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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복 Jan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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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기껏해야 하루였다. 만난 지 막 일 년이 지나고 두 달쯤 더 된 어느 날, 그 하루가 내 생명줄을 그렇게 꽉 틀어쥐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어쩔 수 없는 절망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무슨무슨 암 말기라고 했다. 첫 만남이 투병일기의 첫 페이지처럼 모진 당황 속에 그대로 각인되었다. 그는 이미 내가 오래전부터 사랑하기로 한 사람이었다. 그가 무슨 암이든 키가 작아지는 병에 걸리든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그가 왔다. 내게. 그의 부피가 왔고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왔고 곱슬곱슬한 윤기 나는 머리카락과, 그리고 그의 몸 안의 어딘가를 차지하고 있는 그 암덩어리도 같이 왔다. 그 시간은 내게 온 완벽한 축복이었다. 내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목을 끌며 거리를 헤매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그때까지 내가 해온 똑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다른 온도의 내 손과 낯선 그의 손목, 보랏빛의 어스름한 거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가밝은 빛으로 내게 반사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짙은 초콜릿색깔로 달콤했다.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힘을 다해 허그를 하고, 카지노 게임 듯이 키스를 하고, 가장 깊은 곳에서 그를 만나곤 했다. 그가 웃었고 그가 걸었다. 나도 웃었고 같이 걸었다. 멍하니 딴짓을 하고 있을 때도 나는 그를 붙잡아 어깨를 당겨 그에게 기댔다.


몸의 온도가 약해질 때 그는 내게 말하지 않았다. 그걸 나중에야 알고 나는 통곡을 했다. 나는 그럼 뭔가. 신나고 기쁠 때만 골라먹는 취향에 맞는 디저트 중 하나쯤인 걸까. 티라미수? 아님 화려한 스트로베리 생크림 케익 같은? 그보다 나는 그의 몸이 반항할 때, 그의 마음이 곤두박질칠 때 느릿느릿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작은 알약이고 싶었다. 나를 그대로 그 안에 존재하도록 허락하지 않는 그에게 깊은 고독을 퍼오곤 했다. 그를 보여주지 않는 날들, 없음에 질식할 것 같았고 있음에 외로움이 몰아쳤다. 나의 전전긍긍을 다독이는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나 괜찮아요. 그런 표정은 전혀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소풍을 가면 어떤 신나는 것을 할지 마음을 풍선으로 만들며 보낼 메시지를 궁리하고 있었다. 우리의 소풍은 언제나 특별해서 새로운 것들을 쏟아부어 흔들어 섞은 다음 낄낄거리며 즐기는 따위의 - 남들이 보면 지극히 사소해서 콧방귀나 뀔 그런 것들이었지만 - 빨간 드레스와 턱시도의 댄스파티 같은 흥분을 주었다. 카지노 게임 나를 놀리려 엄지 척을 하면 나는 그 손가락을 깨물려고 훅 달려들곤 했다. 어쩌다 내가 더 빨라 그 엄지가 달린 손을 잡는 날이 있을 때 결국 깨무는 대신 손을 꼭 잡고 있다가 눈물을 뚝뚝 떨구곤 했다. 행복해서 그래요. 지금.


우리 이런 게임 어때요? 카지노 게임 대답이 없었다.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는 1이라는 숫자가 철봉 기둥처럼 굳건히 오전을 지켰다. 그 몇 시간 동안 손톱을 물어뜯다 피가 났다. 손가락을 다 먹어치울 듯 통증을 견디며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따가웠다. 어느 곳에서 만났다가 헤어지고 떠들고 웃다가 걸어 다니고 카페라떼 잔을 쨍쨍 부딪히며 진지하게 커피를 마시던 카지노 게임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사이버 메시지 라인에 눈과 귀와 뇌의 모든 신경세포를 집중시키는 일은 피의 색깔을 바라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피에 갈증 난 뱀파이어처럼 눈알이 빨개지고 열꽃이 피어 터지기 직전에 철봉 기둥이 사라졌다. 조금씩 농도를 흐려가며 기둥이 사라지는 과정을 모조리 다 눈에 담은 것 같았다.


'너무 잠이 와요.'

'하루 종일 잤어요.'

'아, 조금 더 자고 싶어요.'

.

.

.

'잠깐만요...'

'너무 졸려요...'


카지노 게임 전하는 느릿하고 노곤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이상한 좌절감에 그를 그대로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몸이 부르는 잠을 따라간 그를 기다리는 일 밖에 할 것이 없었다. 카지노 게임 못오면 어떡하지? 카지노 게임 안오면 어떡하지? 나는 지난 과거가 마지막 시간이 아니길 기도했다. 카지노 게임 사는 곳 어디쯤을 계속 헤매다니며 어느 구석에서라도 카지노 게임 갑자기 튀어나와주길 바랐다. 카지노 게임 어느 집 어느 방에서 잠자고 있는지 알 길은 없다. 그걸 안대도 어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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