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겪어온 미국 백인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게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맨 처음 그걸 느꼈던 건 역시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시가 식구들로부터였다. 일전에 쓴 다른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의 시동생은 히키코모리에, 자기 연민에 빠져 시부모님을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사람이고, 시부모님은 그걸 알면서도 그에 맞춰주는 분들이다. 시동생의 칼부림 사건이 있었을 때도, 자기 화장실 써야 한다고 온 집안 식구들을 다 밖으로 내쫓았을 때도 그 순간에는 모두들 힘들어하고 안타까워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가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30분 만에 다른 이야기를 하고 평소처럼 행동한다. 시동생으로 인해 내가 시가를 떠나 호텔에 가네 마네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다 들어온 걸 알면서도 시부모님은 다 같이 게임을 하자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테이블에 게임 말들을 늘어놨다.
순간만 모면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이해가 안 가 다른 미국인 친구에게 집안일을 털어놓으니, 그녀가 먼저 그게 일종의 미국 백인들의 카지노 가입 쿠폰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녀 자신도 미국에서 태어나 쭉 자라온 백인인데 말이다. 그녀가 그걸 인지했던 건,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녀 남편의 입을 통해서였다.
몇 년 전 그들은 명절에 다 같이 동생네 집에 모였는데, 당시 친구의 제부, 즉 그녀 동생의 남편은 약물 중독자였던 것도 모자라 아내를 스토킹 하고 가정 폭력까지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처가네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는데도 소란을 피우고 집을 나가버렸는데, 친구를 포함해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괜찮다. 아무 일도 아니다”라며 바로 다른 화제를 꺼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지켜보고 있던 친구의 남편이 뭐가 아무 일도 아니냐며 왜 다들 당사자를 비롯해 그녀의 가족들까지, 동생이 남편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는데도 왜 그냥 이런 상황을 그저 넘기고 모면하고 지나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그때서야 친구도 자기 가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변 백인 친구들이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본인이 백인인 친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내 시가 식구들을 포함한 다른 백인들의 행동을 실제로 보자 그냥 몇몇 개인의 태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그녀 자신 또한 ‘카지노 가입 쿠폰’ 같은 거라고 표현했을까. 당연히 드넓은 대지에 다민종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백인인 그 자신들이 그런 특성에 대해 먼저 인정한 걸 보면 미국 내에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는 백인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내가 남편과 싸울 때만 봐도 그렇다. 남편은 싸움이 끝나거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몇 분 후에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다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좋은 게 좋은 거라 말하는 그들의 생각에서 나온 건지, 혹은 괜히 깊이 들어가서 머리 아픈 문제로 앓기 싫다는 회피에서 온 것인지, 어디서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태도가 온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