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진 엄마만 알 수 있는 감정
최근에 핫한 드라마였던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가 아기를 낳았을 때, 금명이의 부모 애순과 관식은 아기도 보지 않고 금명이에게 먼저 달려간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 엄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했던 장면이다.
육아휴직 중인 신랑이 토요일에 약속이 있어 나간다고 하면, 나는 “오예, 이 때다!” 하며 친정엄마를 부른다. 그럼 엄마는 신이 나서 달려온다. 엄마가 딸네 집에 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손주 보러 가서 좋겠네~”라고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아니~ 딸 보러 가서 좋아!”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평일엔 아직 일을 하느라 손주를 많이는 못 봐주고 있는 우리 엄마는 매일같이 저녁을 먹을 때 영상통화를 걸곤 한다. 물론 손주가 태어난 이후로다. 하여 당연히 손주 얼굴을 보기 위해 영상통화를 건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리 살가운 딸이 아니라서, 부모님 하고 자주 통화하거나 전화상으로 대화를 길게 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결혼을 하고 아기 낳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영상통화는커녕 그냥 통화도 거의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사실 손주를 빌미로 딸 얼굴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걸고 있었다. 엄마는 손주가 태어나서 좋은데, 그 이유는 손주를 덕에 딸과 연락을 자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한테 손주는 차가운 딸과의 사이를 다시금 따뜻하게 연결 지어주는 존재였다.
한편 요즘 엄마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한 아주머니는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역시나 무척 감명 깊게 보았지만, 위에서 우리 엄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 장면이 가장 이해 안 되는 장면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아주머니는 아들만 둘이다.
역시 아들만 둘인 우리 시어머니만 보아도, 당신 아들보다는 손주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이뻐하신다. 뭐가 그렇게 좋으실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우리 집에 오셔서 손주를 봐주시는데, 아들 보러 온다는 느낌은 내가 봐도 전혀 들지 않는다.
왜 손주가 태어나도 딸 엄마는 딸이 더 좋고, 아들 엄마는 손주가 더 좋을까?
딸과 엄마는 기본적으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딸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과 출산을 겪은 후, 엄마와 딸은 처음으로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서게 된다. 같은 고통을 겪고, 같은 사랑을 품으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딸의 출산은 엄마에게 ‘나의 아이가 아이를 낳은 것’을 넘어, ‘나의 아이가 나의 삶을 닮아가기 시작한 순간’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딸을 둔 엄마는 손주가 귀여워도 딸이 더 애틋하다.
반면 아들을 둔 엄마는 아들과의 직접적 정서 교류가 불가할뿐더러, 출산과 육아를 직접 겪는 며느리에게도 완전히 다가가지 못한다.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전달할 수도, 공유할 수도 없어 어쩌면 조금은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아들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손주라는 새로운 가족과의 연결에 더 많은 마음을 쏟는다고 한다.
사실 딸 엄마나 아들 엄마나 한 번 품에서 벗어난 자식과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딸 엄마는 딸의 출산이 딸과 다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고, 아들 엄마는 그럴 계기가 없으니 ‘손주를 통해서라도’ 그 마음을 채워보는 것이다.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게 되고, 나는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다. “우리 엄마는 사실 지안이보다 내가 더 좋대. 지안이 핑계로 사실 나 보러 오는 거래.”
그 이후로 남편은 엄마가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먼저 기회를 제안해주기도 한다. 물론, 나와 엄마가 둘이 아기 보는 날은 남편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합법적으로 푹 쉴 수 있는 날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