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 받은 카지노 게임
음원 쓴 콘텐츠 전부 막혀
국내 팟캐스트 최대 플랫폼이었던 팟빵이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사망선고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간의 정이 있어 '시한부' 정도라고 했다. 유튜브가 대세 플랫폼이 된 상황에서 네이버TV나 오디오클립마저 존재감이 사라졌으니, 중소 플랫폼인 팟빵이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중적인 팟캐스트 플랫폼보다는 '매불쇼'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의 역할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오늘(23일) 팟빵을 열어봤기 때문이다. 상당수 콘텐츠가 '저작권'에 걸려 송출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한때 열렬한 팟빵 유저이자 팟캐스트 제작자였던 나고 3주나 지나서야 이를 알았다. (2022년 이후로는 나도 팟빵을 잘 들어가 보지 않게 됐다.)
공지창을 보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의 저작권료 협상이 불발되면서 웬만한 음악은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 공지가 1월 17일 붙었는데 여태껏 몰랐다.
혹시나 싶어 뉴스 기사를 뒤져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콘텐츠 중 일반인들이 올렸던 것 대부분이 막혀 못 나오게 됐는데 일언반구조차 없었던 것.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로 카지노 게임의 위상이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 측은 음저협 측을 비난했다. 지나친 가격 인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카지노 게임의 트래픽이 줄고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을 것이라는 짐작을 한다면, 음원 사용료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이 와중에 그간 올렸던 콘텐츠가 통째로 막혀버리게 됐다. 저작권료 때문에 국내 음원은 거의 안 썼고, 쓰더라도 해외 플랫폼에서 얼마 간의 돈을 지불하고 사 온 것들을 배경음악으로 썼는데, 그것도 막히게 됐다.
맥용 음악편집프로그램인 로직프로X '루프'에서 제공하는 음악에서 따와 만든 배경음악도 쓸 수 없다고 한다. 공짜인 줄 좋다고 썼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간 이 플랫폼에서 내 채널을 키워보려고 공을 들여왔건만. AI음성 같은 것도 실험해 보곤 했는데... 이젠 한 시대, 특히 음성 콘텐츠 시장의 종언을 알리는 것 같다. 유튜브 천하 통일이라고나 할까.
해외에서는 여전히 팟캐스트 채널들이 사랑받고 있고 유명인들이 출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언론사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고.
그냥, 우리나라는 유튜브 일방향으로 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내 20대를 꾸몄던 싸이월드가 몰락하고, 열심히 꾸몄던 엠파스 블로그가 네이트로 흡수됐다가 또 사라지고. 다음블로그도 역사속으로 가버리고. 그냥그냥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