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살기 이틀째, 비가 온다. 나흘이 지났다...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계속 비가 온다. 도착한 날만 빼고 계속 가느다란 비가 내린다. 추위를 대신하는 겨울비, 외투를 대신하는 비옷이다.
그럼에도 2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은 가만히 집안에 웅크리고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러니 무료 카지노 게임맵에 나부끼는 깃발이 늘어갈 밖에. 먹고 걷는 일로 하루를 소일무료 카지노 게임 여행자에게 그깃발은 돛이다. 탐색의 수고로움은 끼니와 눈요기를 위한 동력원이다.
이른 새벽 뒤척이던 시차 부적응도 아침 7시께로늦춰졌다. 가까운 하턴시장(Chợ Hà Thân)이 냉장고로 들어왔고, 덕분에 요거트, 달걀프라이, 양배추전, 열대과일로 아침 밥상이 다채로워졌다. 그중 잭프루트는 무척 흥미로운 열매다. 치즈향에 질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 밤맛 나는 씨앗까지, 실속파 과일이다. 우리말로는 바라밀이라 하니 그 의미도 심상치 않다.
주변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쌀국수(Pho)는 물론 반미(bánh mì)와 미꽝(Mỳ Quảng), 반쎄오(bánh Xeo), 반콧(bánh Khot), 넴루이(nêm Lui), 넴느엉(nêm nướng), 짜조(Chảgiò), 각종 볶음밥과 외할머니주방(Bep Cua Ngoai)의 베트남 가정식까지 두루 맛본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두세 번씩 가는 식당도 생기고.
우리가 매운맛이라면 여기는 단맛의 나라인가 보다. 이곳 음식이 달큰하다 보니 먹을 땐 맛있지만 뒤돌아서면 왠지 개운치 않고 헛헛하다. Đi Lạc Coffee, Cafeholic, Brewman 등은 노트북을 들고 가 시간을 보내는 카페인데, 화이트든 브라운이든 코코넛이든 커피는 무조건 달다. 심지어 에스프레소조차 단맛이 난다.
안남미 냄비밥을 해보기로 했다. 우연히 발견한 한식 반찬가게가 힘을 보탰다. 찌개와 밑반찬 몇 가지로 집밥을 차리니 금세 밥공기가 비워지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이 올라온다. 짧은 입맛도 달래고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다. 매끼니는 아니지만 오래 머무는 동안에 이만한 식도락이 없는 듯하다.
저녁엔 선짜야시장(Chợ Đêm Sơn Trà)을 기웃거리다가 신발과 옷가지를 몇 점 사기도 한다. 한시장(Chợ Hàn)과 비교해 싸다. 뭐, 1~2만 동을 깎고 뿌듯해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그런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여러 가지 꼬치요리나 생과일주스, 아이스크림도 유명한데 머물 날이 꽤 많이 남아 참는다. 탈 나면 곤란하다.
빗물 축축한 인도 위엔 상가의 낮은 천막, 의자와 탁자, 화분과 주차된 오토바이가 발길을 가로막는다. 곳곳에 쌓인 쓰레기와 이따금 출몰하는 커다란 쥐에 깜짝 놀란다. 차도엔 끊임없이 차량과 오토바이가 경적과 매연을 뱉으며 어디론가 달려가는데 그 행렬의 끝을 잡고 건너느라 흠칫거리기 일쑤였다.
이젠 익숙해져서 골목길도 누빈다. 오토바이가 다낭 시민의 발이라면 무료 카지노 게임맵은 뚜벅이 여행자에게 눈이다. 강 건너 현대미술관과 참박물관, 2017 APEC 기념공원의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다낭대성당과 안하이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VP Bank ATM에서 베트남 화폐를 수수료 없이 인출한다. 이제 용다리(Cầu Rồng) 주변은 무료 카지노 게임맵 없이 다닐 정도가 되었다.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허세도 잠시, 호이안과 후에로 갈 날이 머지않았다. VNPT 앱으로 확인해 보니 공항에서 수령한 유심은 정체불명의 베트남인 앞으로 개통된 것이고 기한이 짧아 불안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충전하기 어렵다고 해서 비나폰(Vinaphone) 통신사를 찾아 30만₫을 주고 두 달짜리 유심으로 갈아 끼웠다. 이제 길을 잃을일은 없으리라.
허나 지도에 없는 것도 있다.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반얀트리(Banyan Tree)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귀신같기도 하고 간달프의 수염 같기도 한데, 영화 '아바타'에 나온 생명의 나무다.응우한선(오행산), 참박물관, 안하이성당 앞의 나무 크기가 남다른데, 한강변 가로수에도 가지 사이엔 어김없이 촛불 제단이 놓여 있어 영험이 느껴진다.
반얀은 지혜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말무료 카지노 게임 반야(般若)의 어원이라고 하니 '이 나무 아래서 바라밀(Jackfruit)을 먹어 보면 어떨까?' 하는 싱거운 생각을 해본다.무료 카지노 게임 않는 지도를 따라 12월을 보내는데, 비에 젖은 다낭의 맛과 느낌은 마음속 지도에 새겨진다.
<추기
카페 앉아 글을 쓰는 지금,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 추락 사고가 보도되었다. 내란 수습만으로도 벅찬데 대형참사까지 발생하다니, 2024년의 12월은 어찌 이토록 잔인한지 모르겠다. 반얀트리 아래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