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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Apr 01. 2025

아직은 시린 이 봄에, 카지노 게임

선우정아 <우리네 봄

3월은 카지노 게임 고백도 못 해보고 이별한 연인처럼 떠나보내고야 말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결심과 달리 브런치에 한 글자도 적지 못했네요.


이 맘 때가 되면 도쿄에 사는 저는 메구로강의 벚꽃이 얼마나 피었는지, 그리고 흐드러지게 필 때쯤 날씨는 어떨지, 못 견디게 궁금해져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다들 저처럼 애를 끓고 있어 하늘이 시샘하는 걸까요. 벚꽃이 만개하면 어김없이 비님이 오십니다. 나들이를 떠날 수 있는 주말에는 갑작스러운 추위에 터져 나오려던 꽃잎이 움츠러들어 애간장을 녹이기도 하지요.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벚꽃이 만개하기 직전까지 25도를 웃돌던 최고 기온이 갑자기 절반으로 뚝 떨어지더니, 연신 봄비가 쏟아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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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살아 있다는, 자력으로는 참 끊기 어려운 힘의 관성뿐이라는 생각에 오래 잠겨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잡초처럼 무성히 자라는 생각에 비해 말이 없는 사람이라 글을 쓸 뿐, 뛰어난 재능이나 창의력도 없고, 강연이나 모임 같은 활동을 펼칠 여력도 결핍된 인간이라, 작가로서 성공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으로 연명하다 이룰 수 있는 최대의 성취는 내 집 마련인데, 제게 집은 안정을 위해 필요한 값비싼 소유물이지 갈망의 대상은 아닙니다. 몸에 걸치는 옷이나 입에 들어가는 음식, 눈으로 담는 풍경의 수준을 월등히 높이고자 하는 열망도 사그라든 지 오래입니다. 오래 사는 것은,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축복보다는 부담으로 느껴지고요. 그 긴 삶을 홀로 지지하고 감당해야 하는 사람도 다름 아닌 저니까요.


결국, 카지노 게임밖에 없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우연이 만나 나의 친정이자 버팀목이 되어주는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도쿄에 가족도, 자녀도, 애인도 없는 제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지요(다른 하나는 서울 집값입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방을 내어주고, 돈과 시간을 쏟아주고, 고르고 고른 레스토랑과 카페에 데려가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해 주는 친구들도 사랑합니다.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가족도, 한 명 한 명 다른 크기로 사랑하고요(네, 조카가 1위입니다). 나아가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의 글을 아껴주고, 응원해 주시는 각별한 독자 분들을 향한 제 복합적인 감정에도, 낯간지럽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붙여 봅니다.


내가 카지노 게임하고, 또 나를 조금이라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웃는 것. 그때 이왕이면 건강하고 근사한 모습으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고, 추억이 될 모든 장면을 눈에 꼭 담는 것.


그 외에는 목적이랄 것이 제게는 없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순간을 위해, 라고 생각하면 일상의 부침과 공허함이 조금은 견딜만해집니다. 당장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내가 사는 이유일지도 모르는 그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내가 사는 (여전히 길지 않기를 바라는 시간) 동안 부디 무탈하기를 빕니다.


그럼 제가 선정한 올해의 봄노래와 함께 아주 오랜만에 혼자만을 위해 차린 요리로, 4월의 편지를 갈무리할게요.


우리네 회색빛 인생에는
봄바람이 무슨 상관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먼 산만 바라보네
거기 우리가 꾸던 꿈 걸려있네
거기 우리가 꾸던 꿈 걸려있네

선우정아 노래 <우리네 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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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구이용 카지노 게임 2조각, 파스타 100g, 양파 1/4, 생크림 100g, 바질 페스토 1.5T, 다진 마늘 1t, 소금, 후추 약간

1. 올리브유에 카지노 게임를 굽는다.
2. 카지노 게임를 구운 팬에 양파를 넣고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지면 생크림과 바질페스토, 마늘을 넣는다.
3. 카지노 게임를 정해진 시간만큼 끓는 물에 삶는다.
4. 3을 2에 넣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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