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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복 May 01. 2025

결별

차가 망가지거나 두 눈이 길을 잃어 세상을 가리면 종종 새벽 버스를 탄다. 진한 회색안개가 짙은 이른 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항상 두려워 마음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건다. 그가 있는 그 도시가 마냥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넓은 강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와 고속도로가 만나는 그곳 커다란 전광판에 '잘 지내니?'라는 걸 읽자마자 새벽부터 가슴이 시리다. 다 지난 겨울의 눈보라가 여전하다.


언제쯤 끝나려나. 일이 끝나고 사람이 끝나고 삶이 조용히 걷는 도시에 들어선다. 총총 걸어보는 진회색의 아스팔트, 사람들은 저 아래 다독여진 흙의 다정함을 잊은 지 오래다. 차가운 시멘트의 숨 막히는 아지랑이, 뜨거운 격정의 질척함을 뚫어가며 여전히 분주하다.


굿모닝. 이렇게 말을 걸지 않은시간들, 살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잘 있겠지 하는 건 항상 타인에 대한 디폴트다. 나는 이래도 너는 잘 지내기 바라. 끝내지지 않아서 주문처럼 외운다.


힘차게 달리는 파란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밖은 운전하는 차 안에서의 풍경과는 다르다. 느리고 더 초록이고 더 눈물 난다. 일부러라도 조금 더 바쁘게 무언가로 꾹꾹 채우려 노력하는 시간들이 기억을 밀어 올린다. 촘촘한 정거장을 듬성듬성 들르는 파란, 바퀴가 커다란 이 버스가 오늘은 더 고맙다. 눈을 감아도 되는 이 공간이 편안하게 모두 정리되었으면 하는 그 끝과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벽마다 애처롭게 매달려 자라나는 아이비 덩굴처럼 여전히 세상에 붙어살다 조용히 하루의 끝에 벌써 닿아있는 마음을 본다. 오늘도 잘 지낼 거야. 사람들도 나도 그리고 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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