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형인 태윤은 구릿빛 피부에 듬직한 체격이었고, 동생 세윤은 왜소하고 희멀건 피부로 서로 남남인 듯 보였다. 중학생 때 엄마가 실종되고, 고등학생 때 아버지까지 실종되면서 남은 혈육이라고는 두 살 터울의 태윤과 세윤뿐이었으나 딱히 서로 살가운 형제는 아니었다. 무뚝뚝한 말투이긴 해도 태윤은 동생을 챙기는 편이었으나, 세윤은 겉으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엄마와 아버지가 실종되었을 때, 태윤이 형이라는 이유로 의젓함을 내비치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울음을 삼키는 동안 세윤은 초점 잃은 눈으로 가만히 곁에 서 있었을 뿐이다. 태윤은 그런 세윤의 모습이 너무나 큰 재앙에 압도되어 삶의 의지를 잃은 자의 그것과 닮아 더 안타깝게 여겨졌다.
태윤이 군대에 있는 동안 가장 괴로웠던 것 역시 세윤을 돌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남들은 벼슬 대접을 해준다는 고3 수험생 시기를, 카지노 가입 쿠폰 부모 형제 없이 홀로 보내야 했다. 그나마 태윤이 공군에 지원 입대한 덕에 3개월에 2번 정도는 휴가를 받아 세윤을 보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태윤의 우려가 무색하리만치 카지노 가입 쿠폰 혼자서도 학업과 살림을 살뜰히 챙겼다.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늘 중간 이상의 성적을 받았고, 특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진로도 확정한 상태였다. 살림살이랄 것도 없는 간소한 세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어질러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늘 깔끔했다.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만 먹기 때문이기도 했고, 결벽에 가까운 깔끔한 세윤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다. 가끔은 지난 휴가 때 들어선 집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아서, 태윤은 안도감보다 앞선 두려움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있었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이, 세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거점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형인 태윤이 제대할 때쯤 동생 세윤 역시 공군으로 입대했고, 태윤의 걱정과는 달리 세윤은 무사히 제대했다. 세윤이 군견병으로 복무하는 동안 군견 2마리가 모두 죽는 바람에 꽤 골치 아픈 일들이 있었지만, 워낙 노견이었던 데다가 군견막사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 분명해 세윤이 실질적인 책임을 떠안거나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세윤은 타인에게 궁금한 것도 없고, 딱히 공감하는 표현을 할 줄도 몰랐다. 상사에게 싹싹하게 굴고, 동료들과 고락을 나누며 나름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었던 신입사원 태윤이 보기에, 그런 세윤의 모습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에도 태윤의 걱정과는 달리 세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집에서 컴퓨터 한 대만으로 각종 외주 작업을 쳐내며 태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홈페이지를 제작하기도 하고 코딩으로 뭔가 작업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쪽으로 문외한인 태윤은 동생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생계를 일으키고, 자신의 능력으로 꽤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세윤이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외향적인 태윤과 달리 카지노 가입 쿠폰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성향이었다. 태윤이 아는 한, 친구랄 만한 사람도 없고 컴퓨터 외의 취미나 특기랄 만한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극도로 싫어해서 대중교통도 잘 이용하지 않았다. 그나마 외출하는 일이라고는 평일 오후 3시쯤 집 근처 주택가 골목을 혼자 걷는 정도였다. 가끔 길고양이를 만나면 나눠줄 간식을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로, 1시간을 걸어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한적한 시간대에, 카지노 가입 쿠폰 느릿느릿 걸었다. 아쉽게도 태윤과 세윤이 사는 동네엔 길고양이가 많이 사라져 간식을 꺼내어 줄 일은 드물었다. 그럴 때면 카지노 가입 쿠폰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태윤은 세윤의 깔끔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낭비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세윤에게 왈가왈부 잔소리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세윤이 유일하게 하는 활동적인 야외활동은 가끔 형 태윤과 함께 뒷산에 오르는 정도였다. 태윤이 중학생이 되던 무렵부터 아버지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자주 산에 올랐다. 아버지는 맑은 정신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찾아 들어가서는 소주를 2병이나 3병쯤 마셔댔다. 아주 다정하진 않았어도 무던히 두 아들을 챙기던 등산로 초입에서의 아버지는 곧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가장 폭력적인 중년 남자가 되고 말았다. 혼자 울거나 욕지거리를 퍼부었고, 손에 잡히는 돌멩이를 내던지거나 결백한 나무를 발로 차기도 했다. 그러다 태윤이나 세윤의 눈빛이 거슬리기라도 하면 구타가 시작됐다. 그나마 태윤은 맞다가 도망이라도 쳤지만 어려서부터 왜소했던 카지노 가입 쿠폰 그마저도 어려웠다. 아버지가 실종된 뒤, 3년 동안은 뒷산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결국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자신이 세윤을 이끌고 다시 그 산을 오른다는 사실이 얄궂게 느껴졌다.
보통은 체력이 좋은 태윤이 앞서고 세윤은 겨우 뒤따르는 모양새였지만, 뒷산에 오를 때만큼은 세윤도 포기하거나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세윤에게도 뒷산은 꽤 의미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여러 등산로를 꿰고 있던 태윤은 동생 세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매번 다른 길로 안내하기도 했고, 간혹 등산로가 아닌 자신만 아는 지름길로 세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어떤 지름길에선 문득 세윤의 눈빛이 더 총명해지기도 해서, 태윤은 형으로서 동생에게 건강한 취미를 하나쯤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뿌듯하게 여겼다. 더욱이 그 장소가 뒷산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상처를 딛고 다시 살아가고 있다는 어떤 희망까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