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변방의 언어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
정원이와 지내다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때가 있다. 아이의 자그마한 찡그림 안에서 많은 감정을 읽어낸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경험 끝에 얻어낸 것일까, 아니면 어떻게든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간절함이 통했을까. 정원이와 소통하고 싶어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본 탓인지 조그만 변화에도 엄마는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정원이별에서 정원이어를 쓰는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일반 세상, 보통의 지구다. 이 세상에서 단 둘이 살 수는 없다.
이제, [일반세상]의 문을 열고 똑똑, 카지노 가입 쿠폰 손을 잡고 나아가면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의 통역사가 된다. 콩콩 뛸 때는 <기분이 좋아요, 각성이 높아서 소리를 지르면, "쉿, 소곤소곤해야지. 정말 착하게도,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럴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볼륨을 줄여준다. 고맙다, 아가. 그래서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손을 잡고 외출을 할 때면 미리 알려준다. '돌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폐성장애의 구 1급, 2급까지 장애인주차증이 발급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돌발에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의 위험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차도 한가운데로 뛰어간다든가. 카지노 가입 쿠폰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이 한적한 동네에 이사 온 지 이제 일 년 반이다. 작년에 카지노 가입 쿠폰와 아파트를 산책하다가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나간 적이 있다. "정원아!!! "라고 부르는 간절함이 마치 아이가 물에 빠진 것만 같다. 그래도 뒤돌아 보아 주는 카지노 가입 쿠폰. 손을 놓는다는 것은 그래서 참 어렵다. 내가 잡고 있으면 그래도 안전하니까. 오로지 나의 책임일 때 안심이 되니 놓을 수가 없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나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매일 터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와 대답 없는 대화를 계속하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야기를 하듯 스스로 묻고 답하곤 했다. 최근에는 고갯짓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대답을 기다린다. 이제 카지노 가입 쿠폰는 편의점에 가서 자기가 먹고 싶은 과자를 골라서 나에게 내민다. "정원아 이거 먹고 싶어?"하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둘이 손을 잡고 바로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계산대에 같이 가서 결재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이제 작은 손으로 과자를 쥐고 먹을 수 있는 곳까지 들고 갈 수 있다. '장애'라는 것은 기존에 살던 일반세계의 뒷면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 정확히는 아이의 장애를 알 때까지 나도 보통의 삶을 사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 뒷면의 삶을 정말로 눈여겨보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수월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모든 활동이 아이에겐 배워야 하는 과제가 된다. "정원아, 지금 우린 백화점에 갈 거야. 지하에 마트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좋아하는 치킨 살 거야." 문장이 길어 어려우면 사진을 보여주거나 'AAC상징(의사소통을 위한 그림카드로 AAC는 보완대체의사소통의 약자이다)을 보여준다. "정원아 내리자. 내릴까?" 하고 아이의 의견을 물으면 카지노 가입 쿠폰 손짓으로 저으며 “아니”라고 표현한다. 이때 조금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에게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의도도 있지만 주변사람에게 알리려는 마음도 있다. "우리 아이는 특별한 다름을 갖고 있어요. 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기다려주세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소리 없이 행동으로 미리 말한다.
학교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처음 소개할 때는 소개서를 준비하곤 했다. 소개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는 이런 친구예요"라고 말한다. 아이의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간단한 정보를 주면, 돌발에 대비할 수 있다. 학교나 가정, 각각 환경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전에 정보를 아느냐는 중요한 거 같다. 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예상될 수 있는 행동의 모습이 또 각기 다르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좋고 어떤 날은 경계가 심하고 경직되어 있는 날도 있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학교 도움반 선생님께 간단한 수면과 식사 여부 정도의 정보를 알려준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되어 있으니까.
매일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다. 그런데 가끔은 서로 날을 새워 경쟁하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의 별에 같이 살고 있지 않다. 마치 어린 왕자처럼 각자의 소행성에 아이 이름이 붙여진 별에서 살고 있다. 서로 공감하는 듯하다가도 현실의 부대낌에 예민하여 서로를 상처주기도 한다. 난 널 이해할 수 없어. 각각의 별에서 사는 엄마들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 그들의 아이처럼. 그중 아이 손을 결코 놓을 수 없는 엄마도 있다. 그래서 한창 친했다가 순식간에 멀어진 관계도 생긴다. 우리는 아이의 삶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니 여유가 별로 없다. 간간히 만나서 생존소식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의 고통을 나눈다. 혹은 멀리서 아이의 성장이나 일상을 전하며 응원하는 엄마도 있다.
얼마 전 수영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2:1 교습의 장애인 수영강습이었다. 주 2회 하는 수업에서 정원이와 한조인 아이는 같은 장애를 가지는 A다. 이미 제법 수영을 배워 접영, 배영, 자유영 다 가능한 형. 정원이는 수영장 자체가 이 강습이 처음이었다. 내 아이의 상황은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수영은 못해도 수영복을 준비했다. 그래서 A를 가르치는 동안 들어가서 정원이를 보조했다. 시작하고 3개월동안 빠짐없이. 2:1 수업에서 선생님이 정원이만 돌볼 수 없으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름의 배려였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다 같지 않나 보다. 결석이 잦았던 A엄마의 한마디가 계속 귓가에 남는다. "정원이는 독감도 안 걸리고 잘 나오네요." 무슨 뜻일까. 나중에 알고 보니 A의 엄마는 결국 자신의 아이가 정원이 때문에 온전히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지난 달 민원을 줄곧 냈다고 한다. 이달 들어, 정원이는 그 A와 반반 시간을 나눠서 1:1로 수업을 한다. 난 몰랐고 어떻게든 아이가 즐겁게 배우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A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먼저 하고 정원이는 놀다 들어가도 되냐 묻는다. "우리 A가 먼저 할게요!" 그 어머니의 시간은 1:1에서 완벽한 강습을 받길 원하는 마음에 머물러 있을까. 아님 그간 받은 상처 때문에 먼저 싸워서 얻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속상하긴 해도 판단하진 말자. 그저 기다리는 절반의 시간에 아이를 지켜보지 않고 수영복을 입고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이곳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글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글로 만나고 톡으로 듣는다. 뭉클한 이야기에 공감하지만, 그 공감은 나의 유년에 머물러 있다. 여느 사춘기를 키우는, 혹은 정원이 또래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의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도 외계인이 된 기분이다. 센터에서 누군가 나에게 재활수업이 어디고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바우처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묻는다면 줄줄이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화제에 대해서는 말없이 듣는다. 듣다 보면 엄마들은 모두 각자의 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도 그저 정원이의 별에 살고 있다. 다만, 아이의 손을 놓는 법을 무한히 연습한 덕에 보통의 사회에서 듣는 이야기들이 더 이상 나의 <결핍을 자극하진 않는다.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재활에 관련하여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 실습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 또래의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카지노 가입 쿠폰보다 말도 잘하고 자립생활을 위한 기능도 좋다. 필사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던 노력이 티가 났는지 아이들이 <정원사 선생님하고 따르기도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이들 안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의 별에 방문한 비행사가 되어 아이를 관찰하면 그가 사는 별의 규칙을 알 수 있다. 아, 내가 잘 아는 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뭔가 기쁨과 배움을 줄 수 있네! 그 충실함에 조금 안도한다. 또 카지노 가입 쿠폰와 둘이 있을때는 몰랐던 카지노 가입 쿠폰만이 갖고 있는 사회적 소통에 대한 강점도 알아차린다.
엄마인 내가 어느 별에서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정원이 손을 놓을 용기를 갖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원이를 믿으니까. 여전히 위험한 도시의 거리를 걸을 때는 정원이 손을 꼭 잡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정원이별에서 지구로 떠나는 우주비행선에 타고 있다. 외계인이 되어 우주를 유영하지만 보통의 지구가 결국 우리의 고향임을 알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애칭입니다.
*가이드가 필요하시면,[연재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어린이의 세계를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