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리뷰
영화의 주요 무대인 미술관과 동물원은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공간은 제목 그 자체이기도 하며, 사건이 일어나는 주요 무대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의 취향과 성격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활기차고 본능에 솔직한 동물원의 철수와 정적이고 내향적인 미술관의 춘희. 이들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시나리오 속의 인공과 다혜도, 동물원 수의사와 미술관 안내원으로,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을 갖는다. 철수가 춘희의 분신인 미술관 다혜의 등을 떠밀며 좀 더 적극적이길 주문할 때, 춘희는 철수의 분신인 동물원 인공에게 자상하고 세심한 배려를 요구한다. “풍덩 빠져드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물드는 사랑도 있다”는 걸 깨달은 춘희는 동물원을, 귀대를 앞둔 철수는 미술관을 찾아간다. 이렇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침범당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기로 하고 서로에 대한 좀 더 깊은 탐색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결혼식장에서 웨딩 촬영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지내는 춘희네 집에 철수가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철수는 춘희의 집을 예전에 사귄 여자 친구 다혜의 집으로 착각하고 찾아오게 된다. 영화는 철수가 춘희의 밀린 월세를 내주고 열흘 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면서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의 시작으로 전개된다. 춘희는 시나리오 공모 중이었고 독수리 타법을 맹렬히 구사하며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철수는 그 일을 돕게 되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서로의 내면을 알게 되는 연애편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춘희와 철수 두 남녀는 모두 짝사랑 중인데, 사실 짝무료 카지노 게임 일방적인 시선으로 나의 시선 속에 변하지 않는 상대를 담는 방식이다. 가끔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상상에 가까운 이것은 변함없는 상대를 소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와 나의 거리를 좁히기는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리고 짝사랑의 대상이 짝을 만나거나 결혼에 골인하게 되면 유리창처럼 깨져버리는 잔혹한 현실까지.
다혜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철수와 짝사랑하는 인공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못한 채 얼쩡거리고만 있는 춘희의 모습은 두 사람이 쓰는 시나리오에 그대로 담긴다. 철수가 춘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춘희가 철수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사랑에 대한 생각이 영화 속에 담긴 영화로 전개된다. 춘희와 철수의 엉뚱한 인연과 담백한 연애담을 보는 즐거움은 물론 연인과의 관계, 사랑에 대한 철학을 두 사람이 써나가는 시나리오 <미술관 옆 동물원을 통해 엿보는 재미도 한 몫한다.
짝사랑이 단순히 나의 시선 속에 상대를 가두고 혼자 상상하거나 생각하는 것이라면,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지 않는 대답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의 연속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틀은 사랑에 빠진 시선을 상징한다. 춘희의 시나리오 안에 등장하는 미술관에 걸린 수많은 액자는 그녀가 바라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시선과 감정들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철수와 함께 앉아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창 틀 너머는 살아있는 대상과의 소통, 그녀가 원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누군가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현실에서의 사랑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춘희와 철수의 짝사랑은 모두 실패한다. 하지만 상상 속 그와 그녀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된 영화의 결말은 짝사랑 혹은 썸 타는 일에 중독되다 못해 이제는 지쳐버린 청춘남녀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겠다. 이런 결말은 어쩌면 영화이기에 가능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류의 동화일 수도 있고.
춘희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다"라고 한다. 그리고 철수는 "춘희야. 예쁜 양말, 새 구두, 새 옷. 그런 것보다 더 예쁜 건 너 자신이야. 세수도 잘 안 하고 이빨도 제대로 안 닦고, 음식 먹을 때 괴상한 소리를 내는 너. 그런 너를 알아줄 사람이 있을 거야. 힘내"라고 말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감정은 대상의 허물이 되거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도 "그럴 수 있지."의 시선으로 감추어 준다. 결혼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모를까. 무료 카지노 게임의 유효기간 동안은 그런 부분들마저도 무료 카지노 게임스러운 부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청춘남녀의 기막힌 동거이자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며 사랑을 찾아가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는 짝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안겨주는 영화이다. 비록 우리는 춘희와 같은 외면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개개인의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영화 속 철수처럼 그런 매력을 봐주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