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즈음에야 겨우 잠에 들었고, 아침 여덟 시 반에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었지만 책을 구매하겠다는 메시지들이 울려댔기 때문에 핸드폰을 켰다. 이미 한참 전에 읽어 필사까지 마친 책들을 중고장터에 나누려 마음을 먹은 후, 지난 저녁 사이트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연락이 왔다. 손때가 묻은 책들 모두 의연하게 전부 책장에 줄을 맞춰 나란히 팔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파리의 여러 서점들에서 구매하고 전시장 찾아다니며 얻은 카탈로그들, 예술, 건축 잡지, 철학, 에세이 등 대략 30-40 권이 되었고, 알라딘 중고서점 또는 동네 독립 서점에서 사 매번 한국을 오가며 캐리어에 꾹꾹 눌러 가져왔던 한국 책 또한 비슷한 권수였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 되어주는 동시에 다 읽고 되팔면 한 끼 어치의 식사가 돼주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여러모로 고마운 물건이다. 마침 가능한 시간에 집 앞에서 구매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나서 몇 권의 책을 팔았다. 오랜만에 손안에 들어오는 짤랑거리는 동전을 바라보다가, 바로 빵집으로 직행했다. 늘 구매카지노 게임 사이트 플랑 한 조각과 마들렌을 봉투에 받고 나서 저녁에 글을 쓰며 심심할 때 먹을 슈켓 한 바켓 마저 사서 돌아왔다. 빵 몇 덩어리에 마음이 풍족해졌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로운 거래였다.
그러게 몇 번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몇 주 후엔 갖고 있던 책의 80%가 팔렸다. 나머지 팔리지 않는 책은 한번 더 읽고 원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이었다. 미니멀과 가까운 그 무엇과 비슷해져 가는 집을 보면서, 그래. 언젠가 훅 떠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 라던 다짐이 드디어 현실과 맞닿게 된 건가 싶다. 옷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조금씩 마음은 물론 몸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침대탁상옆과책장구석에놓은몇권의책은절대팔지않을생각이었다. 이달의책을한권고르자하다가고른책이생각해보니내인생전체를통틀어단한권뿐인책이되었는데, 내게로오기까지의여정을생각해보면이루결코나눔할수없는가치였기때문이었다. 맨첫장부터마지막부록까지전부필사를한적은처음인, 그런책이었다. 그만큼이책에대한애정이컸다. 나의‘일상’의일과, 이슈, 사건을이해카지노 게임 사이트능력을높여주고새롭고더복잡한인식체계를제공해준이책의저자에게, 이책을소개해준분에게아직도마음의빚을지고있다.
물론, 미니멀한 삶을 추구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동안 딱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중 책이 가장 처치 곤란인데, 팔거나 주려고 정리해 놓은 책만 발치에 쌓여갔고, 결국 정리카지노 게임 사이트데 몇 주나 걸렸다. 파리에서 북 콜렉터가 될 것도 아니니 미련 없이 버리자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구매자에게 팔려가기 전, 마지막 의식 같은 느낌으로 책의 표지들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전부 다시 읽기란 불가능했기에. 주말은 그동안 챙기지 못한 몸과 마음을 주섬주섬 껴안느라, 사소하면서도 자잘한 집안일, 빨래, 장보기, 대인관계 유지, 시험 준비 등을 시간을 쪼개 하느라 눈 깜박할 새에 지나갈 것이다.
이제야 여름이 한 풀 꺾였지만 벌써부터 겨울을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지런함을 떨고 있다. 지난여름이 오면 갈음할 것들 글에도 말했듯이, 이번 가을이 지나면 프랑스를 잠시 떠나 다른 나라의 삶을 향유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원한 바람의 풍요로움이 도시를 살랑이는 정취의 계절, 가을을 누리는 대신 바지런히 떠날 준비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낡은책들을처분하고나니왠지미안한감정이슬그머니고개를들었다. 이렇게보낼줄알았다면조금더열심히필사해놓을걸. 한번이라도더들춰보고, 종이결을쓰다듬어줄걸. (띠지가차없이버리지말걸...) 책에갖는감정이어떻게지난연인보다더아련할수있나싶다. 나는처음책을서점이나길거리에서발견하고첫장을넘길때, 작가가 씨름하는 사유들 속에빠지는황홀한느낌을좋아했다. 늘가벼웠던나의지갑에어쩌다지폐몇장과동전이들어오면바로근처서점으로직행하곤했다.
내가단골이었던 파리의 서점들은우연하게도전부독립서점으로, 책의다양성, 즉문화의다양성을추구하며숱한위기와싸워온단단한운영철학을가지고있었다. 구에서구를튼튼한신발을동여매고넘나들며두골목건너마다위치한서점들을찾아다니곤했다. 오래된희귀고서점에서동화와만화책이가득한아동서점, 관광지중심에위치한서점, 빌려주는서점, 레코드서점등등. 매일네덜란드, 벨기에에서넘어오는오래된고서적들, 입고되자마자팔리는이탈리아가곡악보들, 거장들의소설시리즈들... 보로컹트나소상인들사이에서도흔히찾아볼수있는한손크기책부터두꺼운논문집까지가득한파리는그야말로활자의천국이다.
하지만최근몇년사이, 파리에위치한서점들은다양한위기를겪어왔다. 거대자본인아마존이등장하며높은할인율과배달서비스로고객점유에독재를휘두를때, 사람들은이에대응하는방식으로굳이동네서점까지걸어가원하는책을주문하고, 기꺼이3-5일을기다려책을받기를선택했다. 서점주인과책에대해이야기를나누는일, 독서에대한대화를사람들과나누는기쁨을저버리지않는것이다.
책이없는방은영혼이없는육체와같다고했다. 내안의수많은잠자고있는영혼들, 그영혼들이머무는자리엔늘책이존재해왔다. 경제적, 심리적정리를한번행하고나니책을고르며느끼던짜릿함을이제더욱자유롭게항유할수있을것만같은생각이든다. 텅빈책장은또채워넣으면되고, 읽을책이집에쌓여있는데또샀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음깊은곳에서부터들리는소리로부터조금덜미안할수있으니까.
내게서책을구매하거나받은대부분의사람들은책의사유의즐거움을같이느끼는듯했다. 책을가져가고나서며칠후문자나쪽지로연락이왔다. 책한권을가져간후, 또다른책을구매하러온사람도있었고, "책많이모으셨네요, 저도정리해야카지노 게임 사이트데..." 라며세권을사가신분도있었다. 이건아마도, 만인이공통으로가진고민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