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공모전에 낸 글이 카지노 게임당했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었다. 가슴속이 까매졌다. 글 쓰는 사람들을 믿는다. 글 쓰는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라 생각한다. 글을 쓸 때는 고심하는 간격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자신의 것으로 이름을 바꿔 다는 순간 평생 스스로를 '훔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모른다 해도 자신만 아는 불변의 낙인이 된다.
카지노 게임을 당한 사람은 좁은 세상에서 그걸 밝히지 못한다. 아주 소극적인 꿈틀거림 정도로 화를 다스리는 것이 내가 본 여러 그들의 애처로운 복수다. 당한 일에 대해 쓰다가 일기장을 던져버리거나 두꺼운 이불속에 머리를 묻고 눈물 어린 비명 한 번에 털어내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상처에 딱지가 앉으려면 멀었는데도.
지인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아 봤자 분기탱천하여 가만두면 안 된다는 식으로 펄쩍 뛰지만 사람 관계가 그리 정의롭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 얽힌 관계 속에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경쟁자로 만나든 상하관계로 만나든 어떻게든 맞닥뜨리게 되므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배추 겉절이처럼 스스로를 얼버무린다.
글 쓰는 분야에서 억울한 일 많다는 데 나는 아직 속사정은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유명 작가들까지도 카지노 게임을 한다는데서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느낄 뿐이다. 유명 작가가 네 글을 카지노 게임할 정도니 그것 만으로도 영광 아니냐고, 글을 훔친 작가 또한 자기 정도의 이름이면 감히 발설을 하거나 고발은 못할 거라는 힘의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단다. 다그럭저럭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건가. 억울하면 성공하라니그 성공의 역사와 가치를 훑어볼 일이다.
카지노 게임하는 소설가, 카지노 게임하는 시인, 카지노 게임하는 학생, 카지노 게임하는 세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냐며, 카지노 게임은 스펙트럼이란다. 글 쓰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 비윤리 악행을 눙치며 말하는 너에게 소심하게 투덜댄다.
아,그래서 너는 요즘처럼 초고속 인터넷세상에 물 만난 듯 활개치고뒤져가며 철학이랍시고 이곳저곳 문장 베껴다가 단어 조사 살짝 바꿔 네가 만들어낸 것처럼 글을 올리는 거냐? 그렇게 독자를유혹하는 건천박하다니까 네가 그랬지,'뭐가 어때서? 그게 세상인데!'근데 말이야, 거긴 네가 없잖아. 네가 쓰는 글에서 너를 보고 싶다니까.
촘촘하게 짜깁기한 그 사이에 끼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