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 가족의 겨울
손바닥이 모든 것에 균열을 내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은 이미 금이 가 있는지도 몰랐다. 주영의 손이 카지노 게임 오른쪽 뺨을 강하게 내리친 순간, 그리고 손톱으로 있는 힘을 다해 상처를 낸 순간 주영은 한 날 한 시에 같은 사람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인연의 실을 끊어버리기라도 할 작정인 기분이 되었다. 모든 과거와 앞으로 닥쳐올 익명의 버거운 순간들이, 빚처럼 도둑처럼 주영을 에워싸고 있었다.
주영은 카지노 게임 쌍둥이 여동생이다. 민수는 심한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둘은 올해 나란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입시에 매진할 시즌이고 주영 역시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주영의 가족은 그 나이대의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묘하게 어긋나 있다. 마치 협주곡에서 누군가가 기묘하게 불협화음을 넣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가족 모두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있다. 엄마는 응급실 간호사로, 아빠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주영은 평범함 고등학교 2학년으로 말이다. 민수 역시 자신의 루틴대로 매일 성실하게 학교에 가고, 하교 후에는 활동보조인과 시간을 보내고, 아침과 저녁 정해진 용량의 약을 빼먹지 않고 먹고 있다. 가끔 기분 변화가 심할 때면 공격행동을 보이긴 하지만 가족들은 카지노 게임 루틴을 정확히 파악하고 배려하기에 집에서 공격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주영은 그런 민수를 늘 아꼈다. 가끔 민수는 머리를 때리며 자해를 하거나 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면 주영은 민수를 달래기 위해 노래를 틀거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몸에 오래 밴 습관처럼 말이다. 카지노 게임 부모 역시 선한 아이의 천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학반과 선생님이 바뀌는 새학기가 되면 적응력이 낮은 민수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카지노 게임 문제행동은 연례행사 같았다. 선생님이나 보조 인력의 안경이 부서질 정도로 얼굴을 가격하는 행동이 종종 일어났고, 주변에 있는 물건을 마구 던져 아이들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교실 내에서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방도가 없는 교사들은 최대한 좋은 말로 부모와 상담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때마다 카지노 게임 부모인 경란과 한섭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그럴 때마다 특수교사들도 문제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보통은 서로가 서로의 힘듦을 이해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공격행동을 아예 없앨 방도는 없었다. 그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었다.
여름이 되자 카지노 게임는 부담임 교사의 새 핸드폰을 교실 창문 밖으로 던졌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그 자체로 위험성이 너무 크고, 처음 보이는 패턴이었기에 모두는 긴장했다. 핸드폰의 주인인 부담임교사는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하거나, 유투브 동영상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들에게 말을 함부로 했다. 그래서인지 담임교사 수업시간에는 일어나지 않는 문제행동들이 부담임교사 시간에는 몰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담임교사는 카지노 게임 사건 이외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와 민원이 많았고, 다른 모든 특수교사들이 그렇듯 번아웃 상태였다. 그녀는 경란과 한섭을 직접 대면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부담임교사인 지훈을 직접 카지노 게임 부모와 대면시켰다. 학교에 찾아온 것은 한섭이었다. 지훈은 한섭에게 가정에서 카지노 게임 공격성을 방치한 결과가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는 투로 가정 교육을 거론하며 부모를 힐난했다. 한섭은 집으로 돌아가 야간 근무를 준비하는 경란에게 ‘방치’에 대한 부담임의 이야기를 전했다.
원래대로라면 경란은 이맘때쯤 동기들과 단기 해외 연수길에 올랐어야 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와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에 연수는 언감생심이었다. 연수를 취소할 때도 그리 아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나도 나름대로 내 삶을 희생해가며 아픈 아이를 어렵게 키워내고 있는데 ‘방치’라니.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을 한섭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경란의 속에서 용광로가 끓듯 화가 몰아쳐 입 밖으로 모진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한섭을 비난하는 말이었다. 경란은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일이 꼬이게 만들어버리는 남편이 미워 악다구니를 쓰고 또 썼다. 그렇게 속에서 난 불을 다 뱉어버리고 나니 남은 화기는 경란 자신에게로 향했다. 경란은 억울함과 카지노 게임에 대한 미안함과 미움이 뒤엉킨 채로 핸드폰을 찾아 담임교사의 번호를 눌러버리고 말았다.
경란은 자신과 남편이 모두 일을 하지만, 아이를 포기한 적이 없고, 늘 공격행동을 줄이기 위해서 안팎으로 모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방치라는 말의 적절성에 대해 따지고 들었다. 담임교사는 4살짜리 딸아이가 울며 바지춤을 잡아 끌어내리는 통에 제대로 경란의 말을 들을 수 없었으나 그녀의 울부짖음이 대충 어떤 연유에서 발생‘했는지 이해했다. 부담임교사는 정확히 94만 6천원에 해당하는 핸드폰의 보상을 원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담임교사가 일을 현명히 처리한 덕분에 문제는 대충 일단락되었다. 경란과 한섭은 부담임교사에게 핸드폰 가격 일부를 보상하기로 했다. 그 일 이후로 한섭과 경란은 몇 번 더 격렬한 말다툼을 하였다. 싸움의 소리가 커질 때 마다 민수는 두 손을 비비는 시늉을 하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큰 소리가 날 때마다 민수가 하는 습관이었다. 그때 ‘괜찮아.’라고 대답해야 카지노 게임 불안은 한 풀 꺾였다. 경란은 마지못해 ‘괜찮아.‘라고 말하고는 방안으로 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 버렸다. 한섭은 경란에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경란은 민수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기 싫었다. 경란은 한섭의 말대로 정말 이기적인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크게 없어보였다. 한섭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픈 아이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한다고 맞받아쳤다. 경란은 이른 명퇴가 예정된 한섭의 처지를 비난했다. 민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잠시 불안하다, 곧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원래의 루틴과 기분으로 돌아갔다. 그 사실 역시 경란에게는 무력감을 주었다.
이즈음 주영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겼다. 민수와 비슷한 덩치인 세훈은 매일 학원이 파한 후 주영의 아파트 앞까지 기어코 그녀를 에스코트 해 주었다. 주영은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보조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 숨 쉬는 기분이었다. 세훈과 함께 학원과 독서실을 다니며 그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려면 지금부터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신이 보통의 평범한 고3의 범주에 들어가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얼룩들이 주영의 일상에 펼쳐질수록 주영은 한섭과 경란의 불화와 카지노 게임 존재를 잊어갔다.
가을의 문턱에서 주영은 아파트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민수를 세훈과 함께 목격했다. 민수는 그대로 주영에게 반가워 뛰어왔고, 세훈은 그런 민수를 바닥에 때리듯 눕혔다. 주영은 소리를 지르며 세훈을 밀쳤고, 그 날 이후로 주영은 세훈과 다시는 함께하지 않았다. 자기 전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내일 학교에 갈 수 있냐고 주영에게 묻는 것은 카지노 게임 루틴 중 하나였다. ‘내일 학교 가.’ 란 답을 들어야 직성과 불안이 풀리는 민수에게 주영은 그 대답을 해주지 않음으로서 소소한 복수를 하였다. 주영은 자신이 잠깐 누린 여름의 평범함과 작별할 시기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종종 주영은 세훈과 민수와 자신이 아파트 앞에서 마주친 상황을 되풀이하듯 꿈을 꾸었다. 그러나 꿈속에서도 주영의 선택은 항상 같았다. 주영은 민수도 싫었지만 민수를 밀친 세훈이 더 싫었다.
겨울이 왔다. 경란은 해외 연수를 다녀온 동기가 먼저 승진한 것을 보며 사직서를 작성했다. 그러면서 카지노 게임 때문이 아니라,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려 하는 자신을 미워했다. 그러나 사직서는 결국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고 선언한 경란에게 한섭은 비난을 퍼부었고 두 부부는 카지노 게임에게 아주 조금씩 더 무관심해져갔다.
세훈과 멀어졌지만 주영은 그만큼 학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모든 기쁨과 슬픔 그리고 시덥잖은 농담들이 공중에 곧 터질 비누방울처럼 의미 없이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주영은 조용히 자신을 다잡았다. 어느 날은 수학교사가 자신을 불러, 모의고사 점수가 크게 상승했으니, 다음에 있을 수행평가와 내신만 신경 쓰면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고 격려도 했다. 주영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다가올 미래는 상상 한 것 이상으로 자유롭고 커다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영은 기말과 수행평가를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그 해 겨울, 경란은 처음으로 2박 3일동안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베트남에 다녀오겠다고 선언했다. 그 기간 동안 카지노 게임는 주영과 한섭 그리고 주영의 외할머니 차지가 되었다. 주영은 엄마를 이해했고, 카지노 게임에게 조금씩 무관심해지는 한섭이 기분 나빴다. 의외로 경란이 없는 상황을 카지노 게임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엄마 금요일에 와. 엄마 금요일에.’ 라고 반복적으로 말하곤 하였으나, 그 외에 따로 불안 증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은 카지노 게임가 성장한 것 같아 가족 모두는 뿌듯함을 느꼈다. 경란도 매일 영상통화를 걸어 카지노 게임를 안심시켰다. 따뜻한 나라에 가 있는 경란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도 활기차고 밝았다. 경란이 집에 없는 동안 외할머니가 집안일을 했고, 한섭은 야근을 핑계로 회식을 자주 가졌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던 가족들은 마치 환승역이 온 것처럼 각자의 트랙으로 옮겨 가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주영은 카지노 게임 옆에서 자신만은 변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첫눈이 오던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었다. 주영은할머니가 차려놓은 밥을 데우고카지노 게임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식탐이 많은 카지노 게임가 이토록 조용할리가 없었다. 이상했다. 주영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주영을 본 카지노 게임는 두 손을 비비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불연 듯 불안감을 느낀 주영은 발 아래를 살펴보았다. 잘게 찢어진 종이 다발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주영이 한 달 내내 애써 준비한 수행평가 과제였다.민수는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손에 잡히는 종이를 구기거나 찢어 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A1 사이즈의 전지에 색연필과 마커, QR코드와 여러 가지 자료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과제가 마치 장난감처럼 뒹굴고 있었다. 민수는 ‘괜찮아.’를 연발했는데, 그 말을 들어야 불안감이 해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격행동으로 이어지리라. 어서 빨리 ‘괜찮아.’를 말하는 편이 좋았다. 그러나 주영의 입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카지노 게임 말이 메아리처럼 반복되었다. 자신만은 변하지 않으리란 다짐은 그 순간 재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세훈을 밀쳐냈던 손바닥은 카지노 게임 얼굴로 향했다. 곧 주영의 고함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이윽고 카지노 게임 얼굴과 목에 붉은 선 두 개가 길게 그어졌다. 민수는 손을 비비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주영은 소리를 질렀다. 발을 쾅쾅 굴렀다. 머리를 때리고 과제를 들어 손으로 더 잘게 찢은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채로, 부어오른 손을 감싸고 가장 어두운 골목 끝으로 주영은 마구 뛰어나갔다. 골목의 끝은 막다른 길이었다. 새하얀 눈은 조용히세상을 덮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