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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Aug 25. 2024

뜻밖에 컵카지노 쿠폰, 뜻밖에 데이트

미간에 힘을 빡 주고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십자 스캔을 한다. 아, 뭐로 먹지.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골랐어?

-아니, 아직.

-난 탄탄면 먹어야지.

-흐음. 너로 정했다! 진순이 작은 컵.

-매운 거 좋아하면서 왜 진매 안 먹고?

-진순이가 더 좋아 나는.


평소보다 일찍 저녁을 먹은 터라 밤 산책을 나섰을 때부터 라면 생각이 간절했다. 밤 열 시가 넘은 시각. 한강 라면 하나만 사서 나눠 먹자고 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너무 늦었다, 반만 돌고 가자고 말했다. 그러다 시장 방향의 한 우동집 앞에서 남편이 멈칫했다.


-출출한데 우동 먹고 갈까?

-양 너무 많않겠어? 1인 1메뉴라 두 그릇 시켜야 할 텐데.

-음. 어쩐다?

-편의점 갈까? 벤치 있던데.

-그를까아?


각자 컵카지노 쿠폰을 골라 비닐을 벗기고 뚜껑을 열어 라면수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용기에 받았다. 뚜껑 위에 나무젓가락을 얌전히 올리고 창밖으로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 시간에도 고기를 참 많이 먹는구나 생각하는 사이, 남편이 나무젓가락을 쪼개 주었다.


후후. 호로록호로록. 후후. 호로록호로록. 젓가락질 몇 번에 동결 건조 된 고기 조각만 갈색 국물 위에 둥둥 떴다. 국물을 마시며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연애할 때 당신, 탄탄면 좋아했는데.

-그랬나?

-응. 수원역 AK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초밥 한 상자 가득 담아서 탄탄면이랑 먹고 헤어지고 그랬는걸.

-아, 생각난다.

-여기 탄탄면 맛어때?

-괜춚!


카지노 쿠폰을 집중해서 먹는 남편이 새삼 새로웠다. 그러고 보니 편의점 컵카지노 쿠폰 데이트처음이다. 많은 걸 같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안 한 게 너무 많았다. 남편이 하이볼 캔을 따서 내 앞에 밀어 주었다.


-마셔 봐.

-와. 레몬 슬라이스가 들어 있네!

-어때?

-음. 레몬주스? 웃음이 나는 맛? 하하하하.

-어디. 하하하하. 뭐야 하이볼 맞아? 뭐 이래.


출장이 은 남편은 편의점에서 컵카지노 쿠폰 먹을 때가 많다. 지방은 밤 여덟 시만 되어도 문 연 식당은커녕 사람을 보기 쉽지 않댔다. 편의점은 전국에 다 있으니까요기하기로편의점만 한 데가 없댔다. 응 그렇구나. 평소 건성으로 대답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라면 국물을 들이켜는 남편에게 시선이 자꾸만 가서 멈췄다. 동시에 출장 후 돌아와 식탁 위에 한가득 내려놓던 2+1(투 플러스 원) 컵카지노 쿠폰, 초코바, 캔 커피가 생각났다. 아이들과 집에서 저녁 먹고 쉬는 동안, 컵카지노 쿠폰으로 대충 때웠을 남편의 무수한 밤들이 그려져 콧마루가 시큰했다. 앞으로도 남편은 편의점에서 저녁을 대신할 날이 적지 않을 거였다. 그때마다 오늘의 이 데이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남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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