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2025, 필립 바랜티니)
카지노 게임을 촬영하면 영화가 될까? 아니다. 그것은 영상 기록물이다.
영화와 카지노 게임은 어떻게 다른가.
영화는 컷들의 총체다. 매 컷은 몇 번의 테이크를 거치며 최상의 결과로 채택된다.
컷들을 원하는 순서로 배치시킨다. 컷들 간의 호흡에서 영상은 이야기가 된다.
다른 시간대에 실재하던 순간들을 한데 모아
마치 개연적으로 일어난 듯하게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이 영화다.
카지노 게임의 핵심은 실시간성과 가상성이다.
카지노 게임이 시작된 이상 편집될 수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조악하게 꾸며진 세트장 위에서, 배우들은 몰입을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뛰어든다.
불완전한 무대 위에 세상이 빚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나를 단절한 채 가상의 세계가 된 무대를 내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소년의 시간은 영화의 재현성이 카지노 게임의 실시간성으로 전달된다.
고정된 무대와 조악한 세트장이 아니라, 현실처럼 재현된 건물들을 실제 자동차를 통해 이동한다. 이런 점에서 카지노 게임보다 더욱 우수한 재현성을 갖춘다.
컷을 없앰으로써 실시간성을 갖췄다.
배우들의 눈에선 옅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약간씩 마가 뜨고, 대사를 떠올리느라 집중력이 흩어지는 모습도 즐비하다. 때로는 카메라가 너무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라 카지노 게임식으로 몰입을 이어가기에는 영화적인 요소가 방해를 한다. 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크린을 넘어 현장성과 가상성을 획득하게 느끼게 된다. 분명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만 통제된 세상을 담는 중인 영화의 형식인데도, 불안정성에서 오는 위기를 느끼는 배우들의 긴장에서 이 모든 것이 가상의 극임을 확인하게 되어 기존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던 카지노 게임적 긴장감이 전해져 온다.
도전적 과제들을 하나하나 수행하며 1시간의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완벽함을 해치는 환경 속에서 소년의 시간은 카지노 게임성이라는 속성을 가지게 됐다.
영화의 형태를 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의 핵심 속성을 파악해 극영화로 녹여낸 기획과 이를 가능하게 한 치밀한 프로덕션의 결과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PS.
촬영의 난이도를 위해 카메라의 이동이 제한되거나 등장인물을 줄이지 않았다.
카메라는 화려하게 춤을 추고 인물들은 자연스레 엉킨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교실을 거닐다 못해 전교생을 운동장으로 집합시켰다가 해산시키기까지 한다.
추격전 이후에 드론으로 연결되어 전경을 찍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인물을 비추며 끝나기도 한다.
롱테이크 노하우를 한데 모아 촬영 통제의 극한을 시험하는 듯하다.
*자석을 이용해 카메라를 드론에 살며시 부착하고 다시 받았다.
*카메라 회전 상 노출을 피할 수 없는 스텝들은 엑스트라 분장을 입고 일하며 엑스트라 속에 녹아들었다.
하루에 2번씩 촬영했고 각 회차당 10 테이크 정도를 진행하여 최선의 테이크를 결과물로 툭 내놓았다.
대부분의 편집과정이 수백 수천 개의 컷을 각각 고른다는 것과 무척 다른, 마치 소 한 마리를 통으로 사는 듯한 투박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