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펠리치아노의 <Rain을 처음 들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친구집에 놀러 가서 숙제를 대충 끝내고 FM라디오를 들으며 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귀에 확 꽂히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띠롱띠롱 띠롱띠롱' 하는 특이한 멜로디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그 이후로 비만 오면 이 노래가 생각났다.
호세 펠레치아노는 1945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 후천성 소아 녹내장에 걸려 시력을 잃어버렸다. 9살 때부터 기타를 배웠고 18살 때 뉴욕으로 진출해서 처음 무대에 섰다. 1964년부터는 뉴포트포크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제법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65년 데뷔앨범을 발표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68년 그래미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성 가수상과 신인 가수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Rain, <Gypsy, <Once there was a love, <Feliz Navidad, <Che Sara등이 큰 인기를 얻었고, 리메이크한 <California dreaming, <Susie Q, <Sunny도 사랑을 받았다.
감성적인 가사에 비음과 애수가 가득 찬 특유의 목소리가 내 정서에 맞았다.
내가 특히 좋아한 노래는 ‘레인’, ‘집시’, ‘완스데얼 와저 어 러브’인데 이 노래와 연결된 추억도 있다.
(Rain)
이십 때 초반으로 기억한다. 비 내리던 어느 날 근처 포장마차로 술을 마시러 갔다.
포장마차 아주머니께 테이프를 건네주며 rain을 틀어달라고 했다.
띠롱띠롱 띠롱띠롱 후드득후드득
퍼붓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방울방울마다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이 커져만 가요
밤새도록 비를 내리게 해요 우리가 함께 있는데 날씨가 무슨 상관있나요…
포장마차에 앉아있던 그 시간,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https://youtu.be/PFOkkRisKww?si=k70m3M9szsD6xClp
(The gypsy)
그의 기타 연주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세상을 떠도는 집시의 삶을 그린 노래라고 한다.
나는 대지위를 떠돌아다니지
내 기타는 낡고 수명이 다 돼 가지만 그녀는 내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어떤 곡은 당신을 웃게 하고 어떤 곡은 당신을 울리는데 그 이유는 나도 몰라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상상을 제일 많이 한 곡이다.
그의 만 분의 일만큼이라도 칠 수 있길 바라며 기타 연습을 하고 있는데…
https://youtu.be/P89XFD7CRcI?si=4XSe5x-B3mq6c-E7
(Once there was a love)
군 입대 전 사귀던 여친에게 차이고(?) 나서 Lead me on과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
한때 바다보다도 더 깊은 사랑이 있었지 평생을 끌어안고 가고 싶은
하지만 어느 외로운 날 넌 떠나갔지 이젠 잊어버리기로하자 오래전에 어떤 사랑이 있었다는 걸
호세 펠레치아노에 빙의되어 노래방에서 (비장의 무기로) 몇 번 부르기도 했다.
https://youtu.be/hcVpmSFMyd0?si=iBgw4E_AHfJhthy8
가끔 옛 생각이 나면 호세 펠레치아노의 음악을 듣는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감성은 변하지 않았음을 느낀다.
지난날 무척 좋아했던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면 그때 그 시간의 풍경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삶의 활력소가 된다. 오늘도 공원을 걸으면서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를 들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표지 사진 : Daum
영상 : You 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