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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8. 2024
카지노 게임 자신에 관한 게임
웬일인지 우리는
설명서를 보지 못한 채
카지노 게임에 뛰어들었다.
룰을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하면 좋으련만
설명서는 어디에 뒀는지 알 길이 없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규칙쯤이야,
도구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지 않은가?
특별한 카지노 게임가 되어 세상을 정복하던지
세상을 정복하여 특별한 카지노 게임가 되던지
어쨌든 간에 룰을 숙고할 여유 따위-
한가한 사치일 뿐.
의지와 상관없이 갇힌 무인도에서
망연자실 가만히 멈춰 바라보다...
평온한 하늘을 발견한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한 카지노 게임인가?
카지노 게임는 주사위를 굴릴 뿐
승패를 가르는 결과들은 의지와 노력 너머에 있다.
중요하다고 믿은 것들이 그저 운이고 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중요한 것인가?
문득 이 카지노 게임은
정복에 대한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 자신에 관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카지노 게임의 설계자, 지켜보는 이는
무엇을 어디까지 정복하느냐에 관심이 없다.
그는 오직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카지노 게임하는 지를 본다.
정복하여 능력을 올리는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경험하여 (이미 가진) 능력을알게 되는 카지노 게임이다.
그러니 어떤 이는 정복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승리를 한다.
지켜봄으로
고요한 순간 발견한다.
카지노 게임판을 지켜보는 이, 룰을 짜는 이는
플레이어와 긴밀한 존재다.
플레이어는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는 여전히 플레이어다.
정복하고 증명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