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서가에서 희귀 아이템을 발견했다. 85년에 결혼하신 장모님이 이듬해에 작성하신 1986년도판 가계부!
무려 '일기겸용 1986 완전칼라판 가계부 - 알뜰살림을 위한 생활아이디어백과'다.
출판사가 궁금하여 아래쪽을 보니 한자로 '여성백과 송년호 별책부록'이라 되어 있었다. 그렇다, 장모님께서는 당시 여성백과라는 잡지를 구독하고 계셨고 가계부는 부록으로 받으신 듯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과연 부록이 맞았다. 1987년생인 나는 전혀 몰랐지만 '여성백과'는 KBS에서 발행한 잡지였다. 지혜로운 현대여성의 생활정보지라는 모토로 운영되었다.
1985년 12월호 표지에는 '이런 꿈을 꾸어야 행운이 온다' 라는 문구가 카지노 쿠폰. 어떤 꿈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가계부의 보존 상태는 상당히 좋다. 속지가 조금 바래긴 하였지만 표지의 컬러가 선명하다.
"카지노 쿠폰 이거 박물관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안에 봐도 돼요?"
"별거 없어. 글씨가 악필인데."
장모님의 허락을 구하고서 아내와 함께 가계부를 읽었다. 펼치자 마자 단정한 명필이 눈에 들어온다.
어른들의 특징은 펜글씨 평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연필이나 펜보다 키보드를 더 많이 치는 우리 또래보다 훨씬 정갈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 손글씨 메뉴판도 흔하게 보던 시절이니 시대 교양 차원에서 펜글씨 수준이 높지 않았을까.
요즘 아이들은 키보드도 잘 안치고 스마트폰 가상 문자판을 애용한다. 펜글씨 수준이 우리 또래와 비슷하거나 더 낮아졌을 것이다.
가계부를 앞에서 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장모님께서는 철도청에 다니시던 장인어른 외벌이로 3남매를 키우셨다. 그러고도 육십 대에 멋진 아파트를 현찰로 사셨으니 대단한 생활력의 보유자시다. 평소 검약하며 과시하지 않는 모습을 근 이십 년 간 지켜봐 왔기에 잘 알지만서도, 과거의 모습이 궁금했다.
매일 매일의 일상이 십 원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라면 2 - 360
음료수 - 250
하드(바 형태의 빙과류겠지?) - 150
식비도 주식과 부식을 나누어 계산한 흔적이 카지노 쿠폰.
콩나물은 200
양파는 1000(대용량으로 사신듯)
부추는 130
돼지고기 800
오징어 500(1986년에 묵호항 인근에는 오징어가 흔했나보다)
장모님의 가계부는 성실하게 이어졌다. 바쁜 날에는 날씨 기록이 없지만 주말인 토요일에는 '맑음'이라고 되어 있다. 날씨가 좋아 나들이 다녀오신 날에도 가계부는 쉬지 않았다.
달걀 구매도 낱개 단위다.
10구, 15구, 30구로 기록하는 우리집과 달리 '계란3 - 210'으로 적혀카지노 쿠폰. 집 인근의 슈퍼에서 하루 단위로 장을 보신듯 하다.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 계란 세 알. 장인어른 월급날에는 돼지고기도 한 근 떼오고.
가계부를 읽고 있으니 그날그날의 생활상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아, 참 열심히 사셨구나. 철도원 외벌이 월급이 얼마나 적었을까.
장인 카지노 쿠폰은 스쿠터 한 대로 생활을 하시다가 아반테 그리고 중고 소나타도 오래 타셨다.
넉넉지 않은 수입에도 세 자녀를 키우시며 가계부를 놓지 않으신 것이다.
근사한 새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배경에는 근검절약과 근면성실이 깔려있었다. 나와 아내도 우리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장모님의 가계부를 읽으며 올해도 '가계부 생활'을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나름 우리도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라는 책까지 쓰지 않았던가. 맞벌이라 조금 바쁘겠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가계부를 쓰려한다. 절약은 실패하지 않는다. 내공이 쌓이고 쌓인 가계부는 반드시 자산으로 보답 받을 수 있다. 우리 부부의 가계부도 남겨 둬야지. 우리 애기들도 어른이 되어 나중에 발견하면 무척 신기해 하겠지?
#가계부 #절약이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