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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복 Dec 18. 2024

3

[눈물]

흔들리는 투명한 소주잔을 놓치지 않으려 의식하며 힘을 주고 있었다. 잘게 출렁이는 소주가 혜주에게 들어와 편해지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러지 않을 거야!"


갑작스러운 혜주의 중얼거림을 도준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어 잔의 소주가 도준을 흐늘거리며 보이게 했다. 눈물인가. 분명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다. 혜주의 속을 휘젓는 소주의 알코올끼가 도준의 눈물을? 내면의 눈물 같은 걸 보이게 하는 건가, 소주란 건?


혼란스러운 눈앞의 모습에 갑자기 슬픔이 몰려 올라왔다. 처음 만난 사람과 술을 마시다 그의 눈물은 본다는 건 혜주의 깊이 가라앉은 그녀 자신과의 조우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느새 도준은 메마른 표정으로 소중 한 병을 다 비우고는 두 번째 소주를 추가했다. 혜주는 더 이상 마시면 고개의 무게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채 반 병도 비우지 않았는데 휘청이는 몸이 일종의 경고를 주고 있었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야. 다 말하고 싶게 해."


갑자기 반말을 하는 도준을 들으며 점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가만히 앉아 듣고 있었다. 무슨 말을 다 하고 싶을까. 말을 들어주는 데는 이골이 난 혜주였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녀와 있으면 계속 뭔가 털어놓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가 과묵한 성격도 아니었다. 전공이 상담 심리학이다 보니 그렇게 교육받은 것인지도 몰랐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학문에서 경청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장 아픈 상처이기도 한, 가장 행복했어야 할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는 건 원치 않았다. 혜주는 지금 한국에 있고, 와인셀러를 찾는 뻘짓을 하다가 소주를 마시는 어떤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생전 처음 소주를 마신다는 사실에 오랜만의 낯섦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은 다 시한부겠죠?"

"네?"

"누구나 다 죽으니까요."

"그렇겠네요. 메멘토모리, 맞아요. 인간이니까 결국 죽음으로 끝난다는 그런 말이요."


카지노 가입 쿠폰은 갑자기 철학자가 된 것 같았다. 몸속으로 흘러드는 술도 세포 하나하나씩 죽이고 있는 것일 테니 인간은 꾸준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먹는 것을 소화시키고 분해하는 것도 장기들이 에너지를 뿜으며 죽어라 일하고 있는 것이니 죽어가고 있는 게 맞다. 열심히 살기 위해 죽어라 일하다가 결국 죽는 것이다.


이런저런 도준의 죽음에 대한 횡설수설에 혜주는 자꾸 과거로 곤두박질하고 있다는 두려움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지 않을 거야, 안돼!"


세 병을 채 다 마시지 않고 도준은 고개를 꺾고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눈에 힘을 모두 풀고 지쳐 늘어져 앉아서 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도준의 구부정한 모습을 보며 혜주는 결연하게 다시 소리를 중얼거리며 눈물을 참고 있었다.


"석주씨 미안해..."


혜주의 술기운이 십 년쯤 전의 고통으로 돌아가고 있을 즈음 갑자기 도준의 몸이 바닥을 향해 기우뚱했다. 현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황하며 카지노 가입 쿠폰 일단 도준의 몸을 세게 붙잡았다.


그때 그의 목에 걸려있던 은으로 만들어 글자를 새긴 것 같은 목걸이가 밖으로 툭 널브러져 흔들렸다. 목걸이에는 '이카지노 가입 쿠폰'이란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흐릿한 휴대폰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네, 윤슬 요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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