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지금 ㅇㅇ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 그리고 1학년 2학년 3학년 담임선생님이 보신다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학교에 전학을 왔기에 제가 믿음을 갖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그림을 그리고 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두고 수술을 할 수 있었단 것이 그 증명이지요. ㅇㅇ 역시 다시 우리 사회의 믿음과 사랑을 배우고 또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쓰기까지 반년 가까이 망설였지만 이렇게 글로 매듭짓고 좀 더 씩씩하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폐스펙트럼, 꽃들에게에 이어집니다.
정원이의 다름을 인지하게 된 이후로 난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붙잡고 센터를 다니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채워나갔다. 매달 진료 때 카지노 가입 쿠폰의 변화를 기록하고 유치원 선생님께 특이사항을 주간리포트를 주었다. 노력하면 될 거야. 마흔 개 넘는 봄을 보내면서 녹록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실패 없는 노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는 장애등록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으며, 세상은 선(善)으로 가득 하단 것이 줄곧 가져왔던 천진한 고유의 바람이었으니까.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장애여도, 그 뒷면의 삶일지언정 변함없으리라 생각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애쓰는 만큼 나도 함께 애써보자. 그럼 “증명”될 거야. 내 사랑이, 노력이, 믿음이. 그런 한결같은 마음은 여지없이 입학 후에 부서져 버렸다.
코로나의 끝 무렵, 유치원 졸업식에서 졸업사진과 함께 장래희망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과학자, 축구선수, 가수 등 다양한 희망에서 선생님은 정원이의 희망을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 써 놓았다. 뭉클했다. 그래, 온전히 기쁨을 주는 존재가 너란다. 아가.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파티 때처럼 아이는 여느 또래와 다르게 의자를 돌려 앉고 엄마와 눈을 마주하며 빙그레 웃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엄마인 나도 달라져 있었다. 아, 이렇게 많이 모인 졸업식에서 참 잘 앉아 있구나. 대견하다 아들아. 다름을 아파하지 않고 성장을 기뻐할 수 있게 되었기에, 다음 단계에도 노력만 한다면 아이와 함께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고마워. 아가. 우리 잘할 수 있을 거야.
정원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아파트의 학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를 택했다. 유치원 옆의 학교를 바로 올라갈 수 있음에도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책가방을 메고 손을 잡고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초등학교 입학. 그것이 설령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사회의 삶. 통합의 시간은 그렇게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낭만이었을까. 그래도 돌다리라도 두드려보자 싶었다. 입학 전 여름 “특수교육대상자 초등입학 배치원서”를 쓰기 전,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리는 미리 약속을 잡고 학교 도움반을 방문했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아무리 중증이어도 모든 아이들은 입학할 권리가 있습니다.” 낭랑하고 차분했던 목소리는 믿음을 주었다. 이윽고 배치가 확정되고 유치원을 졸업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입학 전 겨울방학. 아이의 기록지를 한 움큼 가져갔다. 기록지에는 아이가 그동안 어떤 재활수업을 받았고 어떤 약물을 먹었으며 어떤 장단점이 있고 현재 발달은 어떤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냥 제대로 보시지 않은 듯했다. 나의 프린트도 내 얼굴도. 일말의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입학 전 으레 그런 것이라 애써 마음을 눌렀다. 그때 마음의 경고를 따라 처음부터 재배치* 했었더라면.
*특수교육대상자의 재배치(전학)는 주소지 이전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학교마다 특수학급의 인원이 꽉 차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재배치는 관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담당 특수교사가 신청서를 내면 매월 위원회에서 배치결과를 선정합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정원이의 입학은 3주 만에 끝이 났다. 결국 열흘간의 체험과 30일간의 병결을 선택했다. 아직도 1학년 만 6세 5개월 정원이와 함께 들었던 말들이 못이 되어 박혀있다. 그 사무침이 지금껏 날 예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유치원 옆 초등학교를 선택하지 않아 아이를 힘들게 했다 싶어 마음이 아팠다.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어머님, 이건(대체물) 아니에요. 2학년의 규칙이 있어요. 1학년 때문에 바꿀 수 없어요.
이런 (장애) 애들은 때 되면 침 만져요. 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너무 깊은 자폐군요.
부모가 죽으면 평생 도와주는 인력이 필요해요. 지금부터 익숙해지도록 연습해야 해요. 활동지원사 쓰세요.
아, 교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운동장에 누워있었어요. 5분 뒤에 찾으러 갔어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생생한 그 "말"들은 기억에 희석되지 않은 채 여전히 귓가에 있다. 녹음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영혼에 기록된 말들.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책가방을 맨 채 울고 있는 정원이의 뒷모습. 안전을 모르는 아이가 밖으로 나갔는데 찾으러 가지 않았던 순간. 개별화 회의 때 이미 작성된 회의록을 읽던 모습까지. 기억은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겠지만 함께 있을 수 없음을 알았다. 사람과의 관계를 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사를 결심하고 결석을 신고했다.
결국 교육청에 민원을 냈고 장학사와 두 번 통화했다. 장학사는 장장 3페이지의 민원물을 보고 학교에 찾아갔다고 한다. 난 녹음된 파일은 없었지만 그간 있었던 일들을 고스란히 적을 수 있었다. 무력함이 엄습했지만, 전학할 때 다시 <특수학급을 선택했다. 많은 곳에 전화를 했고 믿음을 잃고 숨고 싶지 않았다. 민원중 무엇을 원하냐 물으셨던 이전학교에서 난 아이가 전학할 학교가 결정되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전화 한 통만 부탁드린다고 했다. 웅크리고 겁에 질려 우는 아이를 위해 난 싸울 수밖에 없었고, 잘잘못을 따져 이기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만나지 않음으로 불편한 감정적 소모를 줄이고 싶었다. 2023년 4월이었다. 딱 2년 전 우리는 <한달 간 학교에 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일은 비밀이 없다. 민원 이야기도 다 알고 우리를 받아주셨을 거라 생각한다. 전학 후 담임선생님은 너무나도 세세히 신경 써주셨고, 특수반 선생님은 우는 아이를 안아주시다가 어깨를 물렸다. 지금도 그 부분은 너무 죄송하다. 그때는 내 몸에도 마음에도 상처가 있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전하지 못했다. 사랑으로, 그리고 기다림으로 정원이가 안정을 다시 찾게 된 것도 3주였다. 선생님께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세상은 아직 선한 곳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여전히 학교 생활은 쉽지 않다. 매해 새로운 문제가 닥친다. 그래도 사람 사이의 믿음이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도 참 중요하다. 난 전학 온 학교에서 믿음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지난 학교의 경험에서 아이의 오늘을 지나치게 낙관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이사를 왔지만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지금의 도움반에서도 아이가 가진 발달의 느림, 장애의 어려움으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믿음을 갖고 도움반선생님과 함께 인내와 사랑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어려움은 늘 현재진행형이지만, 운동장으로 도망간 아이를 쫓아가느라 두고 간 책가방을 조용히 도움반으로 가져다주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신 곳이니까. 활동지원사의 교내지원을 너른 마음으로 허락해 주신 담임선생님도 감사하다. 1학년때 통합반 담임 선생님은 전학 온 내가 불안할까 봐 주 2-3회 전화를 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고 고마웠다.
아이는 온전히 아이의 모습 대로 우리 곁에서 나름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이 평안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민원을 넣고, 이사를 하고, 전학을 했다. 아무리 오래 기다렸던 수업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결여된 순간, 그만둔다. 정원이는 세상을 받아들일 때, 온 힘으로 받아들인다. 낯선 세상의 틈에서 겨우 신뢰를 터득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내어 준 “라포”라는 신뢰의 무게를 알까? 아이는 신뢰가 깨지면, 온 힘을 다해 거부하곤 한다. 그리고 지쳐 쓰러져 버린다. 감당할 수 없을 땐. 엄마로서 나는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한다. 그저 지금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걸어 나갈 뿐이다. 아이가 유리그릇처럼 대우받길 원하는 게 아니다. 성장을 위한 고통은 누구보다 많은 감내를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원이니까. 아이가 가진 장애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늘 수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정원이는 믿음을 갖고 부쩍 자랄 수 있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다행이고 감사하다.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발견된다. 믿음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할 수 있다. 감사는 믿음을 회복시키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니까. 그래서 삶을 또 꿈꾸게 하니까.
자폐스펙트럼, 꽃들에게 희망을.
자폐를 가졌더라도, 어린이는 모두 꽃이니까.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여기서 <꽃들에게 희망을1-3부 작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내용에 대한 세부 가이드가 필요하시면, [연재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어린이의 세계를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