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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Sep 05. 2023

마음이 완전히 소모되기 전에...

chapter 1. 관계

episode2.

박성실과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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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박성실은 퇴근을 했다.

18평, 20년 된 연립 주택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따라 스펀지에 흡수되듯,


걷는다기보다 걸어지고 있다.

소모되어 축 처진 어깨를 간신히 끌어서

걸음이 김성실을 집으로 데려간다.

네 살 아들이 깰까,

조심히 문을 여니 캄캄한 거실,

고요한 식탁 조명 아래 와이프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왔어?"


아내의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이다.

하루종일 일무료 카지노 게임 온 남편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눈치다.


"잠이나 자지. 뭐 무료 카지노 게임 있어?"


박성실의 목소리가 퉁명스럽다.

요즘은 그냥 별 거 아닌데도 짜증이 난다.


'애 엄마가 애 잘 때 자야지. 다크서클이 저게 뭐야.'

성실은 늦은 시간까지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


"육아하랴 살림하랴 일할 힘이 없을 것 같은데, 당신도 참 대단해."


숨기느라 숨긴 건데,

묻어나는 빈정거림은 어쩔 수가 없다.


"여보는 일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되겠지만 난 반대야. 육아무료 카지노 게임 살림무료 카지노 게임 소모된 에너지를 일을 하면서 충전한다고."


은영의 말이 성실의 심기를 묘하게 건드린다.

참았던 불만이 기어코 기어 나온다.


"그래, 맞아. 난 회사에서 비위 맞추고 하기 싫은 거 무료 카지노 게임 심장 다 내놓고 일하다가 집에 와야 충전이 좀 되는 [보통] 사람이거든. 당신처럼 꿈 찾아 좋아하는 일 하는 [팔자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집에서라도 좀 편히 쉬고 싶은데, 와이프란 사람은 남편이 와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거 같네."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아내.


"팔자가 좋다고? 내가 얼마나 아끼며 눈치 보며 살고 있는데...!"


순간 은영은 크게 숨을 쉬었다.


'진정하자. 내가 마음공부 몇 년차인데. 이런 감정에 끌려다니면 안 되지. 저 사람도 피곤해서 저러는 거잖아.'


"여보 난 내 시간이 간절해. 자기 나 일 좋아하는 거 알잖아. 결혼무료 카지노 게임 나서 일도 못무료 카지노 게임 하루종일 아이 돌보고 살림무료 카지노 게임 이 시간이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라고."


"솔직히 그게 일이야? 취미지. 하는 것까진 못 말리겠는데, 차라리 일이라고 하지 마. 그래야 나도 기대라도 안 하지. 나 잘게. 적당히 무료 카지노 게임 자."


안 봐도 뻔한 아내의 얼굴을 외면하고, 비어있는 안방으로 들어온 김성실은 가족사진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료 카지노 게임 싶은 일 하니 좋겠네. 누군 회사 다니고 싶어서 다니나?"


몸이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이젠 속까지 답답무료 카지노 게임 두통도 몰려온다.


샤워기를 틀어 온몸에 물을 뿌린다. 그제야 기운이 좀 회복된다.


...

배터리처럼 소모되었다가, 간신히 충전해서 돌아가는 이 생활.


박성실은 조금 있으면 충전조차 할 수 없고 '화'마저 없어져 무감각의 상태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아닌데, 이렇게 살려고 한 건 아닌데... 그럼,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가끔 떠올리지만 역시 답이 없다. 누가 몰라서 그러나?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대체 뭔데? 부모님 기대대로, 회사의 요구대로 그게 내가 원하는 것 같기도 해서... 너무 오래 달려온 탓에 이제는 정말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방법도... 하는 방법도 잃어버렸다.


'더 생각해 봤자 뭐 해. 잠이라도 자야지. 그래야 내일도 일하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당신, 많이 지친 것 같아. 미소가 없어진 지 오래된 거 알아요? 그렇게 다정하던 사람이 나한테도 매번 퉁퉁거리고."


아내는 도인이 틀림없다. 순간 성실은 무장해제 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제야 외면했던 미안함이 몰려왔고, 이렇게 착한 아내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그러게 여보,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그래도 나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잖아."


"분명히 하루종일 일했는데 제자리인 기분이야. 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은 하는데 집에 오면 책 한자도 읽지 않는 내가 한심하다구. 그런데 말야, 솔직히 더는 못하겠어. 다 소진되어 버린 것 같아.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업무 실력도 쌓아야 하고, 누구는 부동산이다 재테크다 잘만 하던데 나는 그럴 여력이 없어. 나도 잘해보고 싶은데. 우리 지우 동생 생기기 전에 방 3개짜리 집으로 이사도 가야 하고...."


아내는 남편을 위로무료 카지노 게임 싶다.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야. 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 같아. 방법을 달리무료 카지노 게임 관점을 달리해야지. 근데 그것도 좀 쉬어야 생각날 거야. 지금처럼 지친 상태로 노력만 더 하려고 하다간 당신 진짜 탈진해서 아플지도 몰라. 좀 쉬어줘. 응?


물론 이런 날 저런 날 있지. 힘든 날도 있고 할 만한 날도 있고. 그런데 자기는 순수한 열정으로 성실히 사는 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게 보여. 당신이 정말로 원해서 하고 있다면 힘들어도 행복할 거야.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이렇게 무기력해지진 않을 거라고. 당신 행복해?"


좀 전까지 머리아팠던 답 없는 질문을 눈치 없는 아내가 또 하고 있다. 바짝 말라버린 성실의 마음에 '행복하냐'는 질문은 철없는 소리같다.


"그럼 어떻게, 당장 회사를 그만둘까? 가만히 있으면 돈이 나와? 당신은 돈도 한 푼 벌지 못하면서 또 팔자 좋은 소리 한다."


아, 이게 아닌데...

뒤늦게 수습하려 고개를 드는 순간,


씰룩씰룩하는 아내의 눈과 마주쳤다.

아내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속이 쓰리다. 거실에 뒤따라 나가니 아내는 어두운 거실 소파에 앉아 꺼져있는 TV만 응시무료 카지노 게임 있다.


"내가 결혼할 때 한 가지 바랐던 게 뭔지 알아? 같이 꿈을 이야기할 사람. 진짜 딱 그거 하나였는데, 그걸 못해주는 사람을 만났어. 내가... 힘들텐데 어서 자. 난 오늘 지우랑 잘게."


아내는 더 이상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폰과 핸드폰을 챙겨 아이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시 또 두통이 밀려온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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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자. 그냥 달려보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달려보자.


박성실은 숨이 가쁘다가...

어느 순간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루종일 진심으로 나를 위해,

내가 원해서 한 일이라곤 이거 하나뿐이네.'


답답해서 무작정 나왔는데

나오길 참 잘했다.


'내일도 뛰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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