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안에 카지노 게임들을 농축하다...
며칠 전 어떤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다. 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처한 상실의 상황을 침착하고 흔들림없이 전화기 저편에서 내게 전달했지만 난 요령없게도 그 아픔에 전염되어 버렸다. 그리고 문득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카지노 게임를 떠올렸음을 고백했다. “글쎄 잘은 모르겠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 네가 생각이 나더라구. 선물을 해줄 수도 있지만 시간이 걸릴테니 사서 읽도록 해.” 그리고 카지노 게임는 카지노 게임답게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요?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야 어째서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카지노 게임를 떠올렸을까 잠깐 생각에 잠겼다. ‘뭘까?’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스물여덟 고즈에가 살아가는 법... “혼자만 되면 이런저런 행동을 해보지만,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삼 년 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와 여동생뿐이다)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표정을 짓는다. 나이에 걸맞게 세상물정 잘 아는 여자로 처신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별탈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고즈에의 삶에 낯선 틈입이 생긴다. 두 살 아래의 동생 미도리가 결혼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세속적으로 발달한 미도리에게 남자가 생기다니, 아니 생긴 것이 아니라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니... 결혼을 꿈꾼 것은 정작 자신이었고, 동생은 사회적인 성취를 원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쉽게 부끄럼을 타고 쉽게 자신을 숨기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고즈에, 하지만 그런 고즈에가 밉지 않고 어느 순간 굉장히 강할 지도 모른다, 라는 상상하게 만드는 단편.
「조제와 호랑카지노 게임 물고기들」. 표제작이자 영화를 통해서 이미 그 진가를 충분히 확인한 스물다섯 조제가 살아가는 법...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원인도 모른 체 뇌성마비 환자가 되었고 스물다섯이 되었고 츠네오를 만난 조제는 자신의 처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이 있다. 인형처럼 가늘고 힘업는 다리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충분히 사랑스럽다. 영화와는 달리 애매한 해피엔딩에 다다르지만 그것도 만족스럽다. 조제와 같은 여자는 사랑받아야만 한다. 그녀는 강하므로...
「사랑의 관」. 열아홉 살의 조카 유지를 톡톡 건드리며 즐거워하는 스물아홉 살의 이혼녀 우네가 살아가는 법... “...유지를 보면 모든 게 신선하다. 투박하고 앙상한 손을 흔드는 모습이라든지, 의자나 테이블 위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다리, 부드럽고 검은 머리칼이 볼에서 흐트러지는 모습. 우네는 그가 일요일 오후에 불쑥 찾아오면, 이모로서 늘 상냥하게 맞아준다. 그러나 그가 뒤축을 눌러 신은 스니커즈를 벗어던지고 젊은 남자의 땀 냄새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오면, 현관문을 닫고 고리를 걸고, 드디어 먹잇감을 찾았다고 외치며 마구 웃어젖히고 싶은 기분에 빠져든다. 언제부터 그런 기분이 일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우네의 철지난 여름 휴가에 유지가 끼어든다. 자신에게는 냉랭하지만 시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활짝 웃는 우네를 이중인격으로 몰아갔던 우네의 전남편, 하지만 이제 우네는 자신이 정말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중인격의 우네는 이제 배다른 언니의 아들인 열아홉 건강한 유지와 사랑을 나누게 될까?
「그 정도 일이야」. 치키라는 손가락 인형을 통해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총각 호리에게 사랑을 느낀 서른 살의 유부녀 가오리 씨가 살아가는 법... “예전에는 남편이 일에 몰두하고 직장 동료와 긴밀한 우정을 나누는 데 질투를 느끼기도 했지만, 이젠 그것을 배려해줄 만한 여유가 생겼죠... ‘그럴 만도 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에 휘둘리다보면 무엇보다 사치스럽게 투자해야 할 사랑의 시간도, 티스푼 하나 분량밖에 안 되는 눈 깜짝할 사이의 사랑으로 처리해버리고 말아요. 그런 남편의 습관에 대해서도... ‘……그럴 만도 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아요.” 가오리가 이런 변화를 갖게 된 것은 자신만의 일을 가지게 된 후이다. 그리고 이후 자신의 일에 대해 성실하게 관심을 가져준 청년 호리, 아무런 특징도 없이 매우 평범한 스물넷의 호리와 연애라고 부르기엔 조금 미진한 관계를 갖는다. 두 사람은 손가락 인형 치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상대방에게 전달하지만 아직 잠을 자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눈이 내릴 때까지」. 결혼할 마음은 없고 자신에게 뭔가를 느끼고 다가오는 남자만은 은밀하게 선별하여 사귀는 마흔여섯 카지노 게임코가 살아가는 법... “카지노 게임코는 십 몇 년이나 옷감 도매상에서 경리 일을 맡아하고 있다. 삼사십 명 정도 일하는 가게로, 월급은 보잘 것 없지만, 가정적인 분위기라 좋았다. 카지노 게임코는 소박하고 수수한 분위기의 평범한 사무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언니가 주장하듯이, 세상 사람들 눈에는 혼기를 놓친 음침한 올드미스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면에 노련한 남자라면, 카지노 게임코의 몸에서 뭔가가 발산되고 있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어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카지노 게임코는 꽂꽂이 교실에서 만난 유부남 오바와의 관계에 푹 빠져 있다. 앞으로의 일 같은 것은 카지노 게임코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섹스가 시작될 때마다 마치 첫 번째 섹스처럼 부끄러움을 타고 있는 자신, 이제야 자신의 유카타를 벗기는 오바의 손에 움츠러들지 않는 사랑스러운 현재의 자기 자신이 있을 뿐이다.
「차가 너무 뜨거워」. 방송작가로 성공한 서른두 살 아구리가 살아가는 법... “아구리는 좋은 글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재능이라기보다는 감각이라고 할 뭔가가 있었다. 아마도 태어나서 자란 환경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들은 한결같이 개성들이 강해서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는 늘 다투기만 했다. 화를 내거나 싸우는 어른들 틈에 끼여 자라느라 자연스럽게 동물적인 균형감각이 발달하여, 대상과 자신의 거리를 가늠하는 버릇이 몸에 배었다. 아마, 그것이 글쓰기 욕구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시오카와의 관계가 어긋난 것이 이 세계로 뛰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요시오카가 몇 년만에 성공한 아구리를 찾아왔다. 노처녀 아구리는 이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다. 어딘지 어색한 냄새가 나고 옛애인인 요시오카는 너무 변했다. 카지노 게임는 이런 식으로 옛애인을 만나는 것이 싫다.
「짐은 벌써 다 쌌어」. 전처와 아이들을 두고 있는 어린애 같은 남편 히데오와 함께 사는 마흔두 살 에리코가 살아가는 법... “...결혼하길 잘한 거라고 생각했다. 히데오는 물론이고, 에리코 또한 지금까지 허무하게 보내버린 인생을 되찾은 듯이 즐거웠다. 에리코가 덴노지에 가는 일은 없지만, 때로 히데오와 함께 초등학생 자식들을 데리고 덴노지 동물원이나 한신 공원에 놀러가기도 하는 가짜 모자 놀이를 즐겼다...” 전처와 아이는 남편의 본가에서 살고, 카지노 게임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낳지 않은 채 따로 살고 있다. 남편은 간혹 본가에 들러 아이를 돌봐야 하고 아들의 사고 처리도 해야 한다. 즐거움을 위해 히데오와 결혼했고, 아이를 비롯해 모든 것은 에리코의 몫으로 삼고 싶지 않다. 카지노 게임는 짐을 싸놓은 상태로 아들의 사고수습을 위해 본가에 들른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카지노 게임는 히데오와 계속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사로잡혀서」. 팔년의 결혼생활 끝에 갑자기 이혼을 통보받은 서른 다섯 리에가 살아가는 법... “침대에 들어가서 혼란을 정리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스물세 살 난 젊은 여자가,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 하고 있고, 미노루는 카지노 게임를 재미있는 여자라고 말한다. 그 사태를, 미노루의 그런 말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렇게 최초의 통보를 받고 미노루에게 부탁하여 스물셋 여자아이를 함께 만나고, 이제 남편은 새로운 신부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린 남편은 카지노 게임에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아무런 집착도 남지 않았다. 떠나가는 남편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영 시덥잖고, 방광염이 도져도 부를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카지노 게임는 이제 자유롭다, 혹은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머핀을 싫어해」. 워커홀릭인 마흔두 살의 패션 회사 사장의 별장에서 그를 기다리는 미미가 살아가는 법... “렌은 조난 긴급구조자처럼 섹스를 한다. 그게 마음에 든다. 다시 말해, 섹스가 참으로 섬세하다는 것이다. 섹스 경험은 많지 않지만, ‘멋진 섹스’는 나카지노 게임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형편없는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고, 젊어도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상상력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머리 나쁜 남자와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남자가 멋진 섹스를 할 리 없다.” 하지만 렌은 섹스도 좋아하지만 일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그는 별장에 애인인 미미를 두고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미미의 투정에 지칠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미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조카 시몬을 자기 대신 별장에 보낸다. 미미는 어쩌면 그가 그녀를 자신의 일에 투여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미미는 시몬과 함께 별장을 떠난다. 정처없어 보이지만 애초부터 정착을 기대하는 미미도 아니었으니...
아마도 내가 책을 권한 카지노 게임는 책을 샀을 것이다. 읽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책을 사기는 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는 그렇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카지노 게임들이 카지노 게임 안에 농축되어 있다. 길바닥에 늘어붙은 비둘기 사체에 흥미를 보이는가 하면, 노래 실력이 생각보다 별로라는 말에 사나흘은 너끈히 삐진다. 자신이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하게 눈물 흘리기도 한다. 카지노 게임는 잘 살아낼 것이다. 소설 속의 카지노 게임들이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절망 대신 자유를 가슴 속에 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맹랑한 희망 대신 욕망의 컨트롤을 터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다.
다나베 세이코 / 양억관 역 / 조제와 호랑카지노 게임 물고기들 / 작가정신 /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