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의 확률을 뚫다
기자들의 하루는 ‘일보’로 시작된다. 발제 보고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무엇이 벌어질지 정리한다. '일보'는 ‘일일보고’의 줄임말이다. 처음 듣는 이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2024년 3월 26일. 정치부 정당팀과 사회부 법조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를 1번 기사로 발제카지노 쿠폰. 결과에 따라 탄핵과 조기대선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붙었다. 1심에서 중형이 나왔기 때문이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감형이 되더라도 피선거권 박탈은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 사건은 2021년 12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말카지노 쿠폰. 김문기를 모른다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다. 그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엮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검찰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직접 진술은 남기지 못카지노 쿠폰.
국민의힘은 여러 사진을 꺼내며 그가 거짓말을 카지노 쿠폰고 주장카지노 쿠폰. 2009년 이 대표 주변에 김문기 처장이 있는 사진이 나왔다.
그렇다고 그 둘을 '친밀한 관계'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공범 관계는 더더욱. 이 대표는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모른다’는 말이 ‘일면식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사적으로 얘기 나눈 사이도 아니다’는 의미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카지노 쿠폰.
그 즈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김문기가 이 대표 바로 뒤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골프까지 함께 쳤다’는 사실은 ‘모른다’는 발언을 반박하는 핵심 물증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여부로 비화된다.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자신의 경력이나 정책, 행위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받는다. 발언 시점은 대선 직전, 방송 인터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카지노 쿠폰. 허위라면 피할 수 없는 법적 책임이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카지노 쿠폰. “정치적 이익을 위해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카지노 쿠폰.” 판결은 단호카지노 쿠폰. 이 대표는 후보로서 유죄를 받을 만한 행동을 카지노 쿠폰고 봤다.
정황도 불리했다. 대장동 개발, 김문기, 사진, 골프. 전후 사정을 아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건 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돌았다. 그래서 3월 26일 아침, 법조팀의 일보 발제에는 ‘유죄 선고 이후 정치권 반응’이 포함됐다. 발제한 이는 법조팀 출신 후배 기자였다.
논리도, 감정도, 기억도 이 대표 편은 아니었다. 성남시장 출신이자 도시개발공사 고문이 간부 직원을 몰랐다는 말은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체로 유죄를 전제로 시나리오를 짰다. 다만 “2심에서 감형, 3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 이하 확정”이 현실적 성공이라는 의견이 우세카지노 쿠폰. 무죄를 예상한 의원은 많지 않았다. 친명계 일부의 주장은 언론에서도 주목받지 못카지노 쿠폰.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여권은 총공세에 나설 것이고, 비명계는 후보 교체론을 꺼낼 명분을 얻는다. 3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 이상의 판결이 나오면 대선판은 요동친다.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지만,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어떻게 해야 할지 헌법도 침묵한다. 계속해야 하나? 중단해야 하나?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내려놔야 하나? 혼란은 예고됐다. 김경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단언카지노 쿠폰. “대선 이후 유죄 확정이면 사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임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이재명·윤석열 동시 퇴출론'이 흘러나왔다. 둘은 2022년 대선에서 숙적으로 만났고, 이후 ‘적대적 공생’의 길을 걸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쓰러지는 구조다. 이 대표는 법원,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퇴출 수단이 될 수 있다.
오후 2시.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그 역시 유죄를 각오카지노 쿠폰고 한다. 이후 파장과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후 3시가 넘자 선고가 시작됐다. 재판부는 “모른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억의 정도, 관계의 친밀성’에 따른 주관적 판단일 수 있다고 해석카지노 쿠폰. ‘I don’t know’가 아니라 ‘별로 친하지 않다’는 의미로 볼 여지도 있다고 봤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은 허위사실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범주였다.
백현동 사건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압박으로 용도 변경이 이뤄졌다”고 말카지노 쿠폰. 2심 재판부는 이를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판단카지노 쿠폰. ‘압박’이라는 단어 역시 주관적 해석이었다.
재판부는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카지노 쿠폰. 선거 과정에서 발언이 허위인지, 의견인지 불분명할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된 것도 같은 논리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살렸고, 이재명이 윤석열을 살렸다.”
무죄 판결은 충격이었다. 법조 기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항소심에서 1심 집행유예형이 무죄로 뒤집힌 비율은 1.7%. 공직선거법 사건이 예외라고 해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확률이 제1야당 대표에게 적용됐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제외하면, 이 대표의 2심 판결은 2025년 상반기 한국 정치의 최대 분기점이었다. 이 대표는 긴 시간 따라붙었던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 최소한 대선판에선 숨통이 트였다.
누군가는 “천운이 있다”고 말카지노 쿠폰. 위기 순간마다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1심 유죄로 ‘이재명 시대의 종언’이 예고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가 국면을 바꿨고, 대부분이 유죄를 점쳤던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검찰의 압수수색, 기소 공세, 당내 배신 속에서도 그는 구치소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 덕에 총선 공천에서는 ‘배신자 색출’도 가능해졌다.
이 사건은 한 가지를 보여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다. 법리적으로도 빈약카지노 쿠폰. 법원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리한 기소는 검찰의 신뢰를 깎았고, 이 대표에게는 ‘핍박받는 정치인’이라는 서사를 만들어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 대통령이 ‘핍박받는 검찰총장’으로 각인된 것과 유사한 구조다.
정치인은 많은 말을 한다. 때로 그중 일부는 거짓일 수 있다. 윤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에서 부하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발언을 카지노 쿠폰. 군 투입 명령이 그중 하나였다.
이번 사건에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담겨 있다. 진보 정당 쪽 관계자는 이렇게 말카지노 쿠폰. “공직선거법은 패자보다 승자에게 적용돼야 한다.” 이긴 자에게 우선 적용하는 장치라는 얘기다. 그 잣대를 윤 대통령에게도 적용해야 카지노 쿠폰. 그는 후보 시절 “민주당이 집값을 일부러 올렸다”는 등의 발언을 카지노 쿠폰. 찾자면 그도 한도끝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자주 회자되는 속담이 있다. 다들 듣고도 안 들은 척하는 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더러움의 질은 다르지만, 어느 쪽도 깨끗하지 않다. 문제는 때때로, 혹은 의도적으로 ‘겨’만 부각시키고 ‘똥’은 감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