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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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Feb 28. 2025

목련

어느 봄의 끝자락에서
나는 차가운 벽을 더듬었다

흙 속에서부터 기다려온 것들은
하얗게 너무 하얗게 피어나
마침내 흔들리고 있었다

너는 눈부시게 피었으나
그 끝을 알고 있었지


비가 오기 전
저문 하늘 아래 네 잎은
가장 고요히 젖고 있었네

이른 봄날 나는 너를 본다
나의 것들이 모두 흩어질 때
그 흩어짐마저 품고 있던 너를

아무 말 없이 무너지는 것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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