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감금시켜. 내가 날. 숨소리와 숨찬 밀도로 거길 가득 채우는 일은 미루다 미루다 하게 되지. 어쩔 수 없이 목이 조여 위로 올려지는 얼굴을 느낄 때. 커다란 나무 위로 슬슬 끌려 올라가던 경추의 볼록한 핏줄을 보았어. 미스터리 하드코어. 질식 중인 압력을 더 견디지 못할 때 이 황홀한 구역을 내 감옥으로 만들어. 간수가 밀쳐둔 물 두병에 투명하게 반사되는 파란 독을 넣어두지. 네 임무를 다할 때까진 아무것도 먹지 마. 그런 파란 약속을 물속에 날카롭게 흩뿌리고 세상을 향한 통로를 가장 가늘게 열어. 시작.
약병을 색깔대로 세워 두고 눈을 억지로 벌려. 세상에서 멀어진 눈은 이미 멀어 흐릿해. 가장 먼저 삼켜야 할 가장 큰 알약, 시뻘겋게 달아오른 광기를 마셔. 카지노 게임 견디는 건 찰나의 꿀꺽이야. 내가 연 통로를 통해 마신 광기를 토해내면 그 미친 기운을 움켜 쥔 생명들이 잉태되지. 가르치는 건 죽으러 가는 길을 포장하는 일. 온기를 몰아 채찍질을 하는 일. 더하고 더해 질리고 독해지는 길. 광기 물고 기어가는 눈을 마주치면 뒤로 물러서. 움직이는 꼬리를 밟으며 조용히 따라가는 거야. 뒷짐 진 손에 피 묻은 채찍을 휘어들고서. 보여줘.
약병 두 개 전, 허기에 불꽃이 일어도 꼼짝 말고 목구멍에 약을 밀어 넣어. 끝내야만 해. 식도가 벗겨질 듯 지글거리는 통증이 까만 의자에 촘촘히 박히지. 벌써 아홉 시간째, 그걸 해내고 마지막 약을 들이켜. 눈이 터질 듯 노려보며 끝내. 손톱이 깨지고 빠지고 찢어질 때까지 세상 그 입구에 배설을 하는 거야. 양막에 싸인 생명. 기다리는 온혈의 흔적들. 구멍이 머금은 핏방울. 빨대를 꽂아 이빨을 채우고 카지노 게임 물어뜯어. 내가 꽂은 방향엔 칼이 직각인데 나를 베어간 이빨은 빨대에 당해. 난 널 배우고 넌 날 배웠으니까. 비정하게.
끝이야
끝났어
시트 아래 머리카락을 눈이 시려 눈물이 흐를 때까지 바라봤어. 이 안이 비어있을지 어떤 불투명한 흔적으로 가득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커다란 스트로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 원통의 머리카락 안을 들여다보는 거야. 까끌하고 예민하게 반항하는 외벽을 무시한 채 말이야. 이틀 전 누군가 폭발했던 뜨거움의 잔해일 수도 있어. 그러니 이렇게 까맣게 다 타버렸을 테지. 내 왼손 지문 사이로 머리카락을 굴려보다가 나는 정리하던 내 카지노 게임으로 돌아와 자세를 고쳐 앉아. 그 뱀 같은 까끌함을 떨쳐내려고 머리를 털고.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