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오후를
버티다
잠이 들었지
너무 짧은
꿈을 꾸었고
깨어나면
혼자만
비현실적인 세상
마른세수를 하면
얼굴을 훑고 가는
갈라진 손톱 끝이
아직도 아물지 않았네
그것만 빼고
다 좋은 하루였어
해도 지지 않았는데
어둑해지는 하늘
바람도
쉬어 가는
오늘은
하루가
얌전하기만 해
별 다를 거 없는
하루가
천천히
저물려는 가봐
구름이
조용히 오네
소리 없는
비가 내리네
길가에 떨어진
봄들이
조용히 흘러
우산이
없어도 될까
떨어지는
봄들을
머리 위에
잔뜩 묻혀서
집으로
데려갈까
봄비는
그쳐도
봄이
계속
내리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