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의 질서
지는 해와 뜨는 해는 닮았다. 따지고 보면 같은 형체를 다른 위치에서 보게 되는 것뿐인데, 뿜어내는 표현과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 계절이 바뀌고 대지와 자연은 새 생명을 잉태하고 그 들을 세상에 온갖 모습으로 배출한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자기 생명을 단속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가 되면 스러지고 다시 피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인간은 순환기가 긴 생명일지 모른다. 그래서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 긴 보호를 받고, 오랜 시간 동안 정욕을 불태우며 때로는 욕심으로, 때로는 비굴함으로 또 때로는쓸쓸한 이성으로 그렇게 자기의 모습을 간직하려 애쓰며 살다가 시간의 흐름에 굴복할 때쯤이 돼서야 자연의 순환에 경이로움을 깨닫고 숙연해지는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지배한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아침 일출에 넋을 잃는다. 그 자연에게 소망을 풀어대고 길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돌아서기 일쑤다. 사람들은 본분을 망각한 지 오래됐는지도 모른다. 짧은 순환기를 갖는 것들과 조금 더 긴 것들과 또 아주 긴 것들의 조화에서 우리는 탄생과 소멸의 이치를 늘 본다. 그렇지만, 늘 보면서도 어떤 찰나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 마치 외면하듯 모른 척 산다. '외면하지 말자' 되뇌고,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려 애쓰면서도.
비가 내리는 아침!!
새 생명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줄 식량 같은 비가 곱게 내리는 날이다. 바람도 없고 다소곳이 비만 자신의 독주곡을 들려주고 있다. 경쾌한 왈츠가 어울릴 것 같은 아침에 웅장한 서사를 그려낼 교향곡이 듣고 싶은 이유는 그저 이 아침의 상념이 만들어낸 욕구다
매해 찾아오는 봄의 향연은 해마다 나를 깨우고 또 깨우고, 그래서 이 봄이 또 새롭다.라일락 향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