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숙이 Feb 08.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소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관심과 사랑 속에 피어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소녀



클레어 키건. 허진 옮김.

다산 책방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소녀』는 중편 소설보다 짧지만 단편 치고는 긴 소설이다.


작가가 우물, 양동이, 물에 비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이라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썼다고 한다.


1981년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둔 어머니의 일과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먼 친척 집에 맡겨지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무심하고 거칠고 불성실한 아버지, 임신한 채로 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하느라 지친 어머니.


그 속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하던 아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부지런하고 성실하지만 본인들의 아이가 없는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처음엔 낯설고 모르는 사람과 공간 때문에 두렵고, 데리러 온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놓고 가면서 얌전히 지내지 않으면 지옥의 맛을 보게 될 거라 말하고 휙 사라지는 아빠 때문에 불안했다.


하지만 오줌을 싼 아이를 감싸주고 매일 달리기를 시키며 같이 기다려주고 집 여기저기를 손잡고 다니며 알려주고 글을 가르쳐주고 맛있는 음식을 주는 부부의 보살핌에 서서히 안정을 찾고 행복해한다.


예쁜 새 옷과 양말과 신발까지 받고 읍내에서 돌아오다 동네 장례식에 가서 아이는 킨셀라 부부의 아이가 사고로 죽었으며, 처음 자신이 입었던 옷이 그 아이의 것임을 알게 된다.


곧 남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과 함께 집에 돌아가게 된다.


찬란한 여름은 끝났다.


아이는 헤어지는 순간 다시 달려 나가 킨셀라 아저씨를 껴안고 울며 “아빠”라고 부른다.



책의 뒷 표지에 적힌 글이 참 가슴 아팠다.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아이는 올바른 관심과 따듯한 보살핌 속에 하나의 꽃처럼 피어난다.


예의 바르게 말하고 글자를 읽고 정당한 자신의 자리에 자신이 있다는 안도감과 보호받고 사랑받는 기분도 알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에게 그것을 준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말을 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아이를 낳기만 한다고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뜻밖의 엔딩에 가슴이 찡했다.

클레어 키건의 글은 잔잔히 일상을 그리다가 마지막에 가슴 깊은 곳에 파동을 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