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울렸다. 가족 챗방에 엄마가 운동을 나가시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고관절이 부러지셨다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메시지를 보낸 지 벌써 7시간 전이다. 한국시간과 시가차가 있다 보니 내가 잠든 시간쯤 메시지를 보내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한국에 계신 아버지와 남동생이 엄마를 응급실에서 잘 돌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사는 자녀로서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딸로서 엄마 곁에서 간호도 하고,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을 직접 챙겨드렸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엄마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이 나이가 들어가시는 걸 지켜보면서도 가까이에서 보살피지 못하는 나날들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죄송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의 방학쯤 겨우 시간을 내어 일 년에 한 번 한국을 찾아 한 달가량 머물다 돌아오는 게 최선이다 보니 마음 한구석은 늘 아쉽다. 그 한 달 동안 밀린 효도와 안부를 전하며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지만, 떠날 때가 되면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이전에는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부모님께선 신이 나셔서 반가운 마음에 도착 시간보다도 훨씬 일찍 나와 계셨다. 직접 인천공항까지 운전하셔서 온 부모님 차에 태워 집으로 가는 길에 집에 도착하면 "뭐가 제일 먹고 싶어?"부터 얼굴이 왜 그렇게 말랐어 등등 한동한 밀려있던 다양한 대화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젠 부모님도 나이가 지긋해지시면서 몇 해 전부터는 공항까지 운전하시기 힘드시다며 택시를 타고 나오신다. 작년엔 엄마가 이제 공항까지 나오는 것도 버겁다며 아빠 혼자 나오셨다. 공항에서 나를 반기던 부모님의 모습이 매해 조금씩 변해가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반겨주시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고관절을 한 엄마와는 수술 후 3일 후에야 겨우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전엔 수술 후 통증이 너무 심해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함께 있어드리지 못하는 죄책감과 걱정, 그리고 먼 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서러움이 뒤섞였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엄마는 홈쇼핑에서 경품에 당첨됐다며 "올해 좋은 일이 많으려나 보다" 하고 환하게 웃으셨는데, 그 모습이 떠올라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오랜만에 통화한 엄마의 모습이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한결 나아 보이셨다. 엄마랑 그래도 통화를 하고 나니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엄마에게도 이렇게 딸이 있는데 다른 딸들처럼 옆에서 자주 못 챙겨 드리는 마음이 죄송하지만 대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놀러 가면 그동안 밀린 효도를 또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지금은 수술 직후라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엄마는 늘 행운이 따라다니는 분이다. 분명 이번에도 빠르게 쾌차하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란다. 올여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방문했을 때 다시 엄마와 함께 산책하고 운동하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함께할 수 있기를. 같이 올여름 여행하기로 한 약속들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