탈게요."
"어 그래 네가 알아서 해"
좋지 않은 몸을 걱정해서 다 말리는 걸 우기고 나온 사람치곤 남 일인 듯 무심하기만 하다.말라버린 어깨 위에 더 여윈 얼굴의 옆모습이 괜히 찡했다.
애증이라는 단어에 사랑은 이미 지워지고 남은 한 글자만 남은 존재,카지노 게임는 그런 존재였었다.돌아가신 어머니는 원망보다 그리움이 더 크셨는지 모르겠다.카지노 게임와 헤어지고 몇 명의 카지노 게임를 새로 또 만드시느라 젊음이 다 지나갔다.어머니는 친부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하지 않으셨다 너희 카지노 게임는 친부가 아니라 늘 카지노 게임였다.
나는 나름 다 컸다고 생각했었는지 갑작스러운 카지노 게임와 어머니의 이별은 별 충격적이지는 않았다.어린 시절 나의 보호자였던 카지노 게임가 친부가 아니라는 것이 늘 신경 쓰였었다.한동안 잊었지만 나도 한 아이의 카지노 게임가 되어서야 생각이 났다.이따금 꿈속에서도 그가 나타났다.별달리 좋을 것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기억들,아마도 유년의 추억으로부터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속초에 우리 가족이 처음 바캉스를 갔던 설악해수욕장이 아직 그대로인지 모르겠네요.카지노 게임랑 다시 오게될 줄은 저도 생각 못 했는데...또 어디 가시고 싶은 데는 없으세요?“
”그래 바캉스를 갔었지 네가 초등학교때니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네.거기 갔다가 고성으로 가자“
”고성이요?“
”어 고성,이따가 주소를 알려주마“
”거기는 어딘가요?아시는 덴가요?“
카지노 게임는 대답 없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차는 고속도로를 진입해서 달리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길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들어간다.타임트랩을 타고 과거로 달려가는 듯 했다.어린 시절 한번은 다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은 그곳으로 달리고 있다.카지노 게임와 나는 시간을 거스르고 아주 먼 그 옛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터널이 끝나는 곳,그곳을 빠져나온다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있을 것만 같았다.
요란한 응급사이렌이 귓가를 때리고 알로기는 무지개들이 빛을 내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길 몇 번 반복이 된다.잠에서 깨듯 흔들렸던 동공에 힘을 주었다.터널 속 요란한 경고들이 귓가를 스친다.
북양양IC를 빠져나와 속초 시내를 향했다.생선구이 골목의 어귀부터 차들이 밀렸다.예전같이 잣다른 식당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던 기억만 있다가 다 달라진 풍경에 조금 당황스러웠다.차를 길가에 대자마자억지로 몸을 일으켜 휘적휘적 걸어가는 카지노 게임들 부축하고바로 앞의 식당을 들어갔다.
예전의 주인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다.아마도 돌아가시고도 남을 나이인지라 안 보이시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카지노 게임의 추억을 끄집어내 줄 사람이 없는 게 아쉬웠다.아직도 가게의 절반이 평상처럼 높게 공구리 되어 장판이 깔려 있었다.불편할 듯한데 혁수는 그 위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메뉴판 위의 가격은 고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스티커로 덧붙여 놓았다.인환은 벽면에 메뉴판을 한참 바라보았다.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메뉴의 가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곰치국 드실 거지여?"
"그래,나는 그거면 됐다.너는 너 먹고 싶은 거 시켜라."
곰치 매운탕과 생선구이를 시켰다.돌아가신 예전 주인 할머니만큼 나이를 먹은 할머니분이 주인이셨다.써빙을 도와주는 젊은 여자는 말이 없이 물컵과 생수통을 가져오기에 바쁘게 반찬과 수저를 테이블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자세히 보니 한국 사람이 아닌 듯 했다.
"어디에서 왔어?태국?베트남인가?"
카지노 게임는 평소와 달리 써빙하는 아줌마에게 살갑게 말을 건다.
"태국 사람입니다"
제법 똑똑히 한국 사람처럼 답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종업원의 뒷모습을 카지노 게임는 한참 쳐다 보았다.
"태국 사람이구나!저 치도 태국 사람이야.“
인환은 젊은 여자의 뒷 모습에 눈을 못 떼는 카지노 게임가 당황스럽고 부끄러워졌다.
"요즘은 외국인들이 식당에서도 일을 많이 해요.지방일수록 사람이 귀하니 외국인들이 없으면 큰 식당들이 장살 못할 정도라고 하네요.아니면 키오스크를 써서 주문하고 셀프 서비스하고 종업원 대신 써빙 로봇으로 바뀌고 있어요,"
카지노 게임는 나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곰치 매운탕 냄비에 당신 숟가락을 넣어 헤집고 있다.
"제가 떠드릴게요.잠시만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일지 모르겠다.인환은 카지노 게임의 숟가락이 냄비에 섞이는 것이 이제는 많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몸통을 한 국자 떠서 그릇에 퍼 담았다.한 국자 더 떠서 맑은 지리 국물을 부었다.집안에서 꼼짝을 안 하시던 카지노 게임가 놀러 가서 라면을 퍼 주셨던 기억이 났다.
"예전에 가족들끼리 생선구이집 왔던 기억 나세요?"
"응 기억 나지 인석이가 생선구일 잘 먹었지."
"동생은 많이 바쁜가?같이 왔음 좋을 텐데 아니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인석이랑도 잘 지내지?"
"네 그럼요 인석이는 일이 생겨서 같이 못 왔지만 서울 가서 보면되져.걱정마세요"
다 커버린 중년의 동생을 이제는 형이라고 이래라저래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카지노 게임도 모르시지는 않을 거다.
그때는 나보다도 많이 어렸기에 이혼이라는 것에 이해보다는 원망이 그만큼 더 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소주!”
천천히 두어 숟가락을 떠 먹더니 카지노 게임는 태연하게 술을 찾으신다.
“카지노 게임,지금 카지노 게임 술이 가당키나 해요?카지노 게임 환자예요.”
“괜찮아 나도 다 알아.어차피 얼마 안 남았어.지금 죽으나 몇 달 후에 죽으나 뭔 차이가 있어”
카지노 게임의 말에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다.이번 여행의 의미도 그저 카지노 게임가 원하는 추억과 정리의 시간을 도와드리는 자리일 텐데 괜한 오지랖인가 싶었다.
카지노 게임와 재회는 병원에서 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오혁수씨 아드님 되시지요?”
“네 누구신가요?”
“네 저는 동심병원 원무과장 김치열이라고 합니다.다름이 아니라 아버님이 지금 많이 위중하셔서 수술이 급한데 보호자분이 필요해서요”
“네 제가 아들이,아 네 아들이 맞긴 한데 재가하셔서 부인이 있으실 텐데요?”
“아 그런가요?서류상으론 지금 혼자 사시고 다른 가족이 없습니다.그래서 아드님께 연락드리게 된 거고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의 눈이 똥그래졌다.이내 아내는 두 손을 각개 표시를 하며 연신 싸인을 주고 있다.
“혹시 병원비 떄문에 그런가요?”
“아 그건 아니구요 아버님이 국가유공자분이셔서 병원비는 별로 안 나왔습니다.지불도 다 하셨구요.자세한 건 오셔서 들으시고 지금 암이 발견되셔서 말기이신데 누군가 가족분들이 좀 도와주셔야 할 거 같네요”
“아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인환은 전화를 끊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거래? ”
“아니야 그런 거는 아니고 잠깐 내가 가보고 올게.”
“늦었어.내일 가면 안 돼?무슨 일인데 급하게 지금 당장 가려고 해,나도 같이 갈까?”
“어 아냐 아냐 그냥 내가 혼자 가는게 나을 것 같아.다녀 올께 늦음 그냥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아냐 무슨 일인지 가서 보고 전화 줘요.”
아내는 친부인지 계부인지 알지 못한다.따로 모셔야 할 부모가 없다는 것이 맏이래도 나의 조건을 마음에 들어했다.
카지노 게임는 그냥 재가를 하셔서 사이가 멀어졌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지노 게임로부터 온 전화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그렇게 병원을 늦은 밤 찾아갔고 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링거액을 꼽은 채 누워있는 카지노 게임를 다시 만났다.다음날 의식을 찾은 카지노 게임는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병원에 있는 동안 찾아오는 이들도 아무도 없었다.카지노 게임의 생이 그저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것과 굳이 쓸데없는 치료나 수술을 거부하셨다.
가시는 길에 신병 정리를 도와드리려 하였지만 가타부타 별말 없이 할 거 없다고 입을 꾹 다무시곤 했다.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바람을 쐬러 가자고 보채셨다.
“술,술 소주 달라고.”
암이 아무리 무서워도 카지노 게임를 이기지는 못하는 듯 술을 빨리 주지 않는다고 성질을 부리시는 카지노 게임 모습이 반가웠다.하지만 이내 그런 감정보다는 애잔함이 스쳐 갔다.조금 약한 참이슬 후레쉬를 시켰다.잔에 소주를 반 잔 부어드렸다.
“조금씩 반주로 드세요,욕심부리지 마시고 이제 술은 못 이기세요”
“에이 더 부어.누가 술잔을 따르다 마냐?”
인환의 손에 쥔 병을 붙들어 끝끝내 한 잔을 마저 따랐다.입안에 홀랑 부어놓고 인상을 찌푸리신다.
알싸한 알콜이 목울대를 쉽게 넘어가지 않는지 자라처럼 카지노 게임의 목이 위로 쑥 댕겨졌다가 내려왔다.구워진 임연수와 가재미들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이내 곰치지리 국물을 두어 숟갈 떠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고맙다...”
그냥 딱 한마디 말이었다.
굳이 대답을 해야할까?아무 말 없이 인환은 식어가는 생선을 발라서 한쪽에 모았다.혁수는 어느새 술병을 들어 두 번째 잔을 따르고 혼자서 마신다.
“술은 고정도만 하세여,생선도 좀 드시구여”
어설프게 쥔 쇠젓가락을 들며 생선을 집어 들었다.혁수는 얼굴이 불콰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내가 아빠가 젊었을 때지 술집을 가면 양은 젓가락을 모두 감춰놓았어.내가 이걸 건너편에 있는 놈에게 탁 던지면 이마가 숭숭 뚫리는 거야 나무젓가락이 지금은 싸지 그땐 비쌌거든 그래도 내가 오면 나무젓가락을 꺼내줬어.’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할까30년이 다 되어가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이 자리에서 인환은 또 듣는다.카지노 게임가 특수공작원으로 군대를 다녀왔다는 것은 나중에 다 커서 알았다.
자신이 고아로 버려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런 군대에 갈 일도 없었을 것이고 당신은 머리가 좋아서 좋은 대학에 갔었을 텐데 억울하고 기구한 팔자라고 한탄하였다.팔뚝과 등판에 흉터를 보이며 군대에서 훈련과 죽음을 넘나들며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했다.물론 취중에서만이고 술이 깨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어린 시절 인환은 카지노 게임가 강하고 멋있는 남자라는 자랑스러웠었지만,그것이 별로 큰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되었다.
평범한 그럭저럭 행복하다고 할 우리 가정을 깨뜨린 것도 카지노 게임의 군대였다.좀 더 일찍 그런 혜택을 주고 인정을 해 주었음,좋았을 것을 한참 후에나 카지노 게임는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았다.어머니나 우리로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국가유공자의 혜택도 필요할 땐 못 받고 위로금과 연금이 나왔지만 한참 후였다.카지노 게임는 가정에 있지 않았다.언제부터인가 카지노 게임는 재향군인회 회장을 장군님이라 부르며 모임에 나가느라 집안에 들어오는 날보다 외박이 더 잦아지셨다.자신의 공로와 희생을 국가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좋아하셨다.감추기 급급했던 자신의 과거를 이제는 공공연히 남에게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나신 듯했다.무언가 소심하고 눌려있던 분이 당당해지고 의당 자신의 인생이 더 보상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카지노 게임는 어머니와 자주 다투시는 것 같았다.카지노 게임는 어머니를 선택한 것이 시대적 문제였고 자신은 거기에 휩쓸려진 피해자라 생각하셨다.
어느날 트렁크와 커다란 옷 가방을 차에 싣고 카지노 게임는 이별을 통보했다.자식들을 다 키웠으니,자신은 자신대로 행복을 찾아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에게도 사는 집이 있고 아들 둘이 있으니 나를 붙잡지 말라 하셨다.화를 내시고 붙잡을 만도 한데 어머니는 그러지 않으셨다.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처럼 너무 덤덤하셨다.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가지 마시라는 말도 왜 그러시냐고 한 마디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차가 골목 어귀를 사라질 때까지 그냥 바라만 보았다.모든 게 친자식이 아니어서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어머니는 조용히 몸을 돌려 집안으로 들어 가시고 혼자 서있던 그 골목길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렇게 멀어진 카지노 게임를 우리 형제나 어머니는 찾지 않았다.어머니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카지노 게임를 그냥 보내는 것인지 꼬치 캐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어느새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가족들에게서 카지노 게임는 금기된 단어가 되었다.부러 들려오는 소식도 귀를 막았고 우리 소식도 카지노 게임에게 가게 될지 몰라 조용히 살아왔다.
“동해가 좋긴 좋네요”
속초를 지나 고성의 해안가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보고 있다.
“저 어릴 때 동해로 피서 간다고 해서 동네 아이들이 부러워했어요.식구끼리 다 같이 여행을 며칠씩 같던 기억이 동해였던 거 같네요.매년 아마도 이삼 년을 연달아 갔었죠?”
“그래 차를 첨 사고 많이 다녔지”
혁수는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옛 생각들을 조금씩 끄집어내려는지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혁수와 바다를 번갈아 보던 인환은 긴 세월이 지나서 다시 지난 추억을 찾는 혁수의 마음이 궁금했다.
“행복하셨어요?카지노 게임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
혁수는 말이 없이 그냥 담배를 입에 물고 가만히 고개를 들어 멀리 있는 바다만 바라보았다.
“재혼하신 거 아니셨어요?뭐 굳이 지난 이야기 저도 하고 싶진 않지만 지나고 나니 고맙죠.어쨌든 제가 다 클 때까지 좋은 카지노 게임셨으니까요.근데 그땐 카지노 게임가 좀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었어요.그냥 그때는.”
혁수는 계속 말이 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인환은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한동안 혁수의 뒷모습과 바다를 번갈아 보고 서있었다.바람이 불어오니 짭조름한 감정들이 옷깃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엇인가 지나갔어도 아름다운 것을 같이 했던 기억을 공유한 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중년의 나이가 된 혁수는 누가 누구를 이해하고,용서를 구하고 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환은 그 이상 다가갈 수 없는 벽이 쳐 있는 듯,카지노 게임의 모습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말없이 낯선 남자와 있는 듯 시간이 불편하고 지루해지기 시작했다.혁수에게 더 물어 볼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시간은 어정쩡해져서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이제 고만 돌아가시죠?내일은 쉬시고 몸이 좋으시면 며칠 있다 어머니한테 모셔드릴게요.인석이를 그땐 같이 데려올게요.”
지갑울 만지작 거리더니 혁수는 작은 메모지를 인환에게 내밀었다.
“이 걸 봐라,여기 주소가 있으니 한번 가보았으면 한다.잠깐이면 될 꺼야.”
인환이 받은 종이는 직접 옮겨 적은 듯 한 종이 위로 삐뚤삐뚤하게 주소가 적혀있었다.접힌 부분이 너덜거려 곧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죽왕면 가진리 산15-26,여긴 어디지요?”
“그냥 가봐 내가 죽기 전에 한번은 들려봐야 할 곳이다.”
인환이 네비를 치고 장소를 보니 산속인지 묘지공원 근처였다.어차피 가게 되면 그곳이 어디인지 알게 되겠지 싶었다.차를 몰고 북으로 속초를 지나 올라간다.해안도로를 지나고 큰 도로를 빠져나와 산 위로 차를 몰았다.
“혹시 산소를 미리 장만하신 건가요?어머니 자리 옆에 혹시 몰라 카지노 게임까지 여유 있는 가족 봉안묘를 샀습니다.안 그래도 말씀은 한번 드려보고 싶었는데.”
혁수는 말이 없다 그냥 고개를 한번 젓더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바닷가를 등지고 안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묘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땅은 거칠고 황량하여 꾸며진 묘역의 공원이 더 생경해 보인다.군대에서 보았던 마사토 땅이 거칠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차는 묘지공원을 지나 길가에 작은 집 앞에 섰다.파란색 갈바를 씌운 양철지붕 아래 벽돌로 올린 집이었다 지은 지가 오래되어 낡았지만 아담하고 정성이 들여 보이는 집을 혁수는 가리킨다.
“여기다 여기 맞아”혁수는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려 한동안 서서 집을 바라보았다.허리춤까지 올라온 쑥대와 개망초를 헤집고 혁수는 기운이 돌아온 것처럼 뚜벅뚜벅 문 앞으로 향했다.녹이 슬어 붉은 기가 도는 자물쇠를 만지작거리자 번호 키가 열렸다.
눅진한 마른 곰팡냄새가 열린 문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작은 거실과 방 두 칸,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려 거미들이 여기저기 집을 지어 놓았다.혁수는 허옇게 먼지가 쌓인 의자를 닦지도 않고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의자를 가르키며 인환에게 앉으라는 듯 손을 끄덕렸지만 인환은 차마 앉기가 그래서 그냥 서있는다.
“이 집은 누구의 집인 거지요?카지노 게임 집이었나요? ”
집안은 한동안 사람이 거처하지 않았는지 고운 먼지들이 소복히 쌓여있었다.인환은 며 폐가가 된 집을 천천히 둘러보았다.혁수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장식처럼 앉아서 가쁜 숨을 쉬며 망연히 있었다.
혁수는 의자에 일어나려 몸을 추켜세웠지만 다리에 힘이 없는 듯 도로 엉거주춤 주저 앉았다 인환은 혁수의 몸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안방으로 보이는 큰 방을 향해 뒤뚱이며 걸음을 내 딛는다.인환은 혁수가 하려는 일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혁수는 무엇을 찾는 듯 벽면에 있던 서랍장을 뒤져 낡은 앨범을 꺼내 들고 인환이 볼세라 옆구리에 끼었다.방안에는 어린아이의 옷가지와 화려한 문양이 있는 여자의 겉옷이 몇 벌 뒹굴고 있었고 깨어진 가구들이 상처를 보인 채 누워있었다.
어지러운 방바닥 한쪽에는 잡동사니와 함께 엉켜진 무엇인가 인환의 눈에 들어왔다.발끝으로 슬쩍 밀어 보니 유리가 깨진 액자 속에서 혁수와 이국적인 여성이 같이 앉아 있었다.가운데 아이는 채 걸음마를 시작할 듯한 꼬마가 하얀 셔츠를 걸치고 서 있었다.카지노 게임의 입으로 결혼을 하였다 아이가 생겼다를 듣는 것 보다 작은 사진 한 장이 더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어차피 건너건너 들었던 이야기도 있었는데 진실을 직접 목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인환은 혹시 여자와 아이의 정체를 물어 보려다 입을 다물었다.카지노 게임의 얼굴이 점점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카지노 게임는 침울한 얼굴로 더 말 수가 없었다.인환도 말이 없이 어둑해진 도로를 주시하며 운전을 하였다.
예약한 병동에 카지노 게임를 모시고 나오는 인환에게 혁수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인환도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엉켜있는 혁수와의 관계가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침울한 얼굴로 돌아온 인환을 보고 아내는 걱정이 되었는지 안환에게 다가왔다.
“왜 그리 얼굴이?피곤도 하지,아버님이 많이 좋아하셨어?당신이 큰아들이라도 그렇지 서방님이랑 번갈아 가면서 봐 드려.”
“아냐 괜찮아 동생은 그냥 둬 내가 이래라저래라할 나이도 아니고 내가 얘기할 테니 신경 쓰지 마.”
“그래,그렇게 싫다는 사람 억지로 설득할 필요 없어.나중에 유산은 받아야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겠지.자기는 카지노 게임 없다고 했으니.잘되었어.”
“고만 좀 해 제발”
“왜 또 뭘,내가 없는 말한 거도 아니고 당신만 억울하게 고생하잖아.”
유산이란 부분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인환은 자신이 카지노 게임에게 생기는 감정들을 속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아내의 말에 짜증이 났다.서로에게 주고받는 것이 오직 물질적인 것만으로 부모자식관계가 이루어진다는 말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사람에게 더 중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인정과 추억으로 쌓아올린 시간이라는 것을 믿고 싶었다.거기다 이제 와서 인환은 카지노 게임의 호적에 올려있는 우리 형제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부터 카지노 게임에게는 또 다른 가족과 자식이 있는 것 같다는 것까지 하나하나 아내에게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아내는 그냥 단순한 사람이었다.카지노 게임가 혼자 사시다 다시 자식을 찾게 되었고 죽음을 앞두고 로또같이 물려받을 유산이 생겼다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늘 만원이었다.혁수는 운이 좋은지 국가유공자라 혜택이었는지 다행히도3인실에 자리를 잡았다.
3인실4인실6인실이라고 해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1인실로 결국 얼마 안가 이동을 하고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거처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엔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병동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암에 거린 환자들은 대학병원을 전전하거나 산속 어디 요양을 하러 들어갔다가 죽음이 임박해서야 대학병원이라도 모실 수 있었다.
병원은 사전적 의미에 충실하게 병을 고치기 위한 의료 활동을 목적으로 했다.대학병원은 수술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이었기에 늘 환자들이 몰렸다.더 이상 치료도 수술도 하지 않을 시에는 결국 입원실을 비워주어야 했다.혹가다 일인실 특실을 쓰는 경우에는 연장을 해주었지만 늘 간호사와 의사의 눈치를 보고 선처를 바라는 입장이되었다.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다행히 사람들은 점점 노인들이 늘어나고 요양병원이 생기고 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전문병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를 모신 병원은 죽음을 앞둔 이들이나 수술이 어려워 하루하루 보존치료만 하는 이들이 모인 병원이었다.
코로나를 지난 후부터 환자들 옆에 가족들의 면회시간을 제재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인환은 죽음을 앞둔 카지노 게임의 신상정리를 채 하지 못한거 같아 마음이 늘 거북했다.일주일에 한 두 번 찾아뵈어도 딱히 우리는 할말이 없었다.
인환은 애잔하게 바라보고 카지노 게임의 손을 쓰다듬으며 염려와 걱정을 확인시켜 드려야 하는 일도 부질없고 의미없어 지는 것 같았다.
일반병원의 입원실 같은 살아갈 희망이 있는 이들이 없는 병실은 늘 조용하고 침울했다.
한떼로 몰려오던 검정모자의 노인들은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어차피 정도 붙이지 못한 카지노 게임의 조카들은 마지못해 찾아와 봉투를 건네주고 더 이상 발길을 끊었다.
그나마 주일에 오는 봉사자들이 카지노 게임의 유일한 문안객이었다.인환이 찾은 병실에서 기도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와 끝나길 기다렸다.
”오늘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사랑의 하나님, 암으로 고통받는 형제를 위해 기도합니다.
전지 전능하신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픔과 고통을 물리치시고 우리 형제님에게 굳건한 믿음과 용기를 주소서 그로하여 사랑의 주님의 뜻대로 끝내 이겨내어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것을 믿사옵니다.
그 가족과 친구들이 그들의 곁에서 함께해 주도록 인도하시고, 또 그들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사랑의 하나님, 고통받는 모든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누리게 하소서. 하나님의 부름이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간절히 기약하오니 이 모든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인환은 ”내주 먹이 하나님“이라던 혁수가 입을 꾹 다물고 집사인지 권사인지 모를 아주머니가 잡아주는 손을 꼭 붙들고 아멘 아멘 하면서 누워있는 모습을 문 밖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강철같은 남자라고 생각했던 혁수의 입에서 아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애잔해졌다. 교회 일행이 빠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일련의 사람들이 저벅저벅 조용한 발걸음으로 카지노 게임의 병실 앞에 섰다. 인환은 깜짝 놀라 누구신가요 채 묻기도 전에 병실로 몰려들어갔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나무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나무대세지보살마하살, 나무천수보살마하살‘ 나무여의륜보살마하살’ 신묘장구대다라니 나모라다나다라야야나막알약바로기제새바라야모지사다바야마하사다바야마하가로니가야, 옴...“
카지노 게임는 누은 채로 클래식 감상을 하듯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에 빠져있는 듯 지긋하게 눈을 감고 계신다. 인환은 죽음이란 것이 희극일 수도 비극일 수도 그 둘 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혁수는 여위어 갔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입원 초기에는 인환만 보면 담배를 달라고 조르고 호통을 치다 이제는 포기한 듯 조용히 누워만 있었다.꼬장꼬장하고 막무가내인 혁수가 혹시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인환은 걱정했지만 그러기에 혁수는 점점 힘없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몸 일으켜 앉기도 힘들어진 혁수의 몸은 점점 말라갔다.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초점 없이 퀭해진 눈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따금 누구를 찾는 것인지 이름을 불렀다. 낯선 이름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잠결인지 깨어서 애타게 부르는 이름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인환은 그 이름이 수자이라는 것을 알았다. 태국 여인의 이름이 수자이였다 카지노 게임의 부인이라 불렸던 이의 이름이었다.
인환은 사진 속의 모녀를 찾지 않고 그냥 둘지 말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녀와 아이는 아마도 어머니와 이혼이 되지 않아서 호적에 오르지 못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인환은 자신이 남의 자리를 빼앗고 차지한 사람이 된 듯 마음이 무거웠다. 혁수는 차마 내가 상처 받을가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핏줄이고 정인이었던 여자를 보고 싶어 할 거 같았다.
카지노 게임를 위해서라기 보다 인환은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또 왜 카지노 게임와 떨어져 따로 살아가는지 지난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또 의당 카지노 게임의 유산도 그들에게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어렵게 수소문하여 찾아간 수자이는 혁수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카지노 게임가 위중하고 아들이라도 봐야 되지 않냐고 이야길 했다. 수자이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끝내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인환을 외면하였다.
인환은 카지노 게임에게 수자이를 만나고 온 이야기를 하여야 하나 고심을 하다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들이 보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을 전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았다. 이제는 늦어버렸지만 인환은 마음의 짐이라도 내려 놓고 싶었다. 의식이 있든 없든 누워있는 혁수에게 혼자말처럼 다 이야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마지막으로 인사할 사람들에게 연통을 하라했다. 딱히 올 사람도 오고자 할 이들도 없었다.
잠시 잠깐 눈빛이 빛나고 혁수는 누운 채로 인환을 바라보았다.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해도 열리지 않는 듯 두 눈으로만 껌 박이다 끝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의 임종을 인환은 혼자 지켰다.
조용히 혁수의 장례를 치르는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날 장지로 출발하기 전에 이런저런 정리를 하려면 상주와 가족들은 조금 눈이라도 붙이라는 장례지도사의 말을 듣고 내실로 향하였다.
조문객 왔다는 말에 몸을 돌려 낯선 남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앳된 그러나 이국적인 노랑머리와 코가 높다란 젊은 남자와 50이 조금 넘어 보이는 이국적인 여성이었다. 수자이였다.
헌화를 하고 기도를 끝낸 수자이는 맞절을 하고 일어났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일찍 오셨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아쉽네요.“
”죄송합니다. 난 아빠 못 봐요 미안합니다.“
수자이는 연신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아직도 조금 어눌한 말로 되풀이 했다.
인환은 수자이 옆에 서있는 키가 우뚝한 젊은 남자를 다시 올려다 보았다. 다시 영정사진을 보았다. 혁수는 검은색 모자를 쓴 채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랬었군요.“
인환은 젊은 남자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색한 표정을 지우려는지 인환의 얼굴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르게 일그러져 있었다.
카지노 게임가 찾으려고 하였던 것이 무엇인지 그날 낡은 집에서 무엇을 확인하셨을까 인환은 점점 모든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참았던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채 태우지 못한 향이 조금씩 사그라졌다. 영정 속의 혁수가 쓴웃음을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