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무사 단정지엄수과?
(단편소설) 열세 살 나의 연못 03
다음날 오전 내내 걸어서 도착한 곳은 큰 마을에 있는 중학교다.
아직 여름방학이라 운동장은 텅 비어있고, 구석연못엔 이끼가 잔뜩 올라와 있어 물속에 담겨있을 하늘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카지노 쿠폰이 한 명이라도 있길 바라며건물로 들어서 교실과 교무실을 차근차근 살폈다.
복도를 조금 걷다 보니 드디어 유리창 너머 한 교실에서젊은 남자 카지노 쿠폰이,낯선 사람이 복도에서 자기를 쳐다보는 줄도 모르는 채정성껏 글씨를 쓰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미닫이 나무 문을 열었다.
고요한 복도에 도르래와 철사 부딪히는 소리가그야말로 요란하게 울리고는마지막에 꽝! 하며 문이 덜컥 열렸다.
그 소리에 카지노 쿠폰 어찌나 놀랐던지, 양쪽 어깨가 귀 가까이 바싹 오므라들었고,동그랗게 커진두 눈과오므려진입모양이 꼭 부엉이 얼굴 같았다.
카지노 쿠폰 열린 문 뒤에 서있는 사람이 아직 어린 소년인 것을 보고서야 어깨를 내리더니, 이내 두 눈을 부릅떠목청껏소리쳤다.
“누게냐!”(누구냐!)
나는‘웃뜨르(윗들녘)’ 마을에서온 누구라고 말하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아허리 숙여 인사한 후, 졸업한국민학교명,나이, 집안 형편과학교에서 무슨 일이든 시켜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등을 구구절절 토해냈다.
그런데 카지노 쿠폰 내가 열변을 토하는 도중에 흥미를 잃어버리고는 어지러운 숫자들이 잔뜩 써진 공책 위에 숫자들을 써 내려가며 제대로 듣지를 않았다.
나는 애가 바짝 타 “카지노 쿠폰님.”하고 불렀다.
카지노 쿠폰 마치 아무 소리 안 들린다는 듯이 자기 할 것만 하며 나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였다.
나는 약이 올라 이번엔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듯 있는 힘껏“카지노 쿠폰님!”하고 외쳤다.
카지노 쿠폰 다시 한번 화들짝 놀라, 아까와 똑같이 부엉이 같은 표정이 되어서는 양 어깨가 귀 가까이바싹 올라붙었다.
“뭐냐!”
카지노 쿠폰이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추룩사정 얘길 허염신디,무사듣는 척도 안 허염수과? 예?”
(이렇게 사정얘길 하는데, 왜듣는 척도 안 하세요? 예?)
나는 애가 바싹 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하는데, 카지노 쿠폰 흥! 하고 콧방구를 뀌었다.
“니 허는 말이 하도 우스왕 경햄져. 이래 와보라.”
(너 하는 말이 하도 우스워그런다. 이쪽으로 와 봐라.)
카지노 쿠폰 곁으로 다가서자 카지노 쿠폰 창밖 운동장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니 저디보염시냐? 이끝에서 저 끝까지 담줄아래영, 저짝구석에 이신 연못 사방에 검질들 코콜히다 매고, 여기 카지노 쿠폰들이영 직원 사무실 매날 청소허곡, 학교 전체 쓰레기모은 거 다불 소르고, 밤에는 숙직도 허여사는디, 생각해보라.
니 아직 어린아이가 어떵그걸 허여지커니?
경허난나 우스왕 안 들엄져.”
(너 저기 보이냐?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담장 아래하고, 저쪽 구석에 있는 연못 사방에 잡초들 깨끗이 다 매고, 여기 카지노 쿠폰들하고 직원 사무실 맨날 청소하고,학교 전체쓰레기모은 거 다불 사르고, 밤에는 숙직도 해야하는데, 생각해봐라.
너 아직 어린아이인데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니?
그래서 나 우스워서 안 듣는 거다.)
나는 ‘학생 대 카지노 쿠폰’이나 ‘아이 대 어른’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이라는 심정으로 카지노 쿠폰의 눈을 간절히 쳐다보며 말했다.
“나 검질도 잘 매고 쇠촐도 잘 비는디, 무사 시켜보지도 안 허영못헐 거랜 단정지엄수과?
학교만 다녀진덴 허민예, 뭐든지 헐수 이서마씨.”
(나 잡초도 잘 매고 풀도 잘 베는데, 왜 시켜보지도 않고 못할 거라고 단정지으세요?
학교만 다닐 수 있다고 하면요, 뭐든지 할 수 있다고요.)
표정도 말도 없이 나를 잠시 쳐다보던 카지노 쿠폰 내게 부모님이 계시냐고 묻고는, 둘 중 한 분을 모시고 다시 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어머니와 함께 카지노 쿠폰 앞에 섰을 때, 카지노 쿠폰이 어머니에게 ‘얘가 이걸 하겠다고만 하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애가 어리긴 해도 밭에 데리고 가면 풀도 어른 몫만큼 베고, 자기 입으로 한다고 한 건 꼭지키는 아이’라고 카지노 쿠폰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말을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다.
카지노 쿠폰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게민석 달만 시켜 봥예, 잘허민 계속 허멍 내년부턴랑학교도 시키는 걸로 허곡, 잘 못허민 그때랑 왕 데령가부는 걸로 헙서.”
(그러면 석 달만 시켜보고요, 잘하면 계속 하면서 내년부턴 학교도 다니는 걸로 하고, 잘 못하면 그때는 와서 데려가버리는 걸로 하시죠.)
그날로 나는 큰 마을 중학교의 임시 급사(잡무원)가 되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