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지나갔지만
떠올릴 때마다 현재가 된다
현재는 실체가 모호하고
바람에 날리는 사막 모래와 같다
미래는 오려는지 기약도 없고
바로 그곳이 아닐 것만 같은 불안이다
책장을 끝에서 끝으로 훑어본다
이전에 읽었다던 책은 껍데기 활자로만 남고
내용은 무엇이 응축되어 있는지 흐릿하다
그런 과거가 현재가 된들 신기루 일 뿐
마음의 간격을 유지해야 할 때마다
되돌아오는 책들, 글들, 여운, 향기, 촉감
삶의 온도를 다시 조정해야 할 때는
주저 없이 단번에 해내야 한다
미련이 많으면 후회도 실수로 쌓여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해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혼탁하다
지금 여기서 이 시간에 할
그 어떤 것도 단호하게 한 번에
새벽 다섯 시
바닥과 수평인 채로 눈 뜨고 고민하다
결국 수직으로 몸을 끌어올려 글을 쓴다
글 쓰는 것이 헛웃음 나는 습관으로 어느새
이 공간을 채우며 하루의 테이프를 자른다
매일 뜨는 눈
매일 먹는 약
매일 읽는 책
매일 쓰는 글
매일 보는 나
오늘도
내 공간 내 시간에 차분히 앉아
시작과 끝을 계획하고 일어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려니
이렇게
차분한 시작을 허락하는
지금이 좋다
오늘도
성큼성큼
살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