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열아홉 번째 카지노 게임이다. 오늘로 매일 카지노 게임을 한 지 114일째이지만 브런치에는 20여 일째 일기를 올리고 있다. 몇 편을 올려야 되나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10일, 20일, 30일 단위로 끊어서 각각 서너 편씩 올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시간에 올리려고 애썼으나 곧 그런 건 상관없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나는 직업 특성상 보통 사람들이 여유로운 점심 혹은 저녁에 수업을 하느라 가장 바쁘기 때문에 어차피 텄다. 그래서 그냥 내가 가능한 시간과 요일에, 이를테면 오후 3시 반에 올리는 식이다. 그렇게 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생각해 보면 이전에는 이만큼 사소한 일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어떤 일을 성취함에 있어서 참을성이 없는 나의 성질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물론 나는요가 자세를진득하게 유지하는 걸 선호하며가만히 앉아서책 읽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이건 그 물리적인 참을성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이외의 요소에 대한 참을성을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조바심이 많다-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듯하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 땅에 씨를 뿌리면 내일 싹이 올라와야 하고 바로 그다음 날에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유를 들어보니 참 굉장한 조바심이구나-라고 새삼 느껴진다.
조바심을 놓지 못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그 이면에 그림자처럼 기대감이 보인다. 나는 알지 못하는 앞날에 대해서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인데, 알고 보니 그러한 나의 특장점 중 하나와 이 조바심이라는 게 맞닿아 있었다.
암막 커튼을 걷어내면 환한 햇살이 사물을 또렷하게 비추듯 그 부분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그리고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인접해 있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는 걸. 성향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없고 그 모두를 활용하고 불러내는 것은 내 몫이라는 걸. 이렇게 스스로의 특징을 알아내고 왜 그런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카지노 게임이 주는 즐거움이자 의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