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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복 Apr 20. 2025

부아 난 벌

[엽편소설]

쏘아대는 건 어른이 아니라 생각한다. 마음이 쓰리거나 아파도 지근하게 울렁이는 통증을 참는 게 철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안다. 형주는 그럼에도 쏘아주고 싶고 어른이 되기 싫고 철들기도 싫은 이상한 변덕을 부리며 꾸준히 마음을 아파한다. 그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옆에서 보며 내심 짐작한 지 오래다.


설령 그런다 해도신경 쓰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목격한 시간이 아른거려 혼자 외롭다.이란 걸 제대로 들고싶다가도 물을 쏟으녹슬게 한다. 물에 닿은 철은 상하기 딱 좋다. 특히 공기와 닿을 때는 더.

그는 공기 같다. 마냥 투명한 것 같다가도 봄이 되면 모래를 먹고 황토색이 된다. 형주가 제일 싫어하는 봄에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그녀를 자극한다. 그의 욕망을 채워줄 수 없으니 그가 무엇을 하든 그대로 두어야 하는데 형주가 싫어하는 무언가가 그의 옆에 있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싫어하는 것에그가손을 뻗는 것을 보면서형주의 신경도 직각으로 뻗쳐 단단히 벌을 준비한다.


그에 대한 벌인 지 그를 못 참아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에 대한 벌인 지는확실치 않다. 얼마간 휴대전화를 꺼두고 그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무칠 때까지 자학하며 널브러져있는 것이 첫 번째 벌이다. 그런데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고 오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 그건 형주 자신에게 주는 건지 아니면 그에 대한 벌인혼란스럽다.


그가 조금은 슬펐으면 좋겠어.


사실 그런 정도로는그가 그걸 벌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까지 생각이 닿자 괜히 끓는 팥죽을 뒤집어쓰는 것 같다. 혼자서 지글거리다 얼음이 되었다가 질질 흐르는 물이 되는 루하고 처참한 기분이 된다. 집착으로 분류해야 할까. 백만 가지 질문을 형주 가슴속에 소리쳐 해대면서 공허감에 서성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느낀다.


두 번째 벌이 생각나지 않는다. 뭔가 준비한 것이 있었던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를 향해 시원하게 투척할 벌을 두 가지로 정했는데, 그 첫 한 가지도 방향이 모호하다. 형주는 혼자서만 후회할 게 많은 건 아닌지 그와는 아무 상관없이 스스로에게만 지독한 벌을 주고 싶은 건 아닌지 갑자기 조급해다. 아, 두 번째가 뭐였더라.


급조해 보자면 이렇다. 그에게 톡을 한다. 멋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형주가 싫어하는 것을 해서 그에게 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으로 그 상황을 형주의 지루함을 털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받아들일 수...


아, 급조란 이런 거다. 딴 데로 급기야 새서는 허탈해지면서 수렁으로 빠진다. 벌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형주에게 그는 계속해보라 한다. 말을? 아니면 벌주는 것을? 벌을 주려는 계획을 번개처럼 생각해 내어 말하려다 그의 질문하는 입술에 립밤을 발라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다. 말하는 그의 입술과 형주의 눈이 부딪힐 때마다 항상 그랬듯이.


허름한 벌 하나로 그냥 가기로 한다. 톡을 꾹 눌러 조용한 채팅방으로 보관한다. 안녕. 전화번호를수신차단하고 괜한 눈물을 흘린다.


누추한 벌은 결국 형주의 것으로 오롯이 되돌아온다. 그래, 그가 아픈 거보다 낫지. 형주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몸통의 중간 어디쯤에서 딩딩 울리는 자잘한 통증들이 분주하다.


그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형주와의 단절을 아파했으면 좋겠다.


에스프레쏘가 너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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